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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모회사인 인터콘티넨털 익스체인지(ICE)는 최근 예측시장 플랫폼 ‘폴리마켓’에 200억 달러를 투자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모회사인 인터콘티넨털 익스체인지(ICE)가 최근 예측시장 플랫폼 ‘폴리마켓’에 투자했다. ICE는 폴리마켓에 200억 달러를 투자하며 기업가치를 800억 달러로 책정했다. 단순 재무적 투자가 아닌 전략적 투자였다. ICE는 폴리마켓과 협업해 이벤트 기반 데이터의 글로벌 유통사로 기능함과 동시에 토큰화 분야에서 협력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ICE는 증권, 상품거래를 지원하는 거래소인데 폴리마켓의 어떤 잠재력을 보고 투자한 것일까.

 

예측시장과 폴리마켓에 대한 이해

예측시장은 1980~90년대 학계에서 연구된 개념으로 인간의 ‘집단지성’이 경제적 인센티브와 결합하면 탁월한 예측 능력을 발휘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했다. 이론적으로 예측시장은 효율적 시장 가설과 맞닿아 있다. 각 참여자는 자신이 가진 정보를 바탕으로 ‘사건이 일어날 확률’을 가격으로 제시한다. 이들이 서로 거래하며 가격이 조정되고 그 결과 형성된 가격은 곧 시장이 보는 확률이 된다. 즉 시장 참여자 전체의 정보 집합이 ‘가격’이라는 숫자에 압축되어 표현되는 것이다.

 

폴리마켓은 2020년 설립된 블록체인 기반 예측시장으로 사용자는 “트럼프가 재선될 것인가”, “비트코인 가격이 20만 달러를 넘을까” 같은 현실 세계의 사건에 베팅한다. 거래는 달러 스테이블코인 USDC를 통해 이뤄지고 결과에 따라 정답을 맞힌 쪽이 보상을 받는다. 즉 “가격이 아닌 사건의 확률을 거래하는 시장”이다. 

 

폴리마켓이 전통 예측시장과 다른 점들이 몇 가지 있다. 일단 기존 예측시장은 중앙기관이 거래를 중개하고 정산했지만 폴리마켓은 스마트컨트랙트로 자동 정산되고 거래 내역이 블록체인에 기록된다. 또한 법정화폐 대신 스테이블코인 거래를 지원하기에 코인 지갑만 있으면 국경 없이 이용이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정치, 경제 등 다소 딱딱한 주제뿐 아니라 밈, 스포츠, 코인,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분야의 베팅을 지원한다.

 

2024 미국 대선에서 폴리마켓의 역할

폴리마켓은 특히 미국 대선 국면에서 여론의 대안적 지표로 부상했다. 폴리마켓은 전통적인 여론조사나 정치분석 기관보다 빠르게 시장이 측정한 확률을 수치로 보여줬다. 가령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주요 여론조사들은 “트럼프와 해리슨이 초박빙 구도”라고 보도했고 일부 언론은 해리스의 승리를 낙관하기도 했다. 그러나 폴리마켓의 그래프는 전혀 다른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시장 참여자들이 사고판 트럼프 승리에 대한 확률이 50%를 훨씬 초과해 트럼프의 승리를 예측하고 있었던 것이다. 2024년 미국 대선에서 폴리마켓은 ‘돈이 걸린 집단지성이 여론을 이긴다’는 명제를 증명했다. 대선 결과를 보니 트럼프의 압승이었고 폴리마켓의 확률이 전통 여론조사보다 정확하게 선거의 실제 결과를 반영했다는 점이 입증된 것이다. 실제로 영민한 트레이더들은 여론조사 대신 폴리마켓의 실시간 확률을 참고해서 트럼프 트레이딩에 베팅해 돈을 벌었다. 2024년 미국 대선은 예측시장이 선거의 결과를 가늠할 수 있는 대안적 지표로 기능할 수 있음을 확인한 사건이었다.

 

주목할 만한 폴리마켓의 경쟁사

예측시장이 주목받자 다른 회사들도 발 빠르게 이 시장에 진출했다. 예측시장은 현재 폴리마켓, 칼시, 로빈후드가 과점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세계 최대 유동성 공급사 중 하나인 시타델이 예측시장 사업에 진출하는 것을 모색하고 있다는 것이다. ICE뿐 아니라 시타델도 예측시장에 뛰어든다면 예측시장의 기관화는 (보다 큰 스케일의 거래, 정교한 오더북, 규제 강화 등) 보다 가속화될 것이다. 

 

칼시는 미국에서 정식으로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승인을 받은 예측시장이다. 규제의 울타리 안에서 운영된다는 점에서 폴리마켓보다 안정적이지만 주제 선정이 제한적이고 국제 접근성이 낮다는 단점이 있다. 다만 최근 코인 인플루언서들을 대거 영입하면서 코인쪽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주식·코인 거래로 성장한 리테일 투자 플랫폼 로빈후드 역시 최근 사용자가 이벤트에 베팅할 수 있는 예측시장형 기능을 실험 중이다. 거래를 활발하게 하는 리테일 유저 기반이 이미 있다는 점에서 다른 플랫폼과 차별화된다. 현재는 스포츠 베팅이 주류이지만 점점 카테고리를 확장할 계획이다.이외에 Myriad(이글루 & 펏지펭귄 팀이 만든 이더리움 레이어2 기반 예측시장) 등의 예측마켓 플랫폼이 존재하지만 시장점유율은 미미한 수준이다.

 

향후 전망 및 해결해야 할 문제

예측시장은 세 가지 축에서 성장 가능성을 가진다.

 

우선 정보의 효율성 향상을 목표로 한다. 여론조사보다 신속하고 시장의 기대를 실시간으로 반영한다. 언론, 정책 기관, 헤지펀드가 예측시장의 가격을 ‘확률 지표’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예측시장이 금융상품화될 가능성도 있다. ICE와 같은 전통 금융 인프라가 참여하면서 향후 예측시장이 옵션, ETF, 인덱스 파생상품 형태로 진화할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트럼프 승리 확률 70%’를 기초자산으로 한 옵션 상품이 등장할 수도 있다.

 

예측시장 관련 규제가 정비되거나 제도화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현재 예측시장은 국가마다합법/불법경계가 모호하다. 예측시장이금융상품인가, 도박인가논쟁이 지속 중이다. 시장 조작 내부 정보 이용 거래를 규제할 방법이 아직 마땅치 않다. 게다가 윤리적 논란(테러, 암살, 재난 등에 대한 베팅) 있는 사건에 대한 베팅을 허용해야 할지 여부도 아직 불분명하다. ICE 수년 Bakkt라는 기관 비트코인 전용 플랫폼을 출시해 기대를 모았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과연 예측시장과 폴리마켓에 대한 ICE 20 달러 베팅이 훗날 어떻게 평가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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