최근 2~3개월간 이더리움(ETH)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며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5월 초만 해도 약 1800달러 수준이던 ETH 가격은 7월 말 한때 3941달러까지 올라 연중 최고가를 기록했다. 7월 한 달 동안에만 이더리움은 약 53% 급등하여 3850달러 선을 돌파했고 결과적으로 5월 초 대비 7월 말까지 불과 석 달 사이에 가격이 두 배 이상 뛴 셈이다.
이러한 급등의 배경으로는 이더리움 네트워크 이용 증가, 토크노믹스의 변화, 기관투자가의 자금 유입 및 ETF 출시 기대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스테이블코인 거래로 인한 네트워크 활용도 상승
이더리움 네트워크상의 거래 활동 증가가 가격 상승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거래량이 늘면서 이더리움 체인의 일일 트랜잭션 처리량이 최근 역대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현재 이더리움 네트워크는 하루 약 160만 건의 거래를 처리하고 있으며 활성 지갑 수도 50만 개를 넘는다.주요 온체인 활동으로는 USDT, USDC 등의 스테이블코인 송금과 ETH 자체 송금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온체인 거래 수요가 폭증하면서 최근 일일 가스 사용량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해 이더리움이 강세장 국면에서 여전히 탈중앙 애플리케이션(dApp)의 핵심 플랫폼으로 활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흥미로운 점은 네트워크 활동 증가가 가격 상승세와 맞물려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4월에는 일평균 약 110만 건이던 이더리움 거래 건수가 7월에는 140만 건 수준으로 늘어났는데 이는 동일 기간 7월 한 달 동안 약 54%의 가격 상승세와 궤를 같이한다는 분석이다.과거에는 거래 폭주 시 가스비(수수료)가 급등해 네트워크 이용이 불편해지곤 했으나 이번 사이클에서는 네트워크 효율 개선 덕분에 수수료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ETH 송금 수수료는 현재 평균 약 $0.15 미만으로 과거 대비 양호한 수준이며 NFT 전송과 같이 가스를 많이 소모하는 거래도 몇 달러 안팎에서 처리되는 등 2021년 대비 이용자 부담이 완화된 모습이다.
이는 이더리움 메인넷의 블록 가스 한도 증설과 레이어2 확장 등으로 처리 용량이 늘어난 덕분이다. 이더리움은 네트워크 검증자 투표를 통해 가스 한도를 약 3% 추가 상향하여 4500만까지 늘리는 움직임을 보였고 그 결과 이더리움 네트워크의 초당 처리량(TPS)은 과거 15건 수준에서 18건까지 향상되었다. 늘어난 트랜잭션 수요를 수용하면서도 수수료 급등을 어느 정도 억제하고 있다.
토크노믹스 변화: 공급량 감소와 스테이킹 효과
이더리움의 토크노믹스(토큰 경제 구조) 변화도 가격 상승의 핵심 배경으로 지목된다. 2022년 9월 머지(Merge) 업그레이드를 통해 작업증명(PoW)에서 지분증명(PoS)으로 전환한 이후 이더리움의 신규 발행량이 크게 줄었다. PoW 시절 연 4% 수준이던 ETH 공급 증가율은 PoS 도입 후 약 0.5% 안팎까지 떨어져 사실상 인플레이션율이 0에 수렴하고 있다.
여기에 2021년 런던 하드포크로 도입된 EIP-1559 수수료 소각 정책에 힘입어 지금까지 누적 530만 ETH가 수수료로 영구 소각되었다. 이는 총 발행량의 약 5%에 해당한다. 그 결과 순유통 공급량에 대한 상승 압박(희소성)이 강화되어 가격에 우호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편 이더리움 2.0 스테이킹으로 묶여 있는 물량도 지속적으로 증가해 2025년 6월 기준 3500만 ETH 이상이 예치되어 있다. 결론적으로 이더리움은 신규 발행량이 크게 줄어든 가운데 수요가 급증하자 시중 유통 물량이 부족해지고 있다. 연간 이더리움 신규 공급량이 약 80만 ETH 수준으로 추정되는 반면, 기관 자금 유입이 이를 훨씬 웃도는 상황이다. 실제로 최근 6주 동안 전 세계 이더리움 ETF를 통해 약 160만 ETH가 순매수되었는데 이는 같은 기간 이더리움 네트워크에서 새로 발행된 ETH의 두 배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이처럼 수요가 공급을 크게 앞지르는 구조적 변화가 가격 상승의 강력한 밑받침이 되었다.
