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SK, GPU 확보
각각 5만장씩 공급받기로
제조 AI 대전환 본격 추진

대한민국 제조업이 중대 전환점에 올라섰다.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전통의 제조업을 획기적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삼성전자·현대차그룹·SK그룹·LG전자는 지난달 31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APEC 2025 참석에 맞춰 전방위 AI 협력을 체결했다.
특히 삼성·현대·SK는 각각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5만장씩을 공급 받기로 했다. 품귀로 도입에 난항을 겪어왔던 엔비디아 GPU를 대량으로 확보, AI 전환을 본격 추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AI는 GPU가 탑재된 AI 가속기가 있어야 구현할 수 있다. 특히 엔비디아 GPU가 필수다. AI 가속기 10대 중 9대가 엔비디아 제품이다.
전 세계적인 수요 폭증에 웃돈을 줘도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서 삼성·현대·SK가 확보한 GPU는 누구도 쉽게 가질 수 없는 강력한 무기다.

삼성·현대·SK는 이 GPU를 기반으로 AI 팩토리를 구현하기로 했다. AI 팩토리는 물리적으로 특정한 곳에 위치한 공장이 아니다. 자동화에도 그치지 않는다.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초고속 네트워크 등을 통해 산업 현장의 업무 방식을 바꾸고 생산성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엔진' 또는 '심장'에 가깝다.
삼성과 SK는 AI 팩토리로 반도체 제조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며, 현대자동차는 자율주행차와 로보틱스에 AI 팩토리를 접목할 계획이라고 공개했다.
엔비디아에서 GPU 6만장을 공급 받기로 한 네이버도 AI 기반 제조 혁신을 추진할 방침이다. 조선이나 철강 등 각 산업에 맞는 AI(버티컬 AI)를 개발해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LG전자는 이번에 GPU와 AI 팩토리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없었지만 로봇으로 대표되는 피지컬 AI와 현실의 사물이나 공간을 디지털로 복제한 디지털 트윈 분야에서 협력키로 했다.
AI 팩토리를 구현하려면 반도체나 자동차 공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데이터를 학습·추론하는 환경이 전제돼야 한다. 엔비디아 GPU가 필요한 이유다.
엔비디아와의 협력은 국내 대기업들의 AI 전환, 궁극적으로는 한국 제조 혁신의 출발점이 될 전망이다.
우리나라 제조업은 국내 총생산(GDP)에서 서비스업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약 27.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두 번째로 높다. 그만큼 AI로 인한 제조업 패러다임 전환이 국가 경제에 중요하고, 국민 생활에 미칠 여파도 막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건은 이제 AI 개발과 도입이 성공적으로 이뤄져 국내 제조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느냐다. 구슬도 꿰어야 보배가 되는 것처럼, AI로 제조업의 새로운 르네상스를 열어야 가치가 빛난다.
대기업의 성공적 전환도 관건이지만 중견과 중소 기업까지 확산도 중요한 문제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스마트 제조혁신 실태조사' 결과 국내 중소·중견기업 중 AI를 활용하는 곳은 0.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와 협력을 발표하면서 “향후 AI 팩토리가 협력 중소기업들의 AI 역량 강화를 견인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될 수 있도록 발전 시키겠다”고 했는데, 이같은 사례가 확산돼야 진정한 한국 제조 혁신이 실현된다는 게 중론이다.
젠슨 황 CEO는 “한국 공장들이 정교한 선박, 자동차, 반도체, 전자 제품 등으로 세상에 영감을 불어넣었듯이 이제 한국은 지능을 새로운 수출 품목으로 생산해 세계적인 변혁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