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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이익 343% 성장.

올해 3분기 이랜드그룹이 받아든 성적표다. 최근 공시에 따르면 이랜드의 3분기 매출은 1조2412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약 3% 상승했다. 영업이익은 463억원을 나타내며 3배 넘게 올랐다. 내부에서는 올해 매출 6조원 돌파를 기대하고 있다.

 

불황이 깊어지고 있고 물가는 계속 치솟으면서 소비자들은 지갑을 굳게 닫았다. 대다수 유통·패션 기업들의 실적이 올해 영 신통치 않은 상황에서 거둔 성과라 이랜드의 성장세는 더욱 돋보인다. 패션사업을 필두로 유통과 외식사업들이 모두 골고루 성장한 결과다.

 

핵심 키워드는 두 가지다. 첫째는 구조조정.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랜드는 그간 잘되지 않는 사업들을 모두 정리하는 구조조정에 나섰다. 둘째는 가성비다. 가격 대비 뛰어난 품질을 앞세워 녹록지 않은 경영환경 속에서도 성장을 이뤄낼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이랜드의 완벽한 부활이다.10년 전까지만 해도 이랜드가 지금처럼 재도약에 성공할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드물었다. “이대로 가다간 망한다”라는 우려가 쏟아질 만큼 회사 내부 상황은 심각했다.

 

‘398.6%’. 2013년 이랜드가 기록한 부채비율이다. 무려 자기자본의 4배에 달하는 부채를 떠안고 있었다.

 

가성비 앞세워 불황 뚫고 성장

이랜드의 발목을 잡은 건 무리한 사업 확장이었다. 회사를 ‘종합 유통기업’으로 키우겠다는 박성수 회장 주도로 이랜드는 2010년대 들어 활발한 인수합병(M&A)에 나섰다. 조 단위의 돈을 들여 백화점과 유명 브랜드들을 사들였다. 그 결과 패션을 넘어 백화점·아울렛·외식에서 나아가 호텔·문화·레저·스포츠로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며 덩치를 키우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여기까지였다.

 

야심 차게 시작한 사업들의 성과는 기대 이하였다. 여기에 캐시카우(현금창출원) 약할을 해오던 중국 현지법인의 실적 부진이라는 악재까지 겹쳤다. 빚을 내 사업을 확장하다 보니 차입금 규모가 늘어나고 부채비율이 높아진 가운데 수익성마저 악화하는 이중고를 겪게 된 것. 신용평가사들은 이랜드 계열사의 신용등급을 강등했으며 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유지했다.결과적으로 M&A는 실패했고 이랜드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섰다. 2016년 중국 패션 자회사 티니위니를 중국 기업(브이그라스)에 약 8750억원에 매각했다. 당시 중국 전역 1000개 이상의 매장을 보유한 수익성 자산을 정리하는 과감한 선택이었다.

 

2017년에는 홈퍼니싱 브랜드 모던하우스를 MBK파트너스에 매각해 713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고 백화점 점포 5곳을 매각하는 등 유동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를 통해 이랜드는 그룹의 재무 건전성을 개선하게 됐다. 2017년 말 부채비율을 198%로 낮추며 안정세에 접어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남은 사업들을 어떻게 돈을 벌어 수익성을 개선하느냐는 것이 이랜드의 고민거리로 떠올랐다. 고심 끝에 이랜드가 꺼낸 카드는 대대적인 ‘리브랜딩’이다.

 

핵심 자산 팔고 대대적 ‘리브랜딩’

주력인 패션 사업의 경우 가성비를 앞세운 선택과 집중 전략을 전개했다. 수십여 개에 달하는 브랜드를 정리한 이랜드는 SPA 브랜드 스파오와 후아유, 뉴발란스 등 3개 브랜드를 앞세워 재도약을 준비했다.먼저 스파오는 SPA 브랜드 특성에 맞게 가격과 디자인 개선에 집중했다. 베이직 아이템 기반의 상품 기획과 대량 소싱을 통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며 가성비 브랜드의 대명사로 떠올랐다. 스파오 바람막이 상품 가격은 3만9900~5만9900원에 불과하다. 보통 10만원대인 여타 SPA 브랜드 바람막이 제품 가격보다 훨씬 저렴하다.

