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면 3년 안에 로봇 산업에도 ‘챗GPT 모먼트’가 도래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챗GPT가 등장하며 생성형 인공지능(AI)이 폭발적으로 대중성을 확보하고 기술이 급진전한 것처럼, 로봇 산업도 전환점을 맞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11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로봇 산업의 선두주자 유니트리의 왕싱싱 최고경영자(CEO)는 베이징에서 열린 2025 세계로봇대회(WRC) 포럼에서 “올해 상반기 중국 로봇 완제품·부품 제조사의 평균 성장률은 50~100%에 달한다”며 “상황이 빠르게 전개되면 1~3년 내, 늦어도 5년 안에 임계점에 도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모건 스탠리는 지난 6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국의 로봇 시장은 연평균 23% 성장하고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중국의 로봇 산업 규모는 2024년 470억달러에서 2028년 1080억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왕 CEO는 로봇 산업의 ‘챗GPT 모먼트’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휴머노이드 로봇이 낯선 환경에 들어갔을 때 사용자의 임의 명령을 이해하고 이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제시했다.
다만 현재 로봇 하드웨어는 상용 가능한 수준에 도달했지만, 체화지능의 ‘두뇌’는 여전히 대형언어모델(LLM)에 비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체화지능은 AI가 물리적 신체(로봇)를 통해 현실 세계와 상호작용하는 능력을 뜻한다.
왕 CEO는 “데이터는 결코 부족하지 않다. 부족한 것은 체화지능에 적합한 모델 아키텍처”라고 설명했다. 물리 환경에 특화된 학습 구조가 필요하다는 뜻이다.가장 주목할 만한 AI 모델로는 구글 딥마인드가 최근 발표한 ‘지니3’를 꼽았다. 지니3는 현실 세계의 움직임과 상호작용을 학습해 3D 환경에서 재현·판단하는 능력을 갖췄다. 왕 CEO는 유니트리 역시 이와 유사한 비디오 생성·제어 모델을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8일부터 닷새간 베이징에서 열리고 있는 WRC는 올해로 10회째를 맞았다. 이번 행사에는 220여개의 기업이 참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WRC에서 로봇들은 빨래 개기, 커피 제조 같은 반복 작업을 넘어, 스스로 배터리를 교체하는 등 자율적으로 행동하는 시연을 선보이고 있다.
중국 정부도 로봇 산업 생태계 조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중국 정부는 로봇 소비 축제(2~17일)를 열고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또한 이번 행사 개막에 맞춰 세계 최초의 ‘휴머노이드 로봇 4S 매장’을 개설하기도 했다. 오는 14일에는 ‘2025 휴머노이드 로봇대회’를 통해 마라톤과 축구 등 스포츠 종목으로 휴머노이드 로봇의 기술을 선보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