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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만 가능한 다정함, 새로운 트렌드로 떠올라
마켓 트렌드 2026, 권위 이기는 다정함 중요성 강조

'나'를 알아가는 과정도 하나의 트렌드로 
각 개인, 삶의 근본 찾는 큐레이터 돼야
‘내가 무엇을 원하는가’ 끊임없이 자문해야

 

트렌드 코리아 2026 키워드

◆ 키워드 1. F-인간의 발견

“인간은 생긴 그대로이기를 거부하는 유일한 피조물이다.”20세기 시대의 지성으로 불린 소설가 알베르 카뮈는 반항하는 인간’이라는 책에서 인간을 이같이 평가했다.

 

인공지능(AI) 기술이 모든 것을 대체하는 시대에 인간에 대한 가치는 더욱 부각될 전망이다. 2026년의 핵심 키워드 역시 인간’이다. 마케팅 컨설턴트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소장이 펴낸 라이프 트렌드 2026’에서 인간증명’이라는 단어를 제시했다. 

 

AI가 부상하면서 오히려 기술이 대체할 수 있는 지식보다 인간력’이 중요해졌다는 뜻이다. 진짜 인간’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일은 새로운 생존 조건이 됐으며 인간다움을 증명하는 기술과 태도는 오히려 나를 차별화하는 무기로 진화하고 있다.김난도 교수의 트렌드 코리아 2026’에서도 휴먼인더루프’를 내년 트렌드로 제시했다. 인공지능에 업무를 맡겨도 인간이 최소 한번은 개입해야 한다는 원칙이 휴먼인더루프다.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의 역할은 더욱더 중요해지고 있으며 AI 시대의 승자는 얼마나 현명한 질문을 하는가’로 갈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간에 대한 궁금증은 근본’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다. 김난도 교수는 근본이즘’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알고리즘이 예측할 수 없는 영역인 근본을 향한 목마름을 뜻한다. 고전적인 가치와 믿을 수 있는 원조가 주는 안정감과 만족을 추구하는 현상이다. 자신이 살아보지 않았던 디지털이 등장하지 않았던 과거에 대한 젊은 세대의 집단적 향수도 근본이즘에 해당한다. 

 

인간을 증명할 수 있는 대표적 특징은 기술이 흉내낼 수 없는 다정함’이다. 글로벌 마켓리서치 기업 입소스가 출판한 마켓 트렌드 2026’에서는 권위를 이기는 다정함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권위적일수록 권위가 사라지는 시대가 왔으며 권위에 대한 정의와 관리는 필연적으로 재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정함은 개인에게 새로운 역량이 되고 있으며 기업에는 전략적 자산이 되고 있다. 위계가 무너진 시대일수록 관계의 본질은 다정함에 의해 다시 세워진다고 평가했다. 쉽게 말해 MBTI(성격 유형을 분류하는 검사) 성향 가운데 F(감정형)’ 지수가 높은 사람이 앞으로 더 주목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2026년 트렌드 핵심 키워드
2026년 트렌드 핵심 키워드

◆ 키워드 2. 셀프-큐레이션

“인생은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창조하는 것이다.”1925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아일랜드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는 주체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말을 남겼다.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기준으로 인생의 중요한 선택을 하는지 등을 알아가는 행위는 내년도 트렌드 키워드인 셀프 큐레이션’(가치 있는 정보를 선별하고 목적에 맞게 분류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마켓 트렌드 2026’은 이를 오리지널리티’로 정의했다. 각 개인은 삶의 근본을 찾는 큐레이터가 돼야 한다는 뜻이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와 같은 근본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그 해답을 찾는 과정에 관심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미코노미’도 비슷한 맥락이다. 나를 의미하는 미(Me)와 경제를 뜻하는 이코노미의 합성어다. 미코노미 시대 개인은 삶을 직접 기획하고 브랜딩하는 최고경영자(CEO)가 된다. 자신의 일상을 꾸준하게 기록·성찰하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내가 무엇을 원하는가’를 끊임없이 자문하기 때문이다. 

 

라이프 트렌드 2026’은 필코노미’란 표현을 썼다. 필(느낌)과 이코노미를 합친 단어로 정확히 어떤 기분인지 알고자 하는 욕구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감정이나 기분이 세분화되고 있으며 기분은 개인의 주관적 영역이 아닌 관리의 대상이자 소비를 이끄는 동인이 되기도 한다.

 

◆ 키워드 3. 라이트 커넥션

시장조사업체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SNS 계정을 보유하고 있는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인간관계에 대한 필요성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10명 가운데 4명은 인간관계에 노력을 들일 여력이 없다고 답했으며 인간관계를 넓히기 위해 노력을 기울인다는 응답은 19.7%에 불과했다. 소수의 몇 명 친한 친구들이 있는 것만으로도 성공한 삶(84.0%, 동의율)이라 여기고 ‘소수의 인간관계’에 더 집중하는 것이 좋다고(68.0%)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관계에 대한 피로도가 증가하는 것은 하나의 사회적 현상이다. 가벼운 연결을 뜻하는 라이트 커넥션’은 새로운 키워드로 부상했다. 

 

트렌드 코리아 2026’은 1.5가구’를 키워드로 제시했다. 절대 침해받을 수 없는 1의 자율성을 온전히 지키면서 0.5의 연결감을 추구하는 이들을 칭한다. 김난도 교수는 “1.5가구는 초솔로사회의 고독과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자연발생적이고 실용적인 진화의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는 모두 섬이지만 그 섬을 잇는 작고 유연한 다리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라이프 트렌드 2026’에서는 가벼운 관계에 대한 선호도가 증가하면서 모태솔로와 무성애자’도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고 전했다. 미혼남녀의 70% 이상이 연애조차 하지 않고 있어서다. 여성은 연애 자체에 무관심하거나 자발적으로 비연애를 선택하는 반면 남성은 연애를 하고 싶어도 경제적 부담과 상대가 없어 못 한다는 내용이다. 특히 Z세대는 인간관계 과정 자체를 피곤하게 여기는 탓에 연애는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됐다.

