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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꺼내든 1조5000억 달러 국방 예산 증액과 ‘돈로 독트린’은 국제 질서의 기준을 바꿔놓았다. 규범과 협력의 시대는 저물고 안보는 다시 ‘압도적 힘’과 ‘자력 생존’의 문제가 됐다.

 

거친 전환의 한가운데서 K방산은 선택지가 아닌 필수 인프라로 떠올랐다. 서구권의 생산 라인이 멈추고 납기가 늘어지는 사이 한국은 축적된 제조 역량과 신뢰로 전 세계 안보의 공백을 채우고 있다.

 

전쟁이 만든 이 기회는 일시적 특수가 아니다. K방산은 이제 무기를 파는 산업을 넘어 글로벌 안보 질서를 떠받치는 대체 불가능한 시스템으로 자리 잡고 있다.

2026 세계 분쟁 지도와 지역별 K무기 운용 현황.
2026 세계 분쟁 지도와 지역별 K무기 운용 현황.

“공짜 안보는 없다”…군비 경쟁으로 치닫는 세계

트럼프는 “그린란드를 러시아나 중국의 손에 맡길 수 없다”는 논리를 앞세워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의 전제를 흔들고 있다. 이른바 ‘그린란드 매입 구상’은 북극 항로와 자원, 군사 거점을 둘러싼 미국의 지정학적 계산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사례다.

 

동맹과 규범보다 국가 이익을 앞세운 미국의 움직임은 전 세계적인 군비 재무장의 구조화를 가속하고 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군사비는 사상 처음으로 2조 7000억 달러를 넘어섰고 증가분의 상당 부분이 유럽과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발생했다.미국의 도덕적 정당성이 약화하는 가운데 나토 회원국들은 2024년 정상회의를 기점으로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수준까지 단계적으로 상향하기로 합의했다는 점도 같은 흐름을 보여준다.

 

힘의 질서가 복귀한 시대, 안보는 더 이상 외교적 선택지가 아니라 국가 생존의 문제로 전환됐다. 각국이 경쟁적으로 무장을 확대하면서 군비 증강은 일시적 대응이 아닌 장기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SNS 트루스 소셜 계정에 2026년 1월 3일 게시된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미군에 의해 생포된 후 USS 이오지마함에 탑승한 모습이라고 밝힌 것이다.
이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SNS 트루스 소셜 계정에 2026년 1월 3일 게시된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미군에 의해 생포된 후 USS 이오지마함에 탑승한 모습이라고 밝힌 것이다.
백악관이 베네수엘라 공습 하루 뒤인 1월 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과 함께 ‘FAFO’라는 문구를 올렸다. FAFO는 “까불면 혼난다”를 뜻하는 속어다.
백악관이 베네수엘라 공습 하루 뒤인 1월 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과 함께 ‘FAFO’라는 문구를 올렸다. FAFO는 “까불면 혼난다”를 뜻하는 속어다.

 

