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이재명 대통령, 래리 핑크 회장 접견
AI와 에너지 전환, 인구 변화 등 놓고 논의
급증하는 AI 수요에 맞춰 "한국을 AI 허브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한국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AI 수도로 만들기 위한 협력에 나선다. 블랙록은 22일(현지시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국내 AI 산업·인프라·데이터센터 등에 최대 수십조원 규모의 투자를 검토하기로 했다.
이번 협력은 이재명 대통령이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한 가운데, 첫 일정으로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 아데바요 오군레시 글로벌인프라파트너스(GIP) 회장, 김용 전 세계은행 총재와 만난 자리에서 이뤄졌다.
하정우 대통령실 AI미래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과 핑크 회장은 AI, 에너지 전환, 인구 변화라는 인류의 대전환 과제를 중심으로 논의했고, 전략적 협력의 필요성에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핑크 회장은 이 자리에서 “AI와 탈탄소 전환은 반드시 함께 가야 하는 전 지구적 과제”라며 “전 세계 자본을 연결해 한국이 아시아의 AI 수도가 될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환영 의사를 전하며 핑크 회장의 한국 방문을 요청했다.
핑크 회장 일행은 또 “취임 이후 한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정치·경제 상황이 빠르게 안정되고 있다”며 한국의 경제 발전 가능성과 정부의 AI·에너지 정책 추진 의지를 높게 평가했다.
블랙록은 약 12조5000억달러(약 1경7000조원)의 자산을 운용하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다. 현재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xAI 등과 함께 ‘글로벌 AI 인프라 파트너십(AIP)’을 구성해 글로벌 차원의 AI·재생에너지 인프라 투자에 앞장서고 있다.
이번 MOU에서 양측은 세 가지 큰 방향성에 합의했다.
먼저는 △국내 AI와 재생에너지 인프라 협력이다. 급증하는 AI 수요에 대응해 데이터센터와 재생에너지 발전·저장 설비를 결합하는 통합적 접근을 검토한다. 그 다음은 △한국 내 아시아·태평양 AI 허브 구축이다. 재생에너지 기반의 하이퍼스케일 AI 데이터센터를 한국에 세워 국내 수요를 충족하고, 나아가 아·태 지역 수요까지 흡수한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협력 구조도 함께 마련키로 했다. 한국의 주요 연기금과 기관투자자가 블랙록의 AIP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향후 5년간 아·태 지역 AI 및 재생에너지 전환을 위한 대규모 투자 방향을 공동 설계한다.
투자 방식은 금융투자(FI) 성격이 강하다. 차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블랙록은 국내 프로젝트 파이낸스 구조로 포트폴리오를 짜는 FI이기 때문에 한국 로드맵이 잘 이행될수록 상호 이익이 커지는 구조”라며 “MOU 직후 한·블랙록 공동 TF를 꾸려 우선 수조원 규모의 파일럿 투자를 시작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양측은 이번 합의를 계기로 한국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신뢰할 만한 거점 국가로 만들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AI 데이터센터 구축 과정에는 반도체, 배터리, 통신, 보안, 냉각 기술뿐 아니라 재생에너지 발전·저장 장치와 송배전망까지 결합해 국내 기업 전체가 참여하는 초대형 통합 프로젝트로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국가 산업 생태계를 활성화하고 국내 기업이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 역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데이터센터, 재생에너지, 전력망 등 핵심 분야의 성장 기회를 열고, 한국 시장이 국제 금융 생태계에서 신뢰할 만한 투자처로 자리매김하도록 하겠다는 목표다. 그 일환으로 오는 25일 글로벌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대한민국 투자서밋’을 개최해 한국 시장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릴 예정이다.
한편 이 대통령은 유엔총회 기조연설과 안보리 공개토의에서도 AI·에너지·인구 문제에 대한 글로벌 협력 필요성과 한국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할 계획이다. 과기정통부 장관과 대통령실 AI미래수석은 오는 23일 IBM 양자연구센터를 방문해 양자 분야에서의 한·미 협력 방안도 논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