 

이 같은 흐름에 영향을 받아 선택과 집중’ 현상도 뚜렷해지고 있다. 머니트렌드 2026’은 셀렉티브 인텐션’이라 표현했다. 수많은 선택지 사이에서 특정 대상을 선별해 집중하는 행위다. 소비에서도 셀렉티브 인텐션 현상이 확대되는 소비뿐만 아니라 인간관계에서도 성향이 맞는 소수와 관계를 맺으려는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다. 이는 결국 소수를 중심으로 사회가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으로도 이어진다. 송길영 작가는 시대예보: 경량문명의 탄생’에서 거대집단의 힘은 약화하고 AI로 무장한 개인을 중심으로 경량문명’이 탄생할 것이라 내다봤다. 송 작가는 “이제 우리는 중량문명 위에 건설된 중량기업들의 한계를 냉정하게 직면해야 한다”며 “경량문명은 가볍기에 효율적인 것뿐 아니라 누구에게나 꿈이 허락될 수 있기에 따뜻한 문명”이라고 말했다.

라이프 트렌드 2026

 

◆ 키워드 4. 프리패킹 시대

KAIST 실패연구소가 성인 1500명을 대상으로 ‘도전과 실패에 대한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청년세대는 기성세대보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MZ세대는 실패와 관련된 심리적 부담이 매우 컸으며 특히 타인의 시선에 대한 민감도가 높았다. M세대의 66%와 Z세대의 65%가 타인의 실망을 우려했고 M세대의 60.7%와 Z세대의 66.3%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다고 답했다. 

 

실패연구소는 “산업화와 고도성장기를 겪은 베이비부머 세대에게 실패는 새로운 도전의 발판이 될 수 있었던 반면 저성장 시대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성장한 청년세대에게 실패는 회복하기 어려운 결정적 상처로 인식된다”고 분석했다. 

 

실패를 하지 않기 위해 도전조차 하지 않는 현상은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 인생을 여행가방처럼 미리 다 싸놓은 것을 의미하는 프리패킹Pre-packing)’의 시대다. 모든 선택은 짜여진 계획 안에서 이루어진다는 뜻이다.트렌드 코리아 2026’은 이런 현상이 레디코어’를 만들었다고 전했다. 실패할지도 모르는 불확실성에 시간과 돈을 낭비하는 대신 치밀한 대비와 예행연습을 한다는 것. 미래의 경험을 현재로 소환해 통제하려는 욕구가 반영된 모습이다. 삶을 미리 계획하고 학습하며 살아가는 청년들은 삶의 가장 중요한 가치가 준비’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경험’ 자체를 사치’로 만들었다. 라이프 트렌드 2026’은 경험사치’라고 정의했다. 경험이 새로운 부의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설명이다. 소유로는 채워지지 않는 경험은 새로운 욕망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화려하고 비싼 물건이 아닌 나만 할 수 있는 경험’ 자체가 중요해진다는 뜻이다. 여기서 사치는 긍정적 의미를 갖고 있다. 

 

삶이 불안한 Z세대 중심으로 불교는 종교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됐다. 불교힙’의 탄생이다. 무종교, 탈종교는 해가 지날수록 늘어나지만 불교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탈권위적이고 포용적인 태도는 번아웃과 불안을 겪는 Z세대에게 실용적 도구이자 정서적 위안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불교를 믿음과 신앙의 종교’로 보지 않고 패션, 예술, 대중문화 속에서 유연하게 차용될 수 있는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

 

◆ 키워드 5. 올-인클루시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우리 공동체를 분열시키지 않으면서 그 다양성을 받아들이고 그 차이점이 무엇인지 토론할 방법을 찾는 것이다.”

 

30년도 넘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발언이 2026년 트렌드와 맞닿아 있다. 1993년 펜실베이니아대 졸업식 연설에서 다양성과 포용의 가치를 강조해온 클린턴의 연설은 극단으로 치닫는 사회적 흐름을 예견한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2026년에는 다양성을 인정하는 게 핵심 키워드로 올라설 전망이다. 이른바 올 인클루시브(All-inclusive)’다. 사회적으로 배제되는 사람 없이 모두를 포용하고 각각의 다양성을 존중한다는 뜻이다. 라이프 트렌드 2026’에서는 신경다양성’을 제시했다. ADHD, 난독증 등 전형에서 벗어난 뇌신경의 특성을 뜻하는 단어다. 신경다양성은 결핍이 아닌 정체성과 개성으로 인식되고 있다. 인스타그램과 구글에서는 관련 키워드의 검색량이 폭발적으로 늘었고 성인 ADHD 진단과 관심도 급증했다. Z세대의 절반이 스스로 신경다양성을 지녔다고 인식하는 만큼 신경다양성은 비주류가 아닌 주류로 올라섰다. 

 

다양성에 대한 관심은 직업에 대한 이미지도 바꾸었다. AI 아버지 불리는 제프리 힌턴이 젊은 세대에 배관공을 권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에서는 억대 연봉을 받는 배관공과 수백만 팔로워를 보유한 전기공 인플루언서가 등장했다. 실제 레이디플럼버라는 인스타그램 아이디를 사용하는 메리엔 보콧은 자신의 직업을 배관공으로 소개하고 있다. 보콧은 20 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블루칼라의 부활은 워크웨어(작업복)라는 패션 트렌드로도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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