 

그 결과 지난해 스파오의 매출은 전년 대비 25% 증가한 약 6000억원을 올렸다. 고물가 부담 속 ‘가성비’ 제품이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 했다. 참고로 관련 업계 1위 유니클로의 매출 성장률은 약 15% 정도였다. 후아유 또한 가두점에서 출발해 백화점·아울렛·온라인을 아우르는 옴니채널을 완성하며 유통망을 지속 확대 중이다. 2021년 67개였던 매장은 2025년 현재 92개로 증가했다.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랜드 SPA 브랜드의 경우 ‘무재고 경영’을 실현하기 위한 일명 ‘2일·5일 생산’이라고 불리는 시스템이 핵심 경쟁력이다. 이랜드는 2022년부터 국내에서 신제품을 일단 50~200장 소량만 ‘2일’ 만에 생산해 시장 반응을 테스트해왔다. 만약 소비자 반응이 좋을 경우 베트남 생산기지에서 제품을 발주해 ‘5일’ 만에 대량 생산을 완료하는 방식이다. 실시간 데이터를 바탕으로 팔릴 만큼만 생산해 재고를 줄이는 취지다. 통상적으로 6개월 전 상품을 미리 기획하는 기존 업계 방식과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2008년부터 이랜드가 국내 독점 라이선스를 획득해 직접 운영해온 ‘뉴발란스’도 실적 효자다. 뉴발란스는 지난해 사상 첫 1조원 매출을 달성했다. 나이키에 이은 국내 2등 스포츠 브랜드가 됐다. 단일 브랜드로 국내 1조 클럽 입성에 성공한 브랜드는 나이키·아디다스·노스페이스·유니클로 정도에 불과하다.

 

이랜드의 ‘아픈 손가락’이었던 외식사업에서도 날개를 달았다. 이랜드는 계열사인 이랜드이츠를 통해 애슐리퀸즈, 자연별곡 등 가성비 뷔페를 위주로 외식사업을 펼쳐왔다. 한동안 사업은 순항했다. 그러나 2020년 터진 코로나19로 손님들의 발길이 끊기며 수많은 점포가 문을 닫았다.

 

위기였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종식되고 최근에는 고물가와 경기불황으로 가성비 뷔페가 다시 주목받으며 이랜드의 외식사업은 제 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이랜드이츠는 작년 연매출 4705억원, 영업이익 293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핵심 브랜드는 애슐리퀸즈다. 애슐리W, 애슐리클래식 등 세분화했던 브랜드를 ‘애슐리퀸즈’로 단일화하고 매장 수를 효율적으로 조정했다.

 

이런 통합 작업으로 ‘규모의 경제’를 이뤄낼 수 있었다. 그간 각각 다른 메뉴를 취급하던 매장을 애슐리퀸즈로 통합해 식자재 운영 효율이 대폭 올랐다고 회사 측은 말한다.

 

애슐리퀸즈의 메뉴를 ‘델리 바이 애슐리’라는 이름으로 만든 델리 신사업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가성비를 앞세워 이랜드가 운영하는 킴스클럽 등 유통 채널에 입점, 1년 만에 누적 500만 개 판매를 달성했다. 델리 바이 애슐리의 인기는 킴스클럽 흑자전환(100억원대 영업이익)에도 기여하며 그룹 내 시너지의 모범사례로 꼽힌다.

 

전망도 밝다. 국내 경기 불황이 장기화하고 고물가가 지속되면서가성비 트렌드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패션과 유통을 아우르는 이랜드의 싸고 좋은 제품의 판매가 당분간 호조를 보일 전망이다. 내부에선 이런 추세라면 내년 매출 6조원 돌파도 무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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