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차세대 메모리인 6세대 D램(이하 1c D램) 양산 초읽기에 들어갔다. 1c D램 수율이 양산 목표치인 80%에 근접한 것으로 파악됐다.
1c D램은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 HBM4 기반이 되는 제품으로, SK하이닉스에 내준 인공지능(AI) 메모리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승부수가 될지 주목된다.
15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전자 1c D램 수율은 최근 70%대에 이른 것으로 파악됐다.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1c D램의 수율을 크게 개선, 목표 수율인 80% 이상에 근접한 상황”이라며 “내부적으로도 1c D램의 사업 성과에 자신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총 생산 제품 중 양품의 비중을 뜻하는 수율은 반도체 생산의 핵심 지표다. 수율이 높을 수록 공급할 수 있는 반도체가 많아져,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통상적으로 D램 경우 연구소에서 개발을 마치고 양산 라인에 이관할 때 약 50% 안팎의 수율이 나오는데, 80~90%대까지 끌어 올려야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수율로 본다.
1c D램은 회로 선폭이 11~12㎚ 수준인 10나노미터(㎚)급 6세대 D램이다. 전영현 부회장이 삼성 반도체 구원투수로 투입된 후 설계 개선에 착수한 메모리다. HBM을 포함한 삼성 메모리 경쟁력 약화의 근원적 원인 해결을 위해 설계부터 뜯어 고친 것이다.
여기에 1c D램은 삼성이 밀린 HBM 시장에서 다시 입지를 강화시킬 핵심 카드였기 때문에 개발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경쟁사들은 전 세대격인 1b 램을 기반으로 HBM4를 만드는 반면 삼성은 이보다 앞선 1c를 써, 판세를 뒤집을 계획이었다.
때문에 삼성이 1c D램 수율을 양산 수준까지 끌어올린 건 상당한 의미를 갖고, 업계 미칠 파장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삼성은 그동안 근원적 경쟁력 회복을 강조해왔다. 전영현 부회장은 반도체 복귀 뒤 지난해 10월 이례적 반성문을 내놓고 “단기적인 해결책 보다는 기술의 근원적 경쟁력을 복원할 것”이라며 “기술과 품질은 삼성전자의 자존심”이라고 했다. 전 부회장은 이 때를 전후해 반도체 재설계라는 과감한 조치를 단행했는데, 경쟁력 회복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은 1c D램을 수직 적층해 제조하는 HBM4 수율도 상당 수준으로 올라온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1c D램이 안정화되면서 HBM4의 현 샘플 단계 수율이 50%에 이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수율 개선을 바탕으로 1c D램 양산을 서두르고 있다. 현재 1c D램 생산 위주인 삼성전자 평택 4공장(P4)에 반도체 장비를 반입 중이다. 라인 구축 마무리 단계로 알려졌다. 1c D램은 상당수가 HBM4용으로 알려졌다. 궁극적으로 HBM4 대량 공급을 위한 사전 준비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과 HBM4 성능 평가(퀄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양산 승인을 받으면 바로 생산에 돌입할 것으로 관측된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이르면 다음달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기존 공정 라인에 있던 장비를 신규 라인에 옮기는 공정 전환(테크 마이그레이션)을 취하고 있다”며 “기존 장비 활용도를 높여 장비 도입 기간(리드타임)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가동 시점을 크게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