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전까지 7거래일 연속 1400원 상회
약달러에도 대미투자 불확실성에 원화값↓
전액 현금 지급 시 1500원 돌파 전망까지
원·달러 환율이 7거래일째 1400원을 넘어서는 등 원화 가치 하락세가 유지되고 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 자금의 집행 방식을 두고 불확실성이 장기간 지속된 결과다. 미국의 요구대로 전액 현금 투자가 실현될 경우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상회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해외 투자금액 증가로 대외 불확실성이 해소되더라도 향후 환율 하락세가 가파르지 않을 전망이다.
9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추석연휴로 인한 외환시장 휴장 전 마지막 거래일인 지난 2일 원·달러 환율(새벽 2시 기준)은 1407원에 야간거래를 마쳤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장중에 1408.7원까지 올라 지난달 24일(1405.5원)부터 7거래일 연속 장중 1400원대를 상회했다.
최근 원화 약세를 주도한 가장 큰 원인은 대미투자 불확실성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3500억달러 규모의 ‘선불’ 조건을 요구한 가운데 자금의 집행 방식이 정해지지 않고 정부가 요청한 무제한 통화스와프도 난항을 겪으면서 원화 약세 우려가 가중된 것이다.
문홍철 DB증권 연구원은 “달러는 약세 흐름을 여전히 보이고 있고 외국인이 원화 주식을 적극적으로 매수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3500억달러 대미 투자에 대한 불확실성에 환율은 최근 다시 1400원선을 위로 넘나들고 있다”고 짚었다.
김명실 iM증권 연구원도 "3500억달러 대미 투자 계획은 재정, 외환, 민간자금 동원 모두에서 문제점들을 가지고 있어 조달 난항이 불가피하다"며 "민간 자금을 대규모로 끌어오는 것은 금리 및 환율 변동성을 키울 수 있으며, 연기금 역시 국내 투자 수익성 및 안정성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전액 참여는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특히 대미투자 불확실성에 따른 원화 가치 하방압력은 최근 발표된 한미 재무 당국 간 환율 협상 이후에도 지속되고 있다. 환율 협상으로 향후 환율조작국 지정에 대한 우려를 덜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환율조작국 지정 요건 가운데 당국 순거래 조건을 한국이 충족하지 않았고, 애초에 환율 조작국 지정 여부 등이 최근 외환시장의 주요 재료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 협상에 대한 우리 정부의 접근 방식이 환율조작국 지정 우려를 덜기 위한 것이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재무부 환율보고서 발표, 또는 조작국 지정 여부 관련 우려 등은 환율에 유의미한 재료가 되지는 않았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재무부 환율보고서 발표와 이후의 원화가치와의 상관성도 부재한 점도 같은 맥락”이라며 “애초에 조작국 여부보다는 그 이후의 협상이 방점”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결국 원화 약세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미투자과 관련한 현금조달 우려를 해소해야만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은행간 시장 일평균 외환거래 규모가 412억달러, 원·달러 현물환 거래량이 159억달러임을 고려할 때 3500억달러 규모의 대규모 달러 환전을 소화해야 할 경우 환율이 연고점을 넘길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NH투자증권은 “미국 측 요구에 따른 극단적인 협상이 타결되고 일시에 실행될 경우 환율이 급격한 상승 압력을 받아 1500원 돌파를 시도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에 더해 시장에서는 대미투자 불확실성이 해결되더라도 환율이 빠르게 안정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 전망이 달러 약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해외 투자 금액 역시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하락세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국수출의 대미 경기 민감도가 높아진 가운데 자본수지가 환율에 미치는 영향력 확대되고 있다”며 “미국 주식시장이 반등할 경우 내국인의 해외 증시 투자 확대가 원화의 약세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