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 협력 방식이 단순한 자금 지원에서 벗어나 기술과 사업 모델을 중심으로 한 동반 성장 구조로 전환되고 있다. 대기업은 스타트업의 혁신 역량을 기반으로 사업 경쟁력을 높이고 스타트업은 대기업의 자본과 인프라를 발판 삼아 성장 속도를 끌어올리며 상호 보완적 파트너십을 형성하는 모습이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의 ‘2024 한국의 CVC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기업협 벤처캐피탈(CVC)의 스타트업 투자 비중은 전체의 약 32%로 글로벌 평균(26%)을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초기 단계 투자는 줄어든 반면 시리즈B·C 이상 후속 투자 비중은 꾸준히 늘면서 자사 핵심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형 투자가 확산되고 있다.
삼성생명–BHSN, 리걸AI 통해 금융권 내부 통제 체계 강화
리걸AI 솔루션 앨리비(allibee)의 운영사 ‘BHSN’은 지난 7월 삼성생명이 출자한 신기술사업투자조합을 통해 삼성벤처투자로부터 전략적 투자를 유치했다.이번 투자는 BHSN의 독자적인 법률 특화 AI 기술과 데이터 처리 역량을 활용해 삼성생명을 비롯한 금융 계열사의 내부 체계를 강화하고 효율적인 컴플라이언스 운영 환경을 구축하고자 이뤄졌다. 양사는 내부 시스템과 연동 가능한 AI 환경을 구축해 금융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사규 위반이나 규제 해석 오류 등을 사전에 탐지·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할 방침이다.
임정근 BHSN 대표는 “국내 최고 수준의 금융 기관으로부터 기술력과 사업성을 동시에 인정받아 투자와 협력으로 이어진 점을 뜻깊게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리걸AI 기술 고도화에 주력해 금융권을 비롯한 건설, 부동산 등 고규제산업 분야로 활용 영역을 넓혀가겠다”고 밝혔다.
LG전자, 인테리어·비대면 세탁 서비스와 ‘생활 밀착형 협업’
LG전자는 아파트 인테리어 스타트업 ‘아파트멘터리’와 모바일 세탁 서비스 ‘런드리고’의 운영사 의식주컴퍼니에 잇따라 투자하며 생활 밀착형 협업에 집중하고 있다.

아파트멘터리는 올해 상반기 리모델링 누적 착공 수가 전년 동기 대비 64% 증가하며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고객 만족도는 56.07점으로 업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안정적인 실적과 브랜드 신뢰도를 바탕으로 시리즈C 이후 약 2년 만인 지난 10월 LG전자로부터 신규 투자를 유치했다.양사는 인테리어 설계 단계에서부터 가전과 IoT 기술을 결합한 ‘이머시브홈(Immersive Home)’ 솔루션을 선보일 예정이다. 또한 아파트멘터리의 키친 브랜드 ‘아킷’과 LG전자 주방가전을 결합한 패키지 상품을 구성해 가구·가전 구매부터 상담까지의 경험을 통합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의식주컴퍼니는 지난 10월 LG전자로부터 1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2019년 16억원이던 매출을 지난해 557억원까지 끌어올리며 5년 만에 30배 이상 성장, 종합 런드리 테크 기업으로 자리 잡은 성과와 미래 성장성을 높게 평가받은 결과다. 의식주컴퍼니는 현재 국내 1위 모바일 세탁 서비스 ‘런드리고’를 비롯해 176개의 무인 스마트 세탁소 ‘런드리24’, 호텔 세탁 서비스 ‘런드리고 호텔앤비즈니스’를 운영 중이다.
양사는 런드리고 스마트팩토리와 런드리24 무인세탁소에 LG전자의 세탁기·건조기 일체형 제품을 전격 도입하는 것은 물론 모바일·무인 세탁 테크놀로지의 글로벌 시장 진출과 스마트팩토리 구축 등 다양한 영역에서 협력 체계를 견고히 할 예정이다. 의식주컴퍼니는 LG전자의 글로벌 시장 노하우와 네트워크를 활용해 일본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조성우 의식주컴퍼니 대표는 “글로벌 최고 경쟁력을 갖춘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미래 시장 개척을 위한 협력을 통해 글로벌 시장의 비전을 함께 연다는 것은 큰 의미”라며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 투자와 성장의 선순환 모델 사례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대웅제약–에버엑스, 디지털 치료기기로 근골격계 시장 공략
근골격계 디지털 헬스케어 전문기업 에버엑스는 최근 대웅인베스트먼트와 네이버로부터 40억원의 전략적 투자를 유치했다. 기존 시리즈B 펀딩의 연장선으로 진행된 이번 투자는 국내 제약산업이 디지털 치료기기(DTx)의 성장 잠재력을 인정하고 산업 간 협력을 통한 신규 비즈니스 모델 창출에 나섰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에버엑스는 이번 투자를 발판 삼아 대웅제약과 근골격계 디지털 치료기기 ‘모라 큐어(MORA Cure)’의 국내 유통 협력을 본격화한다. 양사 간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근골격계 DTx의 상용화 및 의료시장 확산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대웅제약은 국내 의료기관 유통망과 강력한 영업·마케팅 역량을 갖춘 데다 스마트 병상 모니터링 시스템 ‘씽크(thynC)’, 웨어러블 심전도 기기 ‘모비케어(MobiCare)’ 등 디지털 헬스케어 영역에서 이미 존재감을 드러낸 바 있다. 이를 기반으로 모라 큐어의 시장 진입을 앞당기는 한편 향후 약물 치료와 디지털 치료기기의 병용을 통해 통증 완화부터 재활, 재골절 예방에 이르는 근골격계 통합 솔루션을 구축한다는 전략이다.VC업계 관계자는 “최근 대기업들이 단기 투자 성과보다 중장기 사업 시너지를 우선하는 방향으로 투자 전략을 바꾸면서 어떤 파트너와 어떤 방식으로 성장 축을 넓혀갈지가 중요한 과제가 됐다”며 “이 같은 흐름은 대기업의 혁신 체질을 강화하고 스타트업에는 안정적인 성장 통로를 열어주는 만큼 국내 산업 전반의 경쟁 구도를 한 단계 끌어올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