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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스타트업계,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 6일 일하는 고강도 근로 문화 유행

 

“일주일에 70시간 근무를 원치 않는다면 우리 회사에 지원하지 마십시오.”

 

지난달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릴라(Rilla)의 홈페이지에 이 같은 조건이 달린 AI 엔지니어 채용 공고가 올라왔다. 미국에서 초과근무 수당을 지급해야 하는 기준인 표준 근로시간은 주 40시간이다. 릴라가 요구하는 근로시간은 표준 근로시간의 거의 두 배에 육박하는 셈이다.

 

샌프란시스코의 스타트업 ‘위크데이 AI’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채용 공고에 “주 6일(일요일만 휴무) 일하고 싶지 않은 지원자는 직무에 적합하지 않다. 인내심을 갖고 어려운 과제를 해결하는 것을 좋아하는 지원자를 찾는다”고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커리어 플랫폼 링크트인이나 구인 정보 사이트에는 주 6일 혹은 70시간 이상 근무 조건을 내건 미국 스타트업들의 채용 공고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미국의 스타트업들이 최근 이른바 ‘996’으로 불리는 고강도 근로 문화를 도입하고 있다. 996 근무란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 6일 일하는 중국식 근로 문화를 일컫는다. 한때 직원들의 능력과 창의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자율 출퇴근, 재택근무 옵션, 무제한 유급 휴가와 같은 복지 혜택과 직장 내 자유로운 분위기를 제공했던 미국 스타트업들이 이제는 정반대의 길을 가기 시작한 것이다.

 

술도, 잠도, 여가도 포기

 

“우리는 996 근무를 채택하겠다.” AI 스타트업 머커(Mercor)의 브렌던 푸디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초 자신의 X(옛 트위터)에 996 근무 동참을 선언했다. AI 열풍으로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스타트업들은 “지금이 승부를 걸 순간”이란 인식하에 극한의 노동 강도를 받아들이는 추세다. 현재 벌어지는 ‘AI 전쟁’의 승리자가 미래의 보상을 독차지할 것이란 절박함이 배경이 됐다.

 

미국의 지역 언론 샌프란시스코 스탠더드는 실리콘밸리의 996 문화에 대해 “AI 붐을 평생의 가장 큰 기술 변혁으로 여기는 많은 사람이 하루하루 치열하게 보내며 시장점유율을 지키려 한다. (실리콘밸리) 길 건너편 경쟁자들이나 중국 경쟁자들이 더 열심히 일해 시장을 장악할까 두려워한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AI 스타트업 창업자들에게는 성공을 위해 술도, 잠도, 여가도 없다”며 “1조달러(약 1400조원) 기업을 만드는 꿈을 이루기 위해 샌프란시스코로 몰려드는 20대들은 노트북 외에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과의 치열한 AI 경쟁도 실리콘밸리의 고강도 근로 문화를 부추기는 한 이유다. 미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와이어드는 “미국의 AI 기업들은 중국과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996 근무라는 이름뿐 아니라 근무 시간까지 모두 차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전체로 퍼지나

 

고강도·장시간 근무 문화 확산은 AI 분야 스타트업만의 일은 아니다. 벤처캐피털 인덱스벤처스의 파트너 마틴 미뇨는 자신의 링크트인에 “실리콘밸리에서 중국의 996 근무 체계는 새로운 스타트업 표준”이라며 “이 흐름은 실리콘밸리를 넘어 뉴욕, 심지어 유럽에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적었다. 바이오데이터 스타트업 래치바이오는 최근 채용 공고를 내면서 “우리는 주 6일(월~토요일) 일한다”면서 “직원 복지 중 하나로 ‘주당 12끼 이상의 식사’를 준다”고 내세웠다.

 

스타트업뿐 아니라 미국 일반 기업으로도 강도 높은 근무 문화가 확산할 가능성도 있다. 경제 전문 매체 포브스는 “미국 직장 문화 전반에 (고강도 근무 문화가) 점점 퍼지는 중”이라며 “(AI) 기술 발전이 업무 시간과 개인 시간의 경계를 점점 모호하게 만들면서 고용주가 근무 시간 범위를 넘어선 업무 완수를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포브스는 주 70시간 이상 근무를 표준 관행으로 쉽게 수용할 수 있는 업계로 월가의 금융회사, 경영 컨설팅 업체, 대형 로펌 등을 꼽았다. 지난 2월 세르게이 브린 구글 창업자도 “주 60시간이 생산성 향상에 적합한 수준”이라며 고강도 근무를 주장하기도 했다.

 

반대로 가는 중국

 

반면 996 근무 문화가 시작된 중국에서는 오히려 근로 강도가 다소 약화되는 추세다. 과로로 인한 부작용이 커지면서 2021 중국 최고인민법원은 996 근무를 불법으로 규정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 3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쳇바퀴 도는 같은 과도한 경쟁을 해소하기 위한 포괄적 조치를 취할 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최근 일부 중국 기업에서는 장시간 근무 기업 문화를 바꾸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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