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1년여 만에 정기예금 금리를 소폭 인상했다. 다만 현재 기준금리 인하 추세와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총량 관리 등을 감안하면 예대금리차(예금·대출 금리 차이) 당분간 줄어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23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이날 하나은행은 시장금리 상승을 고려해 기존 연 2.45%였던 1년 만기 금리를 0.05%p 올렸다.
지난 22일 KB국민은행도 대표 예금상품인 'KB 스타(Star) 정기예금' 금리를 0.05%p 인상했다. 12개월 만기 KB Star 정기예금 고객적용 금리 역시 2.50%로 지난주(2.45%)에 비해 0.05%p 올렸다. 지난해 6월 이후 1년 3개월 만이다. 지난 19일 우리은행도 12개월 만기 정기예금 금리를 0.05%p 인상한 상태다.
신한은행의 경우 금리 인상 여부를 내부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신한은행의 12개월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2.45%다.
은행권 관계자는 "시장 금리가 오르고 있는 만큼 예금 금리에 인상분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은행 정기예금이 소폭 인상이 되면서 예대금리차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압박 기조 속에 은행권이 대출 금리를 끌어올리면서 주요은행의 예대금리차는 최근 3년 만에 최고 수준에 머물고 있다. 실제 7월 기준 5대 은행의 정책서민금융 제외 가계대출 예대금리차는 평균 1.47%로 직계됐다. 이는 전월(1.42%p) 대비 오른 것으로 5월(1.34%p)과 비교해 0.13%p 뛰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예금금리의 인상에도 당분간 예대금리차 축소는 쉽지 않다는 게 은행권 분위기다.
우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기조에 영향을 받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속도는 더 빨라질 수 있다. 통상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은행은 이를 곧바로 예금금리에 반영해 조정한다. 반면 대출금리는 가계부채 관리, 자본 규제, 리스크 프리미엄 등의 이유로 인하 속도가 제한적이다. 때문에 기준금리 인하 국면에서는 예금금리가 대출금리보다 더 크게 떨어지면서 예대금리차가 벌어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아울러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압박과 최근 발표된 생산적 금융 전환 방안으로 신규 주택담보대출 위험가중치(RW) 하한이 상향되면서 은행의 대출 공급 여력은 줄어들 전망이다. 이는 신규 대출 축소나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은행권 관계자는 "예금금리는 시장금리를 반영해 소폭 조정했지만 대출금리는 리스크 관리와 정책 요인 때문에 쉽게 내리기 어렵다"며 "당분간 예대금리차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