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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 대출 연체율 1% 돌파 ‘금융위기 후 처음
’고금리·내수 부진에 소상공인 직격탄 
성실 상환자 역차별 등 도덕적 해이 논란도

 

글로벌 경기 불황과 내수 침체로 한국 경제의 모세혈관으로 불리는 중소기업·자영업계가 신음하고 있다. 최고경영자(CEO)들은 고금리·고물가·저성장이라는 3중고가 이어지면서 적금과 빚 ‘돌려막기’(기존 대출을 갚기 위해 새로운 대출을 받는 행위)로 버텨온 차주(대출을 받은 사람)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평가한다. 서민 경제를 지탱하는 기초부터 흔들리면서 ‘연체율의 역습’이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정보통신(IT) 기술을 활용해 경영 지표를 관리하는 중소기업은행(IBK기업은행)의 경영 자료를 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전체 대출 연체율이 1.03%를 기록했다. 직전 분기 대비 0.09%포인트(p) 상승한 수치다. 기업은행의 대출 연체율이 1%를 넘은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장을 덮쳤던 2009년 이후 약 16년 만에 처음이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대출의 핵심 공급처로 꼽히는 곳이다. 전체 대출 중 약 80%가 중소기업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한민국 중소기업의 자금줄에 이상 신호가 감지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상황은 시중은행도 크게 다르지 않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3분기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0.53%로 201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중소기업의 경영 여건 악화가 일시적 현상을 넘어 장기적인 부실로 고착화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당분간 금리가 떨어지기 쉽지 않은 구조여서 차주들의 대출 상환 부담이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핵심 원인으로는 미국이 올해 기준금리 인하에 속도 조절을 할 수 있다는 전망이 거론된다. 지난해 미국 중앙은행 역할을 하는 연방준비제도(Fed)는 기준금리를 세 차례 인하하면서 미국의 기준금리를 4.25~4.50%에서 3.50~3.75%로 낮췄다. 하지만 올해는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로레타 메스터 전 클리블랜드 미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최근 미국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정체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올해 추가 금리 인하에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기준금리는 경기를 자극하지도, 위축시키지도 않는 ‘중립’ 수준에 도달했다고 평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만 기준금리를 인하해 미국과의 금리 차이가 벌어지면 원화 가치가 하락하고 외환 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외국인 자금 이탈과 같은 우려가 커질 수 있어 한국은행도 금리 인하에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내려갈 경우 시중에 자금이 풀리면서 다시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해 10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은행 입장에서는 유동성(시중에 유통되는 통화량)을 더 늘려서 부동산 시장에 불을 지피는 역할을 하지 않으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금리 정책 방향과 관련해 ▲경기 ▲환율 ▲부동산 등 여러 변수가 상반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어 하나만 보고 금리를 결정하긴 어렵다면서도 “부동산 시장이 금리 인하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결과적으로 고금리 상황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은 이자 비용이라는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확률이 크다는 해석이다.

 

‘담보 없는’ 신용대출의 비명… 10년 만에 최고

 

더욱 우려스러운 대목은 대출의 질이다. 담보가 없는 신용대출 연체율(0.8%대)이 1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신용대출 연체율의 급등은 더 이상 팔거나 담보로 맡길 자산이 없는 ‘한계 차주’들이 속출하고 있다는 위험 신호로 해석된다. 금융감독원(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 중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은 0.29%로 비교적 안정적이었으나, 신용대출 등이 포함된 비주담대 연체율은 0.85%로 한 달 새 0.1%p 상승했다.

 

자영업자들의 삶은 더 팍팍하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4년 일자리행정통계 개인사업자 부채’에 따르면 2024년 개인사업자 평균 대출은 1억7892만원을 기록했다. 수치상 2년 연속 감소했지만, 이는 형편이 나아져서가 아니라 금리 인상과 가계부채 관리 강화로 은행 문턱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대출은 줄었는데 못 갚는 사람은 늘었다는 것이다.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0.98%로 전년(0.65%) 대비 0.33%p 증가했다. 이는 2017년 통계 집계 이후 사상 최고치다. 특히 매출액 3000만원 미만인 영세 소상공인의 연체율은 2.03%까지 치솟았다.

 

업종별로는 ▲건설업(1.93%) ▲사업지원·임대(1.31%) ▲농림어업(1.29%) ▲예술·스포츠·여가(1.12%) ▲숙박·음식업(1.07%) 등 내수 민감 업종의 연체율에서 타격이 컸다. 연령대별로는 29세 이하 청년 사업자의 연체율이 1.29%로 가장 높았는데, 이는 자본력이 약한 청년층이 고금리 비은행권 대출에 의존하다가 무너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부와 은행권은 금융 시스템 전체가 마비되는 것을 막기 위해 두 갈래 전략을 가동하고 있다. 은행권은 역대급 이익을 성과급으로 소진하기보다 대손충당금(대출금을 돌려받지 못할 것에 대비해 미리 쌓아두는 준비금) 확충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뱅크런(예금 대량 인출 사태)이나 금융 마비를 막기 위한 선제적 조치다. 이 밖에 ▲연체 이자 감면 ▲원금 상환 유예 ▲이자율 인하 등을 통해 차주에게 숨통을 틔워주는 전략도 함께 구사하고 있다. 특히 회수 가능성이 낮은 부채는 상각(은행 장부에서 손실로 처리하고 채권을 지우는 것) 처리하기도 한다.

 

다만 일각에서는 무조건적인 탕감 정책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상생금융 정부 정책에 발맞추기 위해 부채 일부를 탕감하고 대출 금리를 낮추고 있지만, 이는 대출을 성실하게 갚아온 차주들에게 허탈감을 있다단순한 자금 지원을 넘어 내수 경기를 활성화하고 중소기업의 이자 부담을 낮출 있는 구조적 대책이 시급하다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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