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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백화점, 코로나 겪으며 시코르 사업 축소
30여개 오프라인 점포, 20개 아래로 줄어

최근 들어 다시 사업 확대 결정
외국인 관광객 많은 상권, 독특한 K-뷰티 찾아

①경쟁사 입점하지 않고
②기존에 없었던 기능 있는 제품 등을 입점 우선 순위로

 

2016년 신세계백화점이 헬스앤뷰티(H&B) 스토어 시코르를 론칭했다. 프랑스 화장품 편집숍 세포라를 벤치마킹했다. 백화점에 가지 않아도 프리미엄 뷰티 브랜드를 만날 수 있다는 게 시코르의 캐치프레이즈였다. 해외의 유명한 브랜드들도 대거 입점시키고 인기 있는 향수들도 끌어모았다. ‘로드숍의 고급화’였다. 시장 가능성을 알아본 세포라가 2019년 한국에 1호점을 내면서 고급화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코로나가 발생하며 상황이 달라졌다.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고객들이 사라지자 시코르는 사업 축소를 결정했다. 2020년 이후 매장은 꾸준히 줄어들었다. 시코르의 존재감은 희미해졌다. 업계에서도, 소비자들도 관심을 갖지 않은 지 오래다. 

 

그런데 최근 신세계백화점이 시코르를 다시 살리기로 결정했다. 사업 확대를 잠정 중단한 지 4년 만의 변화다. 전략도 달라졌다. 해외 브랜드를 중심으로 매장을 꾸렸던 과거와 달리 경쟁사에 입점하지 않은 신선하고 독특한 K뷰티도 적극적으로 물색하고 있다. 한국 소비자부터 외국인 관광객까지 모든 수요를 흡수하겠다는 계획이다. ◆ “요즘 시코르가 열심히 한대요”신세계백화점이 최근 H&B 스토어 시코르 영향력 확대에 나섰다. 외국인 관광객 상권을 중심으로 신규 출점도 적극적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연내 명동과 홍대에서 새로운 매장을 오픈할 예정이다. 2021년 기존 명동점을 폐점한 뒤 약 4년 만에 명동 재진입이다. 뷰티업계 한 관계자는 “시코르가 브랜드 존재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강남점 오픈 직후 명동점도 오픈하려고 했다”며 “추석 전후로 명동에 새 매장을 내려고 했는데 겨울쯤으로 미뤄졌다. 그에 맞춰 브랜드를 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시코르는 지난 6월 말 강남역 11번 출구에 시코르 플래그십 매장 ‘강남역점’을 새로 열었다. 강남역 일대에 들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매장 면적은 시코르 대구점(약 500㎡) 다음으로 큰 403㎡(약 130평)이다. 체험 콘텐츠가 다양한 대형 매장이 오프라인 유통의 트렌드로 올라서면서 시코르도 이에 맞춰 점포 크기를 키웠다. 

 

매장에 들어서면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이 있다. K뷰티 브랜드가 많아졌다. 색조 쿠션 아이템으로 전 세계를 강타한 K-메이크업 브랜드인 ‘티르티르’를 비롯해 ‘라카’, ‘디어달리아’, ‘힌스’, ‘롬앤’ 등 해외에서 인기를 얻는 K뷰티 브랜드를 대거 확보했다. K뷰티 전용 팝업 공간인 ‘스포트라이트’도 만들었다. 가장 인기 있는 K뷰티 브랜드를 매월 1개 선정해 다양한 이벤트와 프로모션을 펼치는 공간이다.

 

그간 시코르의 핵심 카테고리는 ‘해외 브랜드’였다. 2016년 신세계백화점 대구점 오픈 당시 시코르를 처음 선보였다. 이때 신세계가 강조한 부분은 국내에서 쉽게 접하지 못했던 해외 브랜드를 선보인다는 점이었다. 메이크업포에버, 어딕션, 베네피트, 잉글롯 등의 글로벌 뷰티 브랜드뿐만 아니라 해외 백화점 인기 브랜드인 립스틱 퀸, 스미스 앤 컬트, 바이테리, 퍼스트 에이드 뷰티, 그로운 알케미스트 등도 시코르에서만 단독으로 판매한다는 점을 홍보했다. 