3시간도 충분…베네수엘라 작전이 보여준 전장의 변화

지난 1월 13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확고한 결의(Operation Absolute Resolve)’ 작전을 단행했다. 미군은 지휘통제(C2) 체계를 무력화한 뒤 단시간 내 정권 수뇌부를 제압했다. 이 작전은 국제 규범이나 외교적 정당성보다 군사적 우위를 앞세운 개입이 현실화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이동헌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트럼프의 베네수엘라 군사 행동과 정치적 개입으로 지정학적 불안감이 커졌다”며 “이번 사안은 국제 규범보다 힘이 우선하는 질서로의 이동을 재확인한 사건”이라고 분석했다.이어 “미국의 도덕적 정당성이 약화하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의 명분을 강화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며 “패권이 ‘압도’에서 ‘경합’의 시대로 전환되면서 글로벌 군비 재무장 기조 역시 장기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장의 풍경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5년째 이어지면서 세계는 전쟁 특수 속에서도 공급망 붕괴로 국방 예산의 실질 구매력이 떨어지는 이른바 ‘데스노믹스(Deathnomics)’ 국면에 진입했다.우크라이나 전장에서는 드론이 난무하는 하늘 아래 오토바이와 기마부대가 다시 등장했다. 강력한 전자전(EW) 공격으로 첨단 장비의 통신이 마비되자 가장 확실한 아날로그식 기동력을 확보하려는 고육지책이다. 이는 극한의 전자전 환경에서도 끝까지 작동하는 신뢰성과 운용 안정성이 무기체계의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장남현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무기체계 수요 증가가 이어지는 가운데 공급이 제한된 시장 구조를 고려하면 국내 방산업체가 독보적인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이 2025년 12월 15일(현지 시간) 사상 처음으로 수중 드론을 활용해 러시아 잠수함을 공격하는 데 성공했다며 관련 영상을 공개했다. 흑해 노보로시스크항에 정박한 러시아 잠수함에서 화염과 함께 물기둥이 치솟고 있다(큰 사진). 작은 사진은 폭파 전 러시아 잠수함. 초록색 선은 영상에서 사물이 인식될 때 표시되는 선으로 추정된다.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이 2025년 12월 15일(현지 시간) 사상 처음으로 수중 드론을 활용해 러시아 잠수함을 공격하는 데 성공했다며 관련 영상을 공개했다. 흑해 노보로시스크항에 정박한 러시아 잠수함에서 화염과 함께 물기둥이 치솟고 있다(큰 사진). 작은 사진은 폭파 전 러시아 잠수함. 초록색 선은 영상에서 사물이 인식될 때 표시되는 선으로 추정된다.

 

유럽은 못 만들고, 미국은 기다릴 수 없다…공급 공백이 만든 기회

유럽 방산업계는 장기간의 평화 국면 속에서 생산 기반이 크게 약화했다. 반면 한국은 남북 대치라는 구조적 환경 속에서 24시간 가동이 가능한 상시 대량생산 체계를 유지해 왔다.

 

계약 체결 이후 수개월 내 실전 배치가 가능한 무기를 안정적으로 인도할 수 있는 국가는 현재로서는 한국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국 무기체계가 나토 표준(STANAG)과 완벽하게 호환된다는 점도 경쟁력을 키운 요인이다. 미군과 나토군과의 즉각적인 연합 작전이 가능해 도입 이후의 운용 부담이 낮다는 점에서 서구권의 공백을 빠르게 메우는 대안으로 부상했다.

 

K방산은 글로벌 방산 공급망의 구조적 공백을 메우는 핵심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무기 판매를 넘어 현지 생산과 기술이전을 결합한 방식이 정착되면서 거래 중심 산업에서 장기적 파트너십 모델로 전환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전략이 한국이 ‘세계 방산 4대 강국’으로 도약하는 핵심 조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방산 빅4 합산 영업이익
방산 빅4 합산 영업이익

합산 영업익 6조…숫자가 증명한 ‘K방산의 시간’

자본시장은 이미 K방산의 구조적 변화를 숫자로 평가하고 있다. 국내 방산 대장주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20만원을 돌파하며 새로운 ‘황제주’로 자리 잡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와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현대로템·LIG넥스원·KAI 등 방산 4사의 2026년 연간 합산 영업이익 전망치는 6조6522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3년 1조2382억원에 불과했던 이익 규모는 2024년 2조6000억원, 2025년 5조2000억원을 거치며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존재감은 단연 두드러진다. 증권가가 전망하는 올해 예상 영업이익만 4조6000억원대로 전체 방산 이익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의 20조원 규모 추가 계약을 포함해 130조원이 넘는 수주 잔고가 실적과 주가를 동시에 끌어올리고 있다.

