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대외부문평가보고서
달러는 11.9% 고평가 진단
일본은 미국과 환율협상까지 마쳐
진행중인 한미 환율협상 쉽지 않을듯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보고서에서 원화 가치를 2.4% 저평가된 상태로 평가했다. 미국과 환율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한·미 협상에서 미국 측이 원화 절상을 요구하는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11일 일본은 미국과 환율 협상을 순조롭게 마무리한 반면, 우리 정부는 관세 협상에서 난항을 겪고 있는 만큼 환율 역시 미국의 절상 압박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IMF가 최근 발표한 ‘2024년 대외 부문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원화는 실질실효환율 기준으로 2.4%가량 낮다고 평가했다. 실질실효환율은 주요 교역 상대국들과의 명목환율 수준과 물가 변화를 고려한 평균적인 가치를 의미한다. 한 나라 수출품의 대외 경쟁력이 높아지지도 낮아지지도 않은 환율을 최적 환율로 전제했을 때, 이와 비교해 한국 원화 가치는 2.4% 평가절하되어 있다는 의미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IMF는 정상범위 내에 (원화가) 놓여 있다고 평가했다”며 “펀더멘털에서 벗어나지는 않지만, 약세의 상태라고 진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IMF는 미국 달러에 대해서는 11.9% 고평가되어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 엔화에 대해서는 3.3% 저평가돼 있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자국 통화가 약하게 평가돼 있으면 수출에 유리하고 수입은 감소시키는 경향이 높다. 이에 미국이 현재 진행 중인 한미 환율협상 과정에서 원화 절상 요구의 근거로 활용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IMF의 대외부문 보고서는 역대 미국 정부가 외국에 대한 환율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주요하게 참고해온 만큼, 협상 과정에서 원화 절상 압박 요구 논리로 활용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최근 협상 과정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보고서의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관계자는 “트럼프 정부는 (해당 보고서를) 원화 가치 평가절하되었다는 논리로 활용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며 “하지만 실질실효환율은 전 세계 무역수지를 완전히 균형적으로 만들 수 있는 환율에 대한 평가를 기준으로 하는 만큼, 경상수지 흑자를 내온 우리나라는 구조적으로 (원화 가치가) 저평가됐다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이어 “또 한국이 대미 투자를 확대하면 오히려 달러 수요가 늘어 원화 절상은 쉽지 않은 구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미국과의 환율 협상은 순탄치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본은 최근 관세 협상에서 적극적인 현금 투자를 결정한 만큼 환율 협상을 무난하게 마무리한 측면이 있었다. 미국과 일본은 지난 11일 미·일 환율협상을 마무리하고 재무장관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두 나라는 “환율은 시장에서 결정돼야 하며 과도한 변동성은 경제 및 금융 안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불공정한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환율을 조작하지 않기로 약속했음을 재확인한다”는 원칙만 재확인하는 선에서 협상을 끝냈다. 일본이 대미 투자 5500억 달러를 약속하는 등 관세 협상 과정에서 상당한 양보를 했던 만큼, 환율 문제에서는 미국의 추가 요구가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한국은 아직 관세 협상에서 미국과 현금 투자 비중과 한미 통화 스와프 등에 대한 의견을 두고 교착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은 관세 협상에서 미진한 가운데 환율을 지렛대로 더 많은 것을 얻어가려 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