기관투자가 등장과 ETF 자금 유입
이더리움 가격 급등의 또 다른 배경에는 기관투자가들의 대거 유입이 있다. 전통 금융권과 암호화폐 시장의 접점이 확대되면서 이더리움이 새로운 자산군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에서는 실제로 7월 들어 이더리움 ETF로의 자금 순유입이 17거래일 연속 지속되었다.
간접 투자상품을 통한 유입뿐 아니라 기업들이 직접 이더리움을 매입하여 장기 보유자산으로 삼는 움직임도 강화되고 있다. 이더리움 공동창업자 조셉 루빈이 이사회 의장으로 참여한 샤프링크(SharpLink)의 사례가 대표적인 예다.샤프링크는 7월 27~28일 이틀 동안 무려 7만7210 ETH(약 2억 9500만 달러 상당)를 온체인에서 일시에 매수하며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이 거래로 샤프링크의 총 보유량은 43만8000 ETH(약 16억9000만 달러 규모)로 늘어났는데 이는 현재 전 세계 기업 중 두 번째로 많은 이더리움 보유량이다. 참고로 1위는 톰 리가 이끄는 비트마인이머전테크(BitMine Immersion Tech)로 약 56만6000 ETH를 보유하고 있다.
샤프링크가 이틀 새 사들인 7만7000여 ETH는 당시 한 달간 전 세계에서 새로 채굴·발행된 ETH 추정치(약 7만2795 ETH)를 웃도는 규모로 단 한 회사가 그 달의 신규 공급량 이상을 흡수한 셈이다. 7월 한 달 동안 이더리움 관련 투자상품에 유입된 기관 자금은 총 112억 달러에 이르러 같은 기간 비트코인 투자상품 유입액을 상회했다. 이는 기관 투자의 무게 중심이 일부 비트코인에서 이더리움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라 할 수 있다.
이더리움 가격의 잠재된 리스크는?
이처럼 이더리움 가격 급등은 네트워크 활용 증가에 따른 수요 확대, 토크노믹스 개선에 따른 공급 제한, 그리고 기관 자금 유입이라는 세 가지 요인이 맞물린 결과다.그럼에도 리스크 요인은 존재한다. 기술적 분석 측면에서 보면 7월 급등 이후 일간 RSI(상대강도지수)가 70을 넘겨 과매수 국면에 진입해 있으며 이러한 과열 지표는 단기 조정이 나타날 가능성을 시사한다. 실제로 7월 말 가격이 3800달러대를 넘자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되며 일시적으로 4%가량 조정받는 등 변동성이 커지는 모습도 있었다. 네트워크 과부하로 인한 가스비 급등 위험도 상존한다. 이더리움 메인넷 혼잡으로 디파이 토큰 스와프 한 건당 수수료가 50달러에 육박했던 사례도 있었는데 만약 향후 가격 상승기에 거래 과열로 수수료가 급등하면 소액 이용자들이 이탈하고 네트워크 활용도가 저하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 이미 이더리움보다 거래 수수료가 낮은 대체 체인으로 스테이블코인 거래가 이전되는 흐름이 가속화될 위험도 있다.
결론적으로 이더리움의 펀더멘털은 활발한 네트워크 활용과 견조한 기관 수요에 힘입어 한층 탄탄해졌으며 이는 이번 가격 급등의 근거가 되고 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과열 신호와 수수료 이슈, 매크로 환경 등의 리스크를 면밀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
향후 지속적인 레이어2 확장 및 프로토콜 업그레이드를 통해 네트워크 성능과 비용 구조를 개선하고 기관을 비롯한 장기 투자자들의 신뢰를 유지한다면 이더리움은 중장기적으로도 긍정적인 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