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면세점, 2분기 흑자 전환
신라·신세계·현대는 적자…공항 임대료 발목
하반기 유커 복귀 기대감…유치 경쟁 속도전
국내 면세점들의 올해 2분기 실적의 명암이 엇갈렸다. 인천국제공항에서 발을 뺀 롯데면세점은 외형이 축소된 대신 수익성 개선에는 성공했다. 반면 신라·신세계·현대면세점은 외국인 관광객 유입 효과로 매출이 늘어났지만 인천공항 임대료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줄줄이 적자를 기록했다. 업계에선 '승자의 저주'가 되풀이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희비 갈렸다
롯데면세점의 지난 2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19.3% 감소한 6685억원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65억원을 거두며 흑자로 돌아섰다. 면세점 4사 중 '유일한 흑자'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고환율, 경기 침체 등 우호적이지 않은 업황 속에서도 체질 개선에 집중한 결과"라며 "해외 사업이 호조세를 이어간 점도 주효했다"고 말했다.
그러는 동안 롯데면세점을 제외한 주요 면세점들의 수익성은 둔화했다. 실제로 올 2분기 기준 신라면세점은 113억원, 신세계면세점은 1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부터 줄곧 '적자 신세'다. 그나마 위안거리인 건 이들 업체의 매출이 지난해보다 각각 2.1%, 22.9% 성장했다는 정도다.
현대면세점은 인천공항에서 면세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업체 중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면세점의 2분기 매출과 영업손실은 각각 2935억원, 13억원이다. 1년 전과 비교하면 매출은 22% 증가했고, 영업손실은 3분의 1 줄었다. 비용과 운영 효율화는 물론 여행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실적이 개선됐다는 설명이다.
안 도와주네
업계에선 인천공항 임대 여부가 이들 실적을 엇갈리게 한 배경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2023년 7월 인천공항에서 입찰권을 따내지 못한 반면, 신라·신세계·현대면세점은 인천공항에서 면세 사업을 전개 중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신라면세점은 DF1·3, 신세계면세점은 DF2·4, 현대면세점은 DF5 구역을 담당하고 있다.
문제는 높은 공항 임대료가 이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 업체는 입찰 당시 코로나19 엔데믹에 따른 매출 증가 효과를 기대해 입찰가를 높게 써냈다. 하지만 공항 이용객이 회복세를 보이는 것과 달리 면세점을 찾는 발길은 줄었다. 여행 패턴이 변화한 데다, 올리브영과 다이소 등 '가성비' 쇼핑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내국인 역시 공항 면세점보다는 간편한 온라인을 이용하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롯데를 제외한 나머지 면세점들은 비싼 임대료를 감수해야 하는 구조가 됐다. 현재 인천공항공사는 여객 수에 따른 임대료를 받고 있다. 면세업체들은 구역별로 여객 1인당 1109~9020원을 임차료로 지불하고 있다. 지난 4월 인천공항 출국객 기준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의 월 임대료만 해도 300억원이 넘는다. 경쟁 입찰에서 고배를 마신 롯데면세점이 오히려 수혜를 입게 됐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다이궁(代工·중국 보따리상)과의 거래를 단칼에 끊어내지 못한 점도 또 다른 수익성 악화의 요인으로 꼽힌다. 그간 면세업체는 수익성을 확보를 위해서는 다이궁 거래를 줄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다이궁을 유치하기 위해 경쟁사 대비 송객수수료율과 할인율을 높여야 했기 때문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롯데면세점은 지난 1월 다이궁과의 결별을 선언했다. 여타 면세업체도 다이궁 의존도를 줄이기에 심혈을 기울였지만, 높은 공항 임대료를 상쇄하기엔 한계가 있었다는 평가다.
하반기는 다를까
면세업계는 오는 9월 말부터 정부가 추진하는 중국 단체관광객(游客·유커)에 대한 한시적 비자 면제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큰 손'으로 불리는 유커가 복귀하면 실적 회복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인은 국내 관광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요 고객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총 182만1521명이다. 이는 전체 방한 관광객의 27.7%로 1위다.
이에 면세업계는 유커를 겨냥한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먼저 롯데면세점은 주요 인바운드 여행사와 협력해 쇼핑과 관광을 합친 단독 여행 상품을 개발 중이다. 롯데 계열사와의 제휴는 물론 뷰티 클래스, K콘텐츠 체험 등 관광객 개개인의 취향을 반영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결합하는 게 대표적이다. 이와 함께 시내면세점 쇼핑 인프라 확충, 결제 환경 개선을 통해 고객 만족도를 높이겠다는 설명이다.
현대면세점도 비슷하다. 현대면세점은 아쿠아리움 등 주요 관광시설과 연계한 단체관광 관계상품을 내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여기에 외국인 단체관광 활성화를 위해 '알리페이', '위챗페이' 등 중국 간편결제 등급과 현대면세점 멤버십을 매칭해 구매 금액대별 연중 즉시 할인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다.
신라면세점은 중국 현지 사무소와의 연계를 통해 중국 단체 관광객 유치 활성화에 나서겠다는 생각이다. 또 마이스(MICE), 인센티브 단체 등 고부가가치 단체 중심 유치활동을 통해 단체 고객의 방문을 늘릴 예정이다. 단체 여행 형태가 변화하는 만큼 연계 상품도 한층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면세점도 고부가가치 인센티브 단체 프로그램을 통해 고객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다. 연말까지 5만명, 무비자 정책 시행 시 1만명 이상을 추가 유치하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맞춤형 마케팅과 단독 브랜드 유치 확대 등 상품 큐레이션을 강화해 다양한 수요에 대응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책적인 지원이 본격화된다면 객단가가 높은 프리미엄 단체 관광객의 방문이 늘어날 것"이라며 "비즈니스를 목적으로 한 테마단체의 객단가는 여전히 일반 관광단체보다 3~4배 이상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효율적인 매출 확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