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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2025년은 미국 달러화 가치가 유난히 흔들린 한 해였다. 2026년을 앞두고 나온 달러 가치 앞날과 관련해 신간을 보면 ‘달러 폭망론’과 ‘킹 달러론’으로 양분화되고 있는 점이 눈에 들어온다. 극과 극으로 나눠지고 있는 달러 가치는 앞으로 어떤 길을 걸어갈 것인가. 2026년부터는 세계 기축통화 자리를 놓고 10년 전 예고한 쑹훙빙(宋鴻兵)의 화폐전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까지 나오고 있다.

 

◆ 달라진 달러의 위상

주목되는 것은 달러 위상이 크게 흔들리는 것은 무엇보다 미국, 트럼프 진영에서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5년 1월 20일 출범한 이후 트럼프 정부는 저금리를 통한 달러 약세 정책을 추진했다. 자신이 대통령이 되는 데 큰 힘이 됐던 7대 경합주(swing states)의 제조업을 부활시켜 해당 지역 근로자가 겪고 있는 경제 고통을 해소하기 위한 목적에서다.

 

문제는 약달러 정책이 시간이 갈수록 자충수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처럼 수출입 구조가 마셜-러너 조건(Mashall-Lerner condition·외화 표시 수출수요 가격탄력성+자국 통화 표시 수입수요 가격탄력성)을 충족시키지 못할 때는 수출 증대 효과가 크지 않다. 오히려 관세와 더불어 수입 물가를 급등시켜 근로자의 경제 고통을 심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2025년 7월 스테이블코인법을 통과시킨 것도 달러 위상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법정통화로서 달러화에 대한 신뢰를 지키기 위해서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독점적 주조권이 굳건해야 가능하다. 스테이블코인법으로 민간의 코인 주조권을 그대로 흡수하면 달러 주조권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최근 들어 ‘탈(脫)법정화폐 거래(debasement trade)’가 활발해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법정화폐에 대한 신뢰가 떨어져 실질 가치와 화폐 기능을 동시에 갖고 있는 투자 대상이 선호되는 현상을 말한다. 200년 이상 지속돼온 법정화폐가 사라지면 각국 중앙은행 통화정책과 국민의 화폐 생활에 커다란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집권 1기부터 우려됐던 Fed의 독립성은 집권 2기 들어 급격히 훼손당하고 있다. 통화정책 목표 수정, 기준금리 변경,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사 개편, 예고도 없는 방문 등으로 흔들어 왔기 때문이다. 설립 이후 대통령과 Fed 의장 간 갈등지수를 추적해 보면 트럼프 대통령과 제롬 파월 의장 때가 최고 수준이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훼손되면 1선 목표인 물가안정 달성은 요원해진다. 최근처럼 성장률(g)이 이자율(r)보다 높으면 빚내서 더 써도 좋다는 현대통화이론에 근거한 재정지출이 유행하는 때에 중앙은행이 길항 작용을 못 하면 물가는 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통화정책에서 금리까지 내리면 캘로핑 하이퍼 인플레이션 국면도 닥칠 수 있다.주조권과 물가, 법정화폐 신뢰를 지키기 위한 양대 조건이 무너지면 퇴장됐던 통화(hoarding money)가 빠르게 제도권으로 나올 수(dishoarding money)밖에 없다. 최근 들어 경기가 회복되지 못하는 여건에서 통화유통속도, 통화승수와 같은 경제 활력 지표가 높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탈법정화폐 거래 최적의 대안으로 화폐와 인플레이션 헤지 기능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금이 급부상하고 있다. 달러화와 미국 국채에 대한 신뢰가 떨어짐에 따라 안전자산 선택 범위가 제한되고 있는 것이 금값 상승 요인으로 가세되고 있다. 중심 통화도 달러 대신 금으로 복귀해야 하지 않느냐는 금본위제 논의가 오랜만에 고개를 들고 있어 앞으로가 더 주목된다.

 

◆ 킹 달러 시대 가능성은

반면에 달러 위상이 재구축돼 킹 달러 시대가 다시 도래할 것으로 보는 시각은 이렇다. 거래의 편리성, 가치의 저장, 회계 단위 등 중심 통화의 3대 기능상 달러화에 깊이 익숙해져 있는 점을 고려하면 유로화, 엔화, 파운드화, 위안화 등 현행 통화로 달러화를 대신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 근거로 달러 결제망인 SWIFT를 통한 달러 비중이 70%에 달하고 각국 외환보유고에서 달러 보유 비중도 60%에 근접하고 있는 점을 들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이 달러 위상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반박하고 있다. ‘1달러=1코인’으로 미국 국채를 담보로 하고 있는 점을 근거로 스테이블코인이 활성화되면 될수록 달러화 위상을 같이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미국 국채가 안전한 자신으로 계속해서 머물 수 있겠느냐에 대한 의문에 대해서는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점은 논리적인 한계다.

