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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지주택공사 LH가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재명 대통령이 6월 열린 국무회의에서 LH에 대해 비판하고 나서부터다.

 

이 대통령은 “LH가 공공택지를 조성해 이익을 붙여 민간에 매각하는 것을 너무 당연하게 여긴다”며 “매각 구조를 원점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국토교통부는 ‘LH 개혁위원회’를 발족하는 등 적극적인 개편 작업에 착수했다.

 

LH 개혁이 새로운 주제는 아니다. 약 2년 전 윤석열 정부 당시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가 발생했고 4년 전에는 직원들의 3기 신도시 땅투기 사건으로 전국이 떠들썩했다. 그때마다 LH를 바꿔야 한다는 논의는 반복됐지만 큰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지금에 이르렀다.LH는 왜 이렇게 많은 사건·사고에 등장하게 되었을까. LH가 어떤 업무를 맡고 있는 조직인지, 그리고 왜 그동안 개혁하기가 어려웠는지 알아봤다.

한국토지주택공사 주요 사업 (LH)
한국토지주택공사 주요 사업

 

신도시부터 임대주택까지, 담당사업 매년 늘어

주택 소비자인 국민 대부분은 ‘휴먼시아’ 등 ‘LH 아파트’를 통해 LH라는 공기업을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LH의 업무 범위는 국내 공기업 중 가장 광범위하며 점차 확대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법에 따르면 LH는 “국민주거생활의 향상과 국토의 효율적인 이용을 도모하여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이 설립 목적이다. 즉 ‘국민 주거’와 ‘국토 이용’이 LH 사업의 핵심이다. 사실상 부동산 전반을 포괄한다는 뜻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법 제8조에선 크게 10개의 항목과 그에 딸린 사업으로 LH의 사업 범위를 명시하고 있을 정도이다. 그중 공기업 경영공시에서 주요 사업으로 정리한 6가지가 도시조성, 국책개발, 경제기반, 도시재생, 토지비축, 주거복지 등이다.핵심은 주거복지와 도시조성으로 보인다. 올해 예산 역시 주거복지(13조6300억원), 도시조성(9조9955억원) 순으로 많다. 도시조성은 통상 ‘신도시’라 일컬어지는 공공주택지구를 기획, 조성하고 용도별로 토지를 분양하거나 일부 토지는 공공주택으로 자체 개발한다. 즉 신도시 내 LH 아파트는 물론 그 신도시 자체를 개발하는 주체가 LH인 셈이다.

 

이 신도시 조성 과정에서 기존 토지주들에게서 토지를 보상하고 수도, 전기, 도로 등 기반공사까지 끝낸 뒤 블록 단위로 쪼개진 토지를 분양하는 것이 통상 LH의 역할이다. 이때 토지보상 및 택지 기반시설 등 조성 원가 대비 토지 분양가격에서 얻는 차익이 높다. LH가 “땅장사를 한다”는 비판을 받는 것이 이 때문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LH 제출 자료를 분석한 결과 경기도 화성동탄2 신도시의 토지 매각 차액이 2조8132억원으로 나타났다. LH가 이곳에서 매각한 공동주택용지(아파트 부지)는 4.9㎢(149만5000평)으로 매각 수익이 총 10조5281억원, 3.3㎡당 704만원이었는데 조성원가는 3.3㎡당 516만원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조성된 공공택지의 일부 블록에 임대주택을 개발, 운영하거나 저소득층, 청년, 신혼부부에게 저렴한 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주거비를 지원하는 것도 LH의 중요한 업무이다. 이 주거복지 사업은 만년 적자로 지금껏 LH 부채가 증가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이 밖에도 LH는 국토 균형발전을 위해 세종특별자치시와 혁신도시 개발에 앞장 섰으며 공공 재개발, 재건축 등 노후 도심 개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동시에 매입임대, 전세사기 주택 매입, 악성 미분양(전공 후 미분양 매입) 등 일선에서 정부의 주거복지, 부동산 정책을 실현하며 적자 사업이 늘고 있는 구조이다.

 

토공과 주공 합병해 탄생

2024년 LH요약 구분손익계산서
2024년 LH요약 구분손익계산서

 

LH의 업무가 이처럼 방대해진 결정적 계기는 2009년 조직의 탄생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공기업 선진화’ 정책을 펴던 이명박 정부는 공기업 통폐합 및 매각에 나섰다. 그러면서 결국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를 합병했다.

 

합병 당시에도 토지개발사업을 하던 토지공사는 상대적으로 우량 공기업, 주거복지를 제공하던 주택공사는 만성 적자기업으로 여겨졌다. 이들 공기업 간 합병의 효과로 주택공사의 적자가 토지분양 수익으로 보전되는 효과가 나게 된 것이다.또 LH의 출범으로 인해 당시 정부에서 적극 추진하던 보금자리주택 사업의 신속한 진행이 가능해졌다. ‘반값 아파트’ 공약에서 출발했던 보금자리주택은 저렴한 가격에 질 좋은 주택을 공급해야 했기에 물량 대부분을 LH가 공급하게 됐다.

