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과거 부동산 대책 직후 대비 안정화 속도 느려
”‘역대 최대’ 한미 금리차 부담… 추경 덕에 인하 시점 미뤄
전문가 “금리 인하는 시간 문제… 10월이냐, 11월이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2회 연속 동결했다. 수도권 집값 상승세와 가계부채 증가세가 좀처럼 잡히지 않는 상황에서 섣부른 금리 인하가 또다시 부동산시장 과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30조원이 넘는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집행으로 인한 경기 회복세는 한은이 금리 인하 시점을 늦출 수 여력을 마련해줬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연내에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인하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하지만 인하 시점을 두고서는 의견이 갈린다. 올해 남은 금통위는 10월과 11월로, 총 2번이다.
기준금리 2.50% 유지… “추경으로 경기 점검 여력 생겨”
한은 금통위는 28일 열린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했다. 지난달에 이어 두 차례 연속 금리를 묶은 것이다. 한은은 2021년 8월부터 2023년 1월까지 기준금리를 0.5%에서 3.5%로 올린 뒤 1년 7개월간 금리를 유지했다. 이후 작년 10~11월 잇따라 금리를 인하한 후 올해 들어서는 동결(1월·4월·7월), 인하(2월·5월)를 번갈아 결정했다.
이번 결정에는 주택시장 동향을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판단이 주요하게 작용했다. 정부가 지난달 28일부터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낮추는 등 고강도 규제를 시작했지만, 좀처럼 주택시장이 안정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8월 첫째주 0.14% 상승해 전주(0.12%)보다 오름폭이 확대됐다. 6월 부동산 대책 발표 뒤 5주 연속 둔화세를 보이다, 6주 만에 다시 확대된 것이다. 8월 둘째주와 셋째주에는 다시 0.10%, 0.09%로 상승폭이 줄었지만 선호 단지 가격 오름세는 지속되고 있다.
가계부채 부담도 여전하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이달 7일 기준 760조8800억원으로 지난달 말보다 1조9100억원 늘어났다. 일평균 증가액이 2700억원으로, 대출 규제 후 증가세가 꺾였던 7월 일평균(1300억원)의 2배가 넘는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통위 직후 기자회견에서 “가계부채 대책의 영향으로 수도권 주택 시장 과열이 진정됐지만 서울 일부 지역에서는 높은 가격 오름세가 이어지는 등 과거 부동산 대책 직후와 비교하면 안정화되는 속도가 더디다”면서 “금리를 동결해 주택시장 가격 상승 기대를 안정시킬 필요성, 향후 정부의 추가 부동산 대책과 공조할 필요성 등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역대 최대(2%p)로 벌어진 가운데, 추경 등 재정정책은 한은이 금리 인하 시기를 좀 더 저울질 할 수 있는 여건이 됐다. 이 총재는 “향후 성장경로 불확실성이 높지만 최근 재정지출 확대의 영향으로 경기가 다소 개선되고 있다”면서 “인하 시기는 경기 상·하방 요인의 전개상황을 좀 더 점검한 후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은은 이날 수정경제전망에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9%로 제시했다. 종전 전망(0.8%)보다 0.1%포인트(p) 상향 조정한 수치다. 관세 협상 이후 수출 호조와 추경 효과가 각각 0.2%p씩 성장률을 올렸는데, 예상보다 부진한 건설경기가 0.3%p를 끌어내렸다는 설명이다.
금통위원들은 향후 추가 인하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날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5명은 3개월 이내 기준금리를 연 2.50% 밑으로 낮출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이 총재는 “5명은 한국 경제가 현재 잠재 수준보다 낮은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만큼 추가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고 상하방 리스크와 금융안정 상황을 점검하자는 입장”이라면서 “나머지 1명은 금융안정 리스크가 충분히 해소되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한 만큼 금리를 유지하면서 경제 상황을 점검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이라고 말했다.
연내 금리 인하는 확실한데… 시점 두고선 견해차
이 총재가 내년 상반기까지 금리 인하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했지만,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릴 시점을 두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당장 다음 금통위인 10월에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과 올해 마지막 금통위인 11월에 낮출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10월 인하설은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졌다”면서 “저성장에 대한 한은의 대응이 점진적으로 이어질 거라 내년 상반기에 한 차례 더 인하해 금리는 2%까지 내려갈 것”이라고 했다.
이날 이 총재가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2% 밑으로 떨어졌다고 보고 있다”면서 “미국과 같이 큰 나라도 2% 넘는 잠재성장률을 갖고 있는데 우리나라가 인구 고령화를 그대로 받아들여 성장률이 1% 밑으로 떨어지는 걸 너무 당연히 여기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 것에 주목한 것이다.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는 현상을 방관하지 않고 금리 정책을 동원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잠재성장률이란 모든 생산 요소를 사용해 물가상승률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이룰 수 있는 최대 경제성장률이다.
반대로 ‘10월 동결·11월 인하설’의 근거는 이 총재의 부동산 발언이다. 이날 이 총재는 “정부가 6·27 대책으로 거시건전성 정책을 발표했고 앞으로도 추가적인 정책이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면서 “이런 정책이 어느 정도 효과를 내려면 정책 공조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우혜영 LS증권 연구원은 “추가 부동산 대책이 나오는 시점과 그 이후 아파트 거래량 자료를 보고 한은이 금리를 결정하려는 취지로 해석된다”면서 “정책이 시장에 영향을 미쳐 실제로 데이터로 드러나는 데에는 시차가 있으니 한은이 11월까지 금리 인하를 미룰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고채 금리는 기준금리 동결 결정 이후 대체로 상승했다. 서울 채권시장에서 이날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1.4bp(1bp=0.01%포인트) 오른 연 2.416%를 기록했다. 5년물 금리는 0.7bp 오른 연 2.576%로 마감했다. 10년물 금리는 연 2.815%로 1.0bp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