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협상 임박…"환차익 수요 늘 것"

5개월 만의 강달러에 달러예금 규모가 빠르게 줄고 있다. 차익을 거두려는 소비자들이 달러예금 인출을 서두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15일 한-미 관세협상 타결 기대감에 원-달러환율이 떨어지기 시작하고 있어 인출에 가속이 붙을 것이란 예상이다.
17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에 따르면 15일 기준 달러예금 잔액은 595억4100만달러(84조4529억원)로 집계됐다. 지난 9월 말 609억5500만달러(86조4586억원)보다 14억1400만달러(2조56억원) 빠졌다. 추석 연휴가 막 끝난 지난 10일(653억4700만달러, 92조6620억원)과 비교하면 감소세는 더욱 도드라진다.
이 기간 원·달러환율은 5개월 반 만에 가장 높이 치솟았다. 서울외국환중개 집계 결과 지난달 26일 달러당 1400.40원으로 거래를 마치며 지난 5월15일(달러당 1415.80원) 이후 처음으로 1400원선에 재진입했다. 추석 연휴 직전인 이달 2일에는 달러당 1406원, 연휴가 끝난 13일부터는 1420.50원, 14일 1427.70원, 15일 1428.40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 5월7일(달러당 1426.60원)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원·달러환율 월평균은 지난 5월부터 9월까지 달러당 1366원~1394원대에 머물렀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환율이 다시 1400원대를 찍자 1300원대에 달러예금을 가입했던 고객들이 환차익을 기대하며 인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달러예금에는 기업고객도 다수인 점도 고려해 9월말 결산을 마치고 달러인출을 했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원·달러환율은 이날 달러당 1424.40원으로 전일 대비 4원 내려 거래됐다. 한미 관세협상 마무리가 임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약세로 돌아섰다는 분석이다. 은행권에서는 환차익을 보려는 수요로 이번주 달러예금이 더 빠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하루 만에 하락하긴 했지만 원·달러환율은 상당기간 현 수준에 머무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대미 투자 요구와 글로벌 통상 갈등의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내년 원-달러환율 평균을 1440원 이상으로 예상하고 있기도 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수출 기업들은 달러 등 외화 보유 비중을 늘리고 있고, 수입 기업들은 환율 변동성을 우려해 달러를 미리 사두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면서 "달러 동향을 봐가며 매입하는 수요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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