 

정부는 주거 선호지역인 강남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해제해 세곡동, 내곡동 일대에 첫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부지조성과 주택공급 기능을 두루 갖춘 ‘매머드급 공기업’이 사업을 주도하면서 2009년 사업시행인가, 2010년 강남지구 착공, 2011년 공공분양을 시작하는 등 신속한 사업 추진이 가능했다.LH는 이처럼 정부는 물론 정치권의 요구에 따라 갖가지 사업을 늘려갔다. 보금자리주택 이후에도 정부의 주택공급 활성화 정책에 따라 2011년에는 신축 다가구 매입임대 사업을 시작했으며 박근혜 정부 당시 행복주택, 문재인 정부에선 신혼희망타운·3기신도시 조성에 착수했다.

 

자산 233조원, SK하이닉스보다 많아

자꾸 추가되는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조직도 비대해질 수밖에 없다. 몸집을 불려가는 공기업 특성도 한몫한다. LH 임직원 수는 증가하는 추세인데 2025년 2분기 기준 약 9000명에 달한다.

 

2024년 기준 자산은 233조7000억원, 부채는 160조1000억원이다. 자산 규모로 따지면 상장사 중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와 2위 SK하이닉스 사이인 셈이다. 일각에선 토지 자산이 많은 LH 특성상 자산가치가 과소평가됐을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2024년 결산(고유사업) 기준 연매출은 15조5722억원, 영업이익 3404억원, 당기순이익은 7608억원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경기의 등락, 택지사업 진행 규모 등에 따라 실적의 변화가 나타나며 2020년부터 최근까지는 2023년 상반기를 제외하면 영업흑자를 기록했다.

 

개발 이권 집중, 비리에 취약

LH는 국토부 산하의 ‘준시장형 공기업’이다. 준시장형 공기업은 자체수입액이 총 수입의 50% 이상, 85% 미만인 곳으로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정한다. 통상 민간에서 운영하기 어려운 사업 분야를 맡으며 정부 지원금을 받는다.

 

이처럼 공적인 사업을 하는 기관이라는 점과 민감한 주택 등 부동산 사업을 한다는 점에서 전 국민의 관심이 LH에 집중된다. 잊혀질 만하면 불거지는 ‘땅 장사’ 논란도 결국은 두 요소가 얽혀 생긴 비판이다.무엇보다 한 조직에 권한과 이권이 집중돼 비리가 개입하기 쉽다. 미리 3기신도시 등 택지지구 개발 정보를 알게 된 LH 직원들이 해당 지역에 집중적으로 토지를 사들인 사건이 대표적이다. 2021년 3월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이 폭로한 이 사건은 사회에 큰 파장을 낳았다.

 

3기신도시 중 가장 규모가 큰 광명·시흥 신도시에 LH 직원들이 100억원대 땅을 매입했다는 내용이었는데 이 과정에서 LH 직원들은 농사도 짓지 않으면서 농협에 가입하는 등의 방법으로 58억원 대출을 받았다. 한 직원은 토지 보상금에 더해 지장물 보상까지 받기 위해 이렇게 사들인 땅에 희귀품종 나무를 무더기로 심기도 했다.

 

그런데 ‘LH 땅투기 의혹’은 곧 지역 정치인들과 공무원들의 투기 의혹 수사로 번지기도 했다. 이미 공직사회에 암암리에 비슷한 비리가 만연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결국 ‘제2의 LH 사태’를 막는다는 취지에서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의 빠른 제정 및 시행이 이뤄졌다. 이듬해에도 건설자재 납품비리 사건이 터졌고 2023년에는 지하주차장 붕괴사고가 발생한 인천 검단 아파트 현장에서 ‘전관’ 업체가 감리를 맡았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개혁의 핵심, 조직 슬림화·주거복지 강화

현재 논의되고 있는 LH 개혁 방안은 조직을 분리하고 주거복지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다. 실제 최근 몇 년간 가장 예산 규모가 컸던 도시조성사업이 올해 주거복지사업에 밀리게 됐다. 조성한 택지는 매각하는 대신 LH가 직접 임대주택이나 공공분양으로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LH개혁위 민간 공동위원장을 맡은 임재만 세종대 교수는 8월 28일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 LH를 LH, 토지주택은행, 주택관리공단으로 나누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방안에 따르면 LH는 택지 조성과 주택 건설을 맡고 미매각 택지와 공공주택은 토지주택은행을 설립해 담당하게 한다. 주택관리공단은 공공주택 입주자 생활 서비스를 제공하고 주거 급여를 배분하게 된다. 전국의 LH 지사를 독립시키거나 지방 개발공기업에 합병시키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교수는 “국내 인구가 줄고 있어 현 정부 방침대로 추가적인 신도시 개발을 하지 않고 주거복지를 강화하는 것이 맞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LH 개혁의 걸림돌이었던 주거복지 비용 보전 문제를 해소할 더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현재 정부의 직접보조금은 2000억원 내외인데 공공임대 관련 사업의 영업적자는 조 단위에 달한다. 그럼에도 LH는 택지개발 수익으로 적자를 면하고 있다.

 

LH 관계자는 “정부보조금 택지개발로 수익을 내 적자를 보전하는 형태가 맞다”며 “당기순이익이 영업이익보다 높게 나타나지만 정부보조금 영향이 아닌 자회사 수익이 잡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공공임대주택 임대료 인상이나 정부 보조금 인상, 공공주택 분양가 인상 등이 LH의 수익을 증가시키는 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LH 현재의 규모대로 택지를 개발해 임대나 공공분양 주택으로 직접 개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택지사업 자체의 규모가 매우 축소되는 대신 LH 분양 수익을 추가로 가져가면서 수익을 올릴 있을 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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