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승자 중심 설계된 로보택시 ‘죽스’ 상용화 임박
내년 로봇택시 글로벌 경쟁 격화될 전망

올해 9월부터 라스베이거스 주요 구간을 운행하고 있는 아마존 자율주행 로보택시 죽스(Zoox)가 11월부터 샌프란시스코에서 서비스를 확대 운행한다.
이 로보택시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죽스 앱을 통해 차량을 호출하면 된다. 미리 신청한 대기자 명단에 있는 사람들부터 탑승 기회가 제공된다. 그리고 라스베이거스처럼 승객을 정해진 승하차 장소로 이동시키는 방식이 아닌 지점 간(point-to-point) 방식으로 운행된다.
이번 샌프란시스코에 제공되고 있는 로보택시는 아직 공식적인 상용화 유료 서비스는 아니다. 초기 탑승 프로그램 형태의 무료 시범 서비스이다. 현재 약 50대의 로보택시를 운행하고 있는 죽스는 아직 유료 상용화를 위한 추가승인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미국에서는 로보택시 서비스를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연방 및 주 단위의 몇 가지 규제 승인을 받아야 한다. 예를 들어 미국 연방 자동차안전 기준, 소위 FMVSS 면제(Federal Motor Vehicle Safety Standards Exemption)와 주 정부가 발급하는 연습 면허증에 해당하는 DMV 허가(Department of Motor Vehicles Permit) 등이 그것이다.
특히 운전대나 페달 같은 운전 제어 장치가 없는 차량이 상업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연방면제 승인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처럼 죽스는 무료 시범 서비스에 주어지는 일부 규제 면제를 통해 운영되고 있지만 2026년 규제 승인을 받아 유료 상용 서비스를 제공할 전망이다.
죽스가 만약 내년에 상용화 서비스를 시작한다면 이미 상용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업계 선두주자인 웨이모(Waymo)를 포함해 여러 경쟁사들과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설계 단계부터 진정한 의미의 완전자율주행을 목표로 하는 죽스의 참여로 새로운 로보택시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율주행 기술 기업 ‘죽스’
죽스는 원래 2014년에 설립된 회사이다. 전자상거래 회사인 아마존이 2020년 죽스를 12억 달러(1조7600억원)에 인수하면서 현재 아마존 내에서 독립적인 사업부로 운영되고 있다. 인수 초기 전자상거래 회사가 자율주행 기반 택시사업을 하는 것에 대해 일반인의 경우 의아해하는 반응을 보인 반면, 전문가들은 긍정적이면서 신중한 평가를 내렸다.그 이유는 우선 핵심 비즈니스의 효율성 극대화와 미래 신사업 주도권 확보 차원이다. 무엇보다 자사 물류와 배송 네트워크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아마존의 사전 포석으로 보인다. 둘째, 할인된 로보택시 서비스를 자사 아마존 프라임(Prime) 멤버십 가입자에게 제공함으로써 고객충성도 제고, 유지 및 이탈방지 목적이다. 아마존이 미국 OTT인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아마존 프라임 멤버십 가입자에게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 것과 비슷한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자율주행 맞춤형 아마존의 ‘죽스’
이러한 배경에서 시작된 로봇택시 사업이지만 아마존의 죽스는 단순한 자율주행 기술을 가지고 있는 회사가 아니다. 다른 자율주행기술 기업들과의 가장 큰 차별성은 완전자율주행 로봇택시 서비스를 위한 전용 차량과 플랫폼을 개발하는 모빌리티 서비스 기업이라는 것이다.
우선 죽스는 기존 자동차와는 차별화된 독특한 디자인과 완전 자율주행에 최적화된 사양을 가지고 있다. 디자인 측면에서 보면 차량 앞뒤 구분이 없는 대칭적인 박스형 또는 토스트형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 앞뒤 차체가 동일한 양방향 차량이다.