 

또한 백화점에만 입점하던 베네피트의 브로우바를 시코르에서 만날 수 있고 미국의 자연주의 화장품이나 프랑스 프리미엄 헤어 브랜드 등을 입점시켰다는 소식도 적극 알렸다. 신세계백화점은 시코르를 ‘화장품 백화점’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올해 문을 연 강남역점은 다르다. 전체 브랜드 가운데 K뷰티가 차지하는 비중은 60%에 달한다. 기존 점포의 K뷰티 비중이 35%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2배 가까이 키웠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10월 리뉴얼한 AK홍대점에서 K뷰티의 인기를 체감한 뒤 전략을 바꾸었다. 리뉴얼과 함께 K뷰티 라인업을 강화한 결과 외국인 매출 비중이 60%까지 치솟자 시코르의 입점 전략에도 변화가 생겼다.

시코르 전국 점포 수
시코르 전국 점포 수

◆ K-세포라에서 제2의 올리브영으로?

전략이 바뀐 시코르의 성과는 수치로 증명되고 있다. 오픈 당일인 6월 27일부터 7월 30일까지의 매출은 목표 대비 120%를 달성했다. 매출의 약 40%는 외국인 고객으로부터 나왔다. K뷰티 브랜드와 함께 메이크업 컨설팅, 스킨스파 서비스 등 차별화된 콘텐츠도 인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신세계백화점은 이번 강남역점을 시작으로 시코르 사업을 다시 확대할 계획이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K뷰티를 중심으로 한 차별화된 브랜드와 서비스를 앞세워 외국인 고객들이 많이 몰리는 상권에 추가 출점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코로나 이후 사업을 축소해온 지 5년 만의 변화다. 신세계백화점은 2016년 12월 1호점 오픈 이후 2년 만에 전국 20개 매장으로 늘렸고 2020년에는 29개까지 증가했다.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는 로드숍 형태로 매장을 열어 시코르를 ‘지역 명소’로 만들겠다는 목표도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로 인해 오프라인 점포 운영이 어려워지자 수익성 중심으로 매장을 효율화하기 시작했다. 로드숍부터 철수했다. 30개에 달하던 매장은 현재 19개로 줄었다. 이 가운데 12개(서울 8개, 경기 3개)는 수도권에 밀집해 있다. 지방에서는 시코르를 접하기도 어려워졌다. 점포를 늘리기로 결정한 시코르는 ‘K뷰티 라인업 강화’를 핵심 전략으로 내세웠다. 외국인 관광객의 쇼핑 수요를 흡수하는 게 목적이다. 이를 통해 시코르는 한국을 대표하는 ‘화장품 편집숍’이 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시코르의 전략은 올리브영과 유사하다. 올리브영은 K-인디 브랜드를 다수 입점시키고 외국인 상권에 전략 매장을 열면서 인지도를 높였기 떄문이다. 

 

양사의 입점 브랜드 대부분이 중복되면서 타깃 고객이 겹치게 됐다. 시코르가 우위를 점할 확률은 적다. 올리브영의 전국 매장 수는 1분기 기준 1379개에 달한다. 국내 H&B 시장점유율 90%에 육박한다.

 

온라인 배송 서비스에도 차이가 있다. 시코르는 2020년 7월 공식 앱을 론칭했지만 현재도 당일배송이나 익일배송은 지원하지 않는다.올리브영의 가장 큰 강점은 어린 고객들의 라이프스타일 속에 이미 스며들었다는 점이다. 유진투자증권은 “저가 화장품 확산은 10대의 참여가 크다”며 “한국은 다이소, 올리브영이 구매 환경을 조성했다”고 설명했다. 오픈서베이가 뷰티 트렌드를 분석한 결과 20대 소비자가 가장 선호하는 화장품 구매 채널은 올리브영으로 집계됐다. 

 

시코르는 경쟁사에 입점되지 않은 브랜드 발굴과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수수료 정책 등을 앞세워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뷰티업계 관계자는시코르도 수수료가 적은 것은 아니지만 작은 브랜드들이 여기에만 전념하지 않아도 되는 시스템이라며자사 몰이나 다른 유통채널에도 힘을 있어 업계에서는 시코르 입점을 긍정적으로 본다. 매장 수가 적어 대박날 확률은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아니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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