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플래닛이 모회사 SK스퀘어로부터 11번가를 인수한다. OK캐쉬백과 11번가를 결합해 이커머스·마일리지 통합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게 SK플래닛의 전략이다.
다만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11번가를 떠안으면서 커지는 재무 부담은 해결해야할 과제다. 실적 개선세는 이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대규모 적자를 내는 상황이라 시너지 창출과 수익성 개선이 급선무가 됐다.
OK캐쉬백-11번가 결합으로 마일리지·커머스 통합 플랫폼 구축
31일 업계에 따르면 SK스퀘어 이사회는 지난 29일 자회사 11번가를 또 다른 자회사 SK플래닛에 매각하기로 의결했다. 거래 규모는 총 4746억원이다. SK스퀘어가 보유한 11번가 지분 80.3%(3810억원)와 재무적투자자(FI)가 보유한 18.2%(863억원), 자사주 1.5%(73억원)를 모두 SK플래닛이 인수한다.
SK플래닛은 이를 위해 SK스퀘어로부터 현금 3900억원을 증자 받고 스파크플러스·코빗·해긴·그린랩스 등 4개사를 현물출자(299억원)로 받는다. 이 자금으로 FI에는 4673억원을 연내 일시 지급한다. 회사는 판교 사옥을 매각해 확보할 1450억원을 활용해 11번가 인수 대금 일부를 충당하고 운영에 활용할 예정이다. 이번 거래로 지배구조는 SK스퀘어-SK플래닛-11번가로 재편된다. 11번가는 SK플래닛의 100% 자회사가 된다.
SK플래닛과 11번가는 이번 인수를 계기로 각 사의 핵심 사업인 OK캐쉬백과 이커머스의 시너지에 집중한다. OK캐쉬백은 국내 1위 통합 마일리지 플랫폼으로 월간 활성 이용자(MAU) 250만명, 연간 포인트 적립·사용액이 약 4000억원에 이른다. 11번가는 MAU 860만명, 연간 상품거래액 5조원 규모다.
SK플래닛은 11번가라는 커머스 플랫폼을 기반으로 마일리지 적립과 사용처를 크게 확장하며 OK캐쉬백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OK캐쉬백과 11번가의 간편결제 '11페이'를 결합해 '결제→포인트 적립' 서비스를 구축하고, 11번가 기프티콘 사업(100억원 규모로 SK플래닛에 양수)을 OK캐쉬백 앱 내에 통합해 포인트 활용 마케팅을 강화한다.
11번가가 최근 꾸준한 실적 개선세를 보인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2025년 2분기 영업손실은 102억원으로 전년 동기(-183억원) 대비 개선됐다. 9개 분기 연속 전년 동기 대비 손실을 줄이며 펀더멘탈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주력 사업인 오픈마켓 부문에서는 2024년 3월부터 2025년 7월까지 17개월 연속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했다. 고객 방문이 많고 수익성이 높은 '마트' 등 핵심 카테고리 경쟁력 강화에 집중한 결과다.
이번 거래에서 SK플래닛은 11번가뿐 아니라 스파크플러스(공유오피스), 코빗(가상자산거래소), 해긴(게임), 그린랩스(농업테크) 등 4개사의 지분도 확보한다. 이들 회사와 OK캐쉬백 사업의 연계를 강화해 포인트 적립·사용처를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SK플래닛 관계자는 "내년부터 본격적인 시너지 모색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11번가 재무는 '빨간불'…3년 내 해소 과제
문제는 재무 리스크 확대다. 2024년 말 기준 11번가의 총자본은 299억원에 불과하다. 2023년 1221억원에서 1년 만에 75% 증발했다. 자본금(51억원)의 74배에 달하는 부채 3770억원을 안고 있으며 부채비율은 1261%에 이른다.
영업 실적도 여전히 적자다. 2024년 영업손실은 754억원, 당기순손실은 93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영업손실 1258억원·순손실 1313억원) 대비 개선세긴 하지만 여전히 대규모 적자다. 매출은 8655억원에서 5618억원으로 35% 급감했다.
SK플래닛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2024년 말 기준 총자산은 3337억원, 총자본은 1939억원이다. 영업이익은 23억원(영업이익률 0.8%)에 그쳤고, 당기순손실은 158억원을 기록했다.
11번가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2023년 517억원 흑자에서 2024년 45억원 적자로 급전직하했다. 리테일 사업 축소로 매출이 감소하면서 현금 창출 능력도 약화했다. SK플래닛의 영업활동 현금흐름도 2024년 86억원에 그쳤다. 두 회사를 합쳐도 현금 창출 능력은 매우 제한적이다. 차입을 늘리지 않고서는 지속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SK플래닛과 11번가의 시너지가 실제 수익으로 이어질지는 앞으로 2~3년이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11번가는 최소 이 기간 내에 손익분기점을 달성하지 못하면 추가 증자나 차입으로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자본시장 한 관계자는 "OK캐쉬백과 11번가의 결합은 이론적으로 시너지가 있지만, 실제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별개 문제"라며 "MAU를 단순히 더한다고 돈을 버는 건 아니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단순 자금 투입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안 된다"며 "구조적인 수익성 개선이 관건"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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