 

글로벌 시뇨리지를 위해서도 달러 위상을 포기할 수 없다는 점이다. 글로벌 시뇨리지란 화폐발행차익으로 액면 금액에서 화폐발행비용을 차감한 것을 말한다. 미국은 경상수지적자를 메우기 위해 발행한 달러화를 해외로 유통시켜 전 세계를 대상으로 막대한 규모의 시뇨리지를 누려왔다. 미국의 경상적자가 위험수위를 넘었는데도 미국의 위상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이 요인이 컸다는 점이다. 과연 미국이 글로벌 시뇨리지를 포기할 수 있을까. 달러 폭망론과 킹 달러론, 극과 극으로 양분화되고 있는 달러 위상은 앞으로 어느 쪽으로 갈 것인가. 과연 달러화 위상이 2류 통화로 전락할 것인가, 아니면 기축통화를 넘어 제왕(king) 통화가 될 것인가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달러 중심의 브레턴우즈 체제가 어떤 길을 걸어 왔는지를 살펴보면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기 이후 국제통화제도는 1976년 킹스턴 회담(길게는 스미스소니언 체제 포함) 이후 시장의 자연스러운 힘에 의해 형성된 것으로서 국가 간 조약이나 국제협약이 뒷받침되지 않아 ‘없는 시스템(non-system) 혹은 젤리형 시스템(jelly system)’으로 지칭된다. 그 결과 킹스턴 달러 중심의 브레턴우즈 체제는 이전보다 느슨하고 불안한 형태로 유지돼 왔다.시스템이 없는 국제통화제도하에서는 기축통화의 신뢰성이 크게 저하되더라도 이를 조정할 제도적 장치가 없다. 이 때문에 새로운 기축통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으나 아직까지 달러화를 대체할 수 있는 통화는 없다. 유일한 기축통화국인 미국은 대외불균형을 시정하려고 하지만 무역수지 흑자국은 이를 조정할 유인이 없다. 새로운 기축통화 논쟁과 함께 글로벌 환율전쟁이 수시로 발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금융위기 이후 달러화 중심의 브레턴우즈 체제가 흔들리는 것은 크게 보면 두 가지 요인에 기인한다. 하나는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누적된 재정수지적자와 국가채무 등과 같은 구조적인 문제로 달러화에 대한 신뢰가 예전만 못하기 때문이다. 일종의 금융위기 후유증에 따른 ‘낙인효과’라 볼 수 있다.

 

코로나 사태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브레턴튼우즈 체제가 재차 강화될 경우 제3기에 해당한다. 외형상 여건은 형성돼 있다. 유럽, 일본, 중국 등 미국 이외 국가는 양적 완화, 마이너스 금리 제도 등을 통해 금융완화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의도 여부와 관계없이 이들 국가의 통화가치는 떨어지고 달러화 가치는 강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중요한 건 원·달러 환율 흐름

중요한 것은 미국이 달러화 강세를 받아들일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미국 경제는 완전치 못하다. 달러 강세에 따른 경기 부담은 의외로 크다. Fed의 계량 모델인 ‘퍼버스(Ferbus=FRB+US)’에 따르면 달러 가치가 10% 상승하면 2년 후 미국 경제성장률이 무려 0.75%포인트(p)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월 Fed 의장이 고민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경기가 여의치 못한 상황에서 달러 강세가 재현된다면 언제든지 침체 국면으로 떨어질 위험이 높다. 현실화된다면 ‘제2의 에클스 실수’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 재무장관이 잊을 만하면 대미 흑자국을 중심으로 환율전쟁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보여 왔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결론을 맺는다면 달러 가치 사이클론으로 제왕 달러화 시대가 도래될 것이라는 시각은 당사국인 미국부터 바라지 않는 것이 종전과 다른 점이다. 이 점에 대한 의문점을 풀어야 킹 달러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점에 공감이 갈 것으로 기대된다. 달러 가치가 회복되는 것만으로 킹 달러 시대가 도래했다고는 말할 수 없다.

 

달러 폭망론과 달러론으로 ·달러 환율을 예상한다면 전자로 가면 1000원대로, 후자로 가면 2000원대로 향할 것이란 시각이 나올 있다. 하지만 2 대전 이후 브레턴우즈 체제의 변천사를 보면 극단론보다는 중간 지대, 후자보다는 전자 쪽으로 확률이 높은 만큼 내년에 ·달러 환율은 올해를 정점으로 점차 1400 밑으로 안정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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