황제주 등륵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황제주 등륵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은 폴란드 K2 전차 2차 계약 물량의 본격 인도와 페루 등 중남미 시장 개척을 통해 ‘영업이익 1조 클럽’에 안착했다. LIG넥스원은 UAE·사우디·이라크를 잇는 ‘천궁-II’ 방공망 벨트를 구축하며 정밀유도무기 분야의 글로벌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KAI는 FA-50의 글로벌 확산과 함께 2026년 본격화된 KF-21 보라매 양산 체제가 실적 가시성을 높이고 있다.

 

글로벌 자본의 시선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된 한국 방산 ETF ‘KDEF’는 상장 11개월 만에 수익률 122%를 기록하며 미 증시에 상장된 4300여 개 ETF 가운데 수익률 1위에 올랐다.

 

시장 전문가들은 자본이 K방산으로 몰리는 배경으로 세 가지를 꼽는다. 우선 수익 구조의 변화다. 과거 3~5% 수준에 머물던 내수 중심 영업이익률은 수출 비중 확대와 함께 12~15%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지상 방산 부문의 수출 영업이익률은 38%에 달해 전통적인 IT 기업을 웃도는 수익성을 기록하고 있다.

 

두 번째는 사후관리(MRO) 사업의 본격화다. 무기 판매 이후 수십 년간 이어지는 정비·부품 교체 수요가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만들어내며, 자본시장은 이를 ‘방산판 구독 경제’로 평가한다. 세 번째는 글로벌 표준의 안착이다. 한국 무기체계는 나토 표준(STANAG)과 완벽히 호환돼 주요 동맹국 시장에서 구조적 진입장벽을 낮췄다.

 

방산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방산을 경기 방어주로 봤지만 이제 자본시장은 K방산을 테슬라나 엔비디아처럼 시대적 결핍인 ‘안보’를 대표하는 핵심 자산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최근 1년 ETF 수익률 톱10
최근 1년 ETF 수익률 톱10

 

폴란드에서 중동·태평양까지…전 세계 화약고 누비는 K무기

K방산의 달라진 위상은 글로벌 분쟁 지도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5년 차 소모전으로 접어들면서 러시아의 나토 ‘회색지대’ 도발은 오히려 잦아지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2026 세계대전망’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유럽을 중심으로 회색지대 도발을 한층 강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할수록 긴장을 다른 지역으로 확산시키려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과정에서 K9 자주포와 K2 전차는 폴란드와 루마니아를 잇는 나토 동부 전선의 핵심 전력으로 자리 잡았다. 러시아의 도발이 빈번해질수록 즉각적인 인도가 가능한 한국산 무기에 대한 나토의 의존도는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 전장에서 K무기는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로 평가받고 있다. 한때 ‘가성비’가 강점으로 거론됐던 한국 무기체계는 이제 신속한 납기와 축적된 실전 운용 경험을 앞세워 신뢰의 영역으로 진입했다.

유럽에서는 폴란드가 대표 사례다. 전쟁 이후 폴란드는 구소련제 장비를 우크라이나에 대거 공여하며 발생한 전력 공백을 K9 자주포와 K2 전차로 보완했다.

 

한국과 폴란드 간 무기 공급 계약 규모는 총 220억 달러에 달하며 K2 전차 180대, K9 자주포 672문, FA-50 경공격기 48대, K239 천무 288문 등이 공급됐다. 동유럽과 북유럽 국가들로 관심이 확산하며 한국은 유럽 방산 시장의 확실한 교두보를 마련했다.

 

중동에서는 정밀 방공 체계 수요가 한국으로 집중되고 있다. UAE의 천궁-II(M-SAM) 도입과 안정적 운용 이후 사우디와 이라크에서도 한국산 중·단거리 방공체계가 유력한 대안으로 거론된다. 잦은 드론·미사일 위협 속에서 높은 명중률과 운용 효율성이 실전 데이터로 입증되며 ‘중동 방공망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아태 지역에서는 FA-50이 두각을 나타낸다. 필리핀은 남중국해 긴장 국면에서 FA-50을 주력기로 운용하며 추가 전력 보강을 추진 중이고, 말레이시아 역시 차세대 경전투기 파트너로 한국을 선택했다.