이로 인해 내부는 4명의 승객이 서로 마주 보고 앉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가 기차 여행 시 4개의 의자가 마주 보고 있어 대화할 수 있는 방식을 생각하면 된다. 앞뒤 구분도 없어 막다른 골목에서 후진할 필요 없이 그대로 나올 수 있다. 죽스가 운전자가 아닌 탑승자를 위해 설계된 자율주행 택시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외형적인 것을 떠나 가장 큰 기술적 특성은 따로 있다. 보통 웨이모를 제외한 기존 자율주행차들의 경우 운전대는 있지만 덮개를 씌우거나 그대로 움직이게 놔두고 페달도 있다. 하지만 죽스는 운전대, 페달, 사이드 미러 등 운전자 제어 장치가 아예 없다. 인간의 개입이 들어갈 여지가 전혀 없다. 이는 곧 죽스 차량은 오직 자율주행만을 위해 설계 및 제작됐다는 의미다. 죽스가 구글의 자율주행 대표기업인 웨이모와 다른 점도 바로 기존 자동차를 개조하여 자율주행 시스템을 장착한 것이 아니라 설계 초기부터 자율주행 전용 전기차를 설계해 자체 생산한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웨이모는 차량 제조의 경우 완성차 업체에 맡기고 소프트웨어, 센서, 데이터에 집중하는 플랫폼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러한 자율주행 기반 로보택시를 위해 죽스는 2025년 6월 캘리포니아주 헤이워드에 있는 옛 버스 공장을 개조해 최첨단 로보택시 공장을 건립해 차량을 생산하고 있다. 아직 초기라 하루에 한 대의 차량을 생산하고는 있지만 향후 연간 최대 1만 대 이상의 로보택시를 생산할 계획이다.
죽스는 차량 설계 단계부터 안전 모니터링을 통합해 로보택시에 최적화된 종합 안전관리 시스템을 구현하고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이를 위해 지난 10년 동안 자체 차량에 AI 기반 기술을 적용하여 실제 도로 환경에 맞는 가상 시뮬레이션을 통해 테스트하고 훈련해옴으로써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이처럼 차별화된 자율주행 기술로 제작되고 있는 죽스의 로보택시에는 다양한 첨단 자율주행 기술이 탑재되어 있다. 레이저 라이더 8개, 레이더 장치 10개, 디지털 카메라 18개, 응급 차량의 소리를 듣기 위한 마이크 8개, 그리고 흐린 날씨, 어두운 조명, 심지어 안개 속에서도 물체를 감지할 수 있는 열화상 카메라 4개 등 첨단 센서가 그것이다.
로보택시 글로벌 경쟁 치열
죽스가 본격적으로 상용화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되는 2026년은 글로벌 차원의 로봇택시 경쟁이 본격화되는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부터 미국과 중국의 주요 자율주행 기술 기업들이 기존 사업을 대대적으로 확장하며 전 세계 대도시에 상용화된 로보택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현재 글로벌 차원에서 선두 기업은 구글의 웨이모이다. 웨이모는 현재 미국에서 2500대의 차량을 운행하고 있다. 미국 주요 5개 도시에서 완전자율주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에서만 1000대 이상의 자율주행차를 운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고속도로에서 무인 주행을 제공하는 최초의 회사가 되기도 했다.
또 다른 경쟁사인 테슬라는 2005년 6월부터 로보택시 시범 운영을 하고 있다. 하지만 캘리포니아에서 완전자율주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필요한 허가를 아직 못 받고 있다. 테슬라의 로보택시가 실제 운행에 충분히 안전하다는 것을 아직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오토파일럿과 완전자율주행(FSD) 소프트웨어의 치명적인 결함 논란, 테슬라 기술에 대한 세부적인 안전 및 기술 데이터 미제공, 비용 절감 차원에서 저렴한 광학 카메라에 의존하는 비전 기술 방식 등이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이로 인해 테슬라의 로보택시에는 아직 운전석에 안전모니터라고 불리는 직원이 탑승하고 있다. 진정한 의미의 자율주행 로보택시는 아니라는 말이다.
한편 미국 기업 이외에 중국 기업의 도전이 거세지고 있다는 점도 향후 경쟁구도에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중국은 미국 이외에 로보택시 사업을 대규모로 운영하고 있는 거의 유일한 나라이다. 전역 20개 도시에서 자율주행차가 이미 운행하고 있으며 선전, 광저우, 베이징 등 지오펜스(geofence) 지역에서 로보택시 시범 운영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중국 인터넷 검색 기업 바이두는 최근 자율주행 자회사인 아폴로고(Apollo Go)를 주당 25만 건의 정기 운행 실시를 발표하며 웨이모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이외에도 위라이드(WeRide), 모멘타(Momenta), 포니AI(Pony AI) 등 중국의 대표적 로보택시 회사들도 중동, 싱가포르, 유럽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