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와 기아가 미국 공장 생산량과 부품 매입액을 늘리며 관세 부담 최소화에 대응하고 있다. 미국 판매용 차량의 생산 시설과 공급망을 현지로 집중시키는 전략이다.
17일 현대차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 상반기 미국 공장 생산량은 앨라배마 공장(HMMA) 17만9900대, 조지아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3만7314대 등 총 21만7214대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17만6400대에 비해 4만대 넘게 늘어난 수치다.
전체 생산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커졌다. 글로벌 생산량(197만1255대) 가운데 미국 비중은 11%로, 전년 동기(9.2%)에서 1.8%포인트(p) 늘었다. HMMA는 상반기 평균 99.6%의 가동률로 사실상 완전가동 체제를 이어갔고 HMGMA의 가동률은 1분기 54.7%에서 상반기 72.6%로 올랐다.
부품·원자재 매입액도 크게 늘었다. HMMA는 6조736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7% 증가했다. 지난해 말부터 가동을 시작한 HMGMA는 상반기 1조8035억원을 나타냈다. 1분기 6023억원에서 2분기에만 1조원 넘게 늘어난 것이다. 현대차 전체 부품·원자재 매입액 중 미국 공장 비중은 17.5%로 전년 동기보다 2.1%포인트 상승했다.
기아도 기아 조지아 공장(KMMG) 중심으로 현지 생산을 강화했다. 상반기 18만500대를 생산해 기아 글로벌 생산(147만6302대)의 12.2%를 차지했다. 가동률은 101.4%에 달했다. 부품·원자재 매입액도 6조7175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8.9% 늘었다.
현대차·기아는 미국 생산 물량을 먼저 현지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과거 미국에서 생산한 차량 일부를 캐나다 등 북미 지역과 아프리카·중동으로 수출했지만, 관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내수 판매에 집중하는 것이다. 현대차는 지난 4월 기아 멕시코 공장에서 위탁 생산하던 투싼 물량을 앨라배마 공장으로 이전했다.
특히 4월 이후 미국이 수입차에 관세를 부과하면서 생산 물량 대부분이 현지 판매로 전환됐다. HMMA의 상반기 판매 중 미국 내수 비중은 97%를 넘어섰고, HMGMA는 전량을 내수로 소화했다. HMMA 주요 생산 차종은 투싼(43.5%), 싼타페 내연기관·하이브리드(39.9%), 싼타크루즈 픽업(9.2%), 제네시스 GV70 내연기관·전기(7.4%)다. HMGMA는 아이오닉 5와 아이오닉 9 등 전기차 라인업에 집중하고 있으며, KMMG는 텔루라이드·스포티지·쏘렌토 등 RV(레저용차량) 차종 중심이다.
기아 멕시코 공장은 올 상반기 14만3080대를 생산해 전년 동기 대비 15.5% 증가했다. 지난해 기준 전체 생산량 25만대 중 14만대가 미국으로 향할 만큼 중요한 수출 거점이었지만 관세 부과 이후로 한계가 있다. 완성차는 북미산 부품 비율 75%, 고임금 노동 요건 등 미국·멕시코·캐나다무역협정(USMCA) 요건을 모두 맞추기 쉽지 않아 생산 전량이 무관세 적용을 받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길게는 미국 내 생산을 더 늘리는 것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멕시코 간 관세 협상이 여전히 교착 상태라 불확실성이 크고, 멕시코산 차량은 원칙적으로 25%의 대미 관세율이 적용되는데 무관세 요건을 맞추기 어려워 멕시코 공장을 적극 활용하기는 쉽지 않다"며 "중장기적으로도 북미 시장 수요와 정책 환경에 맞춰 현지 생산은 더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