 

호주에서는 레드백(AS21) 장갑차가 ‘랜드 400’ 사업을 통해 현지 양산에 돌입하며 인도·태평양 지상 전력의 게임체인저로 주목받고 있다. KF-21은 아시아 국가들의 노후 전투기 교체 수요를 흡수할 잠재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베네수엘라 인접국과 수단, 콩고 등에서는 K808 차륜형 장갑차를 중심으로 현지 생산과 기술 이전을 결합한 장기 파트너십이 정착 단계에 들어섰다. 미국에서는 2.75인치 유도로켓 ‘비궁’이 해외 비교시험(FCT)을 통과하며 한국 유도무기의 미국 시장 진입 가능성을 열었다.

전 세계 국방비 지출 규모 순위
전 세계 국방비 지출 규모 순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한화필리조선소.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한화필리조선소.

다음 전장은 바다…시험대 오른 K방산

2026년의 방산업계 가장 뜨거운 화두는 ‘해양 방산’이다. 대만해협의 긴장 고조와 남중국해의 군사적 마찰은 한국 조선업에 유례없는 기회를 제공했다.

 

특히 미 해군력 재건을 위한 ‘황금 함대(Golden Fleet)’ 구상과 미국의 조선업 부활 프로젝트인 ‘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가 본격화되면서 한국은 미 해군 함정 MRO(유지·보수·정비)를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핵심 파트너로 자리 잡았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미 7함대 소속 보급함 정비 사업을 연이어 수주하며 연간 20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미 해군 MRO 시장에 진입했다.

 

K해양 방산의 외연은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러시아·중국산 무기의 대체재로서 신뢰도가 높아지면서 태국과 필리핀에 호위함과 잠수함을 수출한데 이어 최근에는 페루와 해군 함정 협력을 포함한 대규모 방산 패키지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단일 무기 수출을 넘어 지상·해상 전력을 아우르는 종합 방산 파트너로서의 위상이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2025년 10월 30일 경남 거제 한화오션 조선소를 찾아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김민석 국무총리와 대화하는 모습.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2025년 10월 30일 경남 거제 한화오션 조선소를 찾아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김민석 국무총리와 대화하는 모습.

그러나 기회만큼 견제도 거세다. 2026년 상반기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60조원 규모의 캐나다 잠수함 도입 사업(CPSP)은 K방산의 진짜 시험대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코리아 원팀’으로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캐나다는 국방 조달 금액의 100%를 자국 산업에 재투자하도록 요구하는 절충교역(ITB)을 중시하고 있다. 단순한 성능 경쟁이 아니라 산업·외교·기술이전을 포괄하는 정부 대 정부(G2G) 협력 패키지가 수주 성패를 가를 가능성이 크다.

 

경쟁국들의 대응도 만만치 않다. 독일 TKMS 등 유럽 방산 기업들은 이미 에너지, 핵심 광물, 전기차 배터리 등 전략 산업을 연계한 범정부 차원의 패키지 딜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여기에 캐나다가 비유럽 국가 가운데 처음으로 유럽연합(EU)의 방산 지원 프로그램 ‘세이프(SAFE)’ 참여를 결정하면서 ‘유럽산 우선 구매(Buy European)’ 원칙은 K방산의 새로운 장벽으로 떠올랐다.

 

문근식 한양대 특임교수는한국과 독일 잠수함 성능 격차는 크지 않다결국 관건은 무기 자체가 아니라 국가 차원의 산업·외교 역량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패키지로 제시하느냐라고 말했다. 최용선 법무법인 율촌 수석전문위원도정부가 나서서 미래 모빌리티, 에너지, 우주항공 한국의 강점 산업을 결합한 ‘K패키지 제안해야 한다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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