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비중 종목은 엔비디아
방산·화장품주는 비중 축소
국민연금이 올해 상반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위협 등 악재로 주가가 급락한 애플과 테슬라 주식을 대량으로 저가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넷플릭스, 메타 등 기술주도 순매수했고, 일부 방산주와 화장품 관련주는 매도했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 8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6월 말 기준 미국 상장사 534개 종목에 투자하고 있으며, 보유 주식 가치는 1158억3000만달러(약 161조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종목 수는 지난해 말 550종목보다 줄었지만, 평가액은 반년 새 9.62%(101억6000만달러·약 14조1000억원) 증가했다.
올해 새로 편입하거나 보유 주식 수를 대폭 늘린 기업은 핀테크, 자동차부품, 농업, 게임개발, 암호화폐 등 다양하다. 로빈후드 보유 주식 수는 작년 말 ‘0’에서 올해 6월 말 149만7000주로 늘었다. 투자은행 및 중개서비스업체 인터랙티브 브로커스 그룹(69만2000주), 중고차 거래 플랫폼 카바나(18만8000주), 정밀 계측 및 센서회사 랠리언트(17만3000주) 등이 올해 새로 담겼다.
2분기에는 게임업체 로블록스와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 주식을 대거 매수해 보유 주식 수가 각각 158만3000주와 44만7000주로 작년 말 대비 100%와 66%씩 증가했다. 반면 건설자재 업체 CRH PLC(198만3000주), 카지노 업체 드래프트킹스, 라스베이거스 샌즈 그룹, 모터스포츠 경기인 포뮬러원(F1)을 운영하는 리버티 미디어 등은 전량 매도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백신으로 유명한 미국 제약사 모더나 주식 보유량은 작년 말 52만주에서 올해 6월 말 4387주로 99.2% 급감했다. 다만 화이자 주식 보유량은 같은 기간 1185만5000주에서 1249만9000주로 5.4% 늘었다.
이외에도 금리 및 신용 거래 플랫폼인 트레이드웹 마켓(-99%), 화장품기업 에스티로더(-99%), 신발 브랜드 ‘어그(UGG)’와 ‘호카(HOKA)’로 유명한 데커스아웃도어(-91.8%), 미국 반도체 개발업체 온세미컨덕터(-95.9%), 태양광 업체 퍼스트솔라(-82.9%), 베스트바이(-81.9%) 등도 보유 주식 수가 크게 줄었다.
국민연금은 올해 방산주 주가가 오르자 대거 매각해 차익을 실현했다. 미국 방산업체 L3해리스 테크놀로지 보유주식수를 60만6000주에서 31만3000주로 절반가량 줄였다. 팔란티어 테크놀로지 주식 보유량도 494만3000주에서 436만7000주로 11.7%가량 낮췄다.
보유 종목 중 지난 반년간 평가액 증가 폭이 가장 큰 것은 MS다. 지난해 말 기준 55억3017만달러였던 평가액이 올해 2분기 말 67억9693만달러로 22.9%(12억6675만달러)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민연금의 MS 주식 보유량은 1312만주에서 1366만주로 4.1% 늘었다.
반면 애플은 평가액이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애플 주식 평가액은 지난해 말 67억8498만달러에서 올해 2분기 말 현재 59억1176만달러로 12.9%(8억7322만달러) 감소했다. 미국이 아닌 해외에서 생산된 아이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트럼프 행정부 위협에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탓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오히려 이 기간 애플 보유 주식 수를 2709만주에서 2881만주로 6.3% 늘렸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와 트럼프 대통령 간 갈등 영향으로 주가가 하락한 테슬라도 순매수해 보유 주식 수가 517만주에서 552만주로 6.8% 증가했다. 주가 급락을 저가매수 기회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 미국주식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종목은 엔비디아(7%·73억5210만달러)였다. 이어 MS(6.4%·67억9693만달러), 애플(5.6%·59억1176만달러), 인베스코 상장지수펀드(ETF) 트러스트Ⅱ(4.2%·43억9188만달러), 아마존닷컴(3.8%·40억2644만달러) 등 순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