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자회사 하만 ADAS 포트폴리오 확장…2.6조 투입
LG, 전장 솔루션 모두 보유…완성차 파트너십도 '견고'

삼성과 LG가 전장(차량용 전자·전기장비) 시장에서 완성차 업계를 겨냥한 포트폴리오 구축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다. 완성차가 전동화 전환에 이어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SDV)로 산업의 무게 중심이 이동하는 가운데, 두 그룹은 미래차 시장 수요를 선점하기 위한 행보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디스플레이·배터리·반도체 등 기반 역량을 갖춘 만큼, 양사의 전략이 글로벌 전장 시장의 향방을 가를 변수가 될 전망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자회사 하만을 통해 독일 'ZF 프리드리히스하펜'의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사업을 인수했다. 투자 규모는 15억 유로(한화 약 2조6000억원)로 삼성전자가 2017년 하만을 인수한지 8년만의 전장 사업 인수다.
하만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디지털 콕핏, 텔레매틱스 제어장치(TCU), 차량용 오디오 등을 공급해온 전장 전문 기업이다. 이미 폭넓은 고객 레퍼런스를 확보하고 있는 하만은 이번 인수를 통해 차량용 전방카메라와 ADAS 컨트롤러 등 주행 보조 핵심 기술까지 포트폴리오에 편입하며 고성장 ADAS 시장에 본격 진출하게 됐다.
최근 자동차 산업은 전동화 전환에 이어 IT와 소프트웨어의 결합을 통해 SDV로 진화하고 있다. 디지털 콕핏과 ADAS가 통합되는 중앙집중형 컨트롤러 구조로 전환되는 상황이다. 하만의 기존 역량과 ZF의 ADAS 기술을 결합한 이번 인수는 삼성의 전장 전략을 한층 더 강화할 것이란 평가다.
삼성은 이미 전장 사업의 주요 축을 계열사 전반에 구축해왔다. 삼성SDI는 BMW, 폭스바겐그룹, 리비안 등 글로벌 전기차 브랜드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으며, 삼성디스플레이는 차량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전장 포트폴리오의 핵심 축으로 키우고 있다. 디스플레이, 반도체, 배터리, 소프트웨어 등 높은 역량을 보유하고 있어 자동차 전동화와 지능화 과정에서 요구되는 핵심 부품과 시스템을 모두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는 평가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역시 완성차 업체와의 협력 확대에 직접 나서고 있다. 올해 3월 중국 전기차 업체 BYD 본사를 방문한 데 이어, 11월에는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그룹 회장과 회동하며 전장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LG 역시 그룹 차원에서 역량을 결집시키며 전장 포트폴리오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LG전자·LG디스플레이·LG이노텍·LG에너지솔루션 등 주요 계열사가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 센싱, 배터리를 아우르는 전장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와의 파트너십도 LG 전장 전략의 핵심이다. 메르세데스-벤츠와 협력이 가장 대표적이다. LG그룹 주요 계열사 수장들과 올라 칼레니우스 벤츠 회장은 매년 논의 테이블을 마련하고, 협력 관계를 다져왔다. 칼레니우스 회장은 지난달 13일 방한해 여의도 LG 트윈타워를 찾아 SDV 분야 협력을 주제로 논의를 이어갔다.
LG전자는 내달 6일(현지시간)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26에서 'AI 기반 차량용 솔루션(LG AI-powered In-Vehicle Solutions)'을 공개할 예정이다. 전통적인 전장 기술에 인공지능을 결합한 차세대 차량용 솔루션이다.
운전석 전체로 인터페이스를 확장한 디스플레이 솔루션, 비전 AI를 적용해 운전자 시선에 따라 안전과 편의를 동시에 높이는 비전 솔루션, AI 큐레이션 기반으로 뒷좌석에서 콘텐츠·영상통화·번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엔터테인먼트 솔루션 등이 대표적이다. 이와 함께 차량용 온디바이스 AI 솔루션인 ‘AI 캐빈 플랫폼’도 선보인다. 비전언어모델(VLM)과 대형언어모델(LLM), 이미지 생성 모델 등 오픈소스 기반 생성형 AI를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적용해 탑승자 경험을 전면 재구성한다는 구상이다.
업계는 양사의 전장 전략이 방향성 측면에서 상당 부분 닮아 있다고 본다. 삼성과 LG 모두 계열사 전반의 역량을 결집해 디스플레이·배터리·반도체·소프트웨어 등 핵심 기술과 부품을 내재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완성차 공급망의 중심부로 진입하려는 구상을 공유하고 있다는 평가다. SDV 시대로 향하는 새로운 길목에서 양사가 바꿀 미래차 시장 지형이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