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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국제유가가 연일 치솟으며 일각에서는 배럴당 100달러 돌파가 시간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처럼 국제유가가 100달러에 재진입할 경우 글로벌 경기침체 신호탄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뒤따른다. 신재생 에너지 보급이 늘고 있지만 아직은 전세계 주류 에너지원인 유가가 지나치게 오르면 전반적인 경제활동이 위축되고 이것이 경기 위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8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4일(이하 현지시간) 기준 두바이유가 배럴당 87.23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해 12월 이후 8개월래 최고 수준이다. 같은날 브렌트유 86.24달러, 서부텍사스유(WTI)는 82.82달러를 기록하며 각각 4개월래 최고가를 찍었다.

 

국제 3대 유종은 지난 7일 일제히 소폭 하락했다. 그러나 글로벌 증권가와 정유업계는 당분간 국제유가 상승기조에 대해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보고 있다. 경기침체 우려에도 국제유가를 끌어올릴 요소가 산재해서다.

 

국제유가 상승 압박 7콤보

국제유가는 최근 상승 압박을 강하게 받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일부 주요산유국모임(OPEC+) 감산 ▲글로벌 재고 하락 ▲미국을 필두로 한 글로벌 호경기 ▲바캉스 등 계절적 수요 ▲유럽 폭염으로 인한 공급 지체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유조선 공격 ▲중국 경기부양 기대감 등이다.

 

가장 큰 요인은 사우디아라비아의 감산이다. 올해 국제유가가 하락할 때마다 반등을 위해 원유 생산량을 줄여 온 사우디아라비아는 내달까지 하루 100만배럴 감산을 지속할 예정이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 원유 생산량은 일일 900만배럴로 최근 몇년새 가장 적은 수준이다.

 

이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에너지 전환 시대를 맞아 추진하는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과 네옴시티 프로젝트 등에 투입할 천문학적인 자금과 관계 깊다. 지난 3일 블룸버그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정부 지출 충당을 위해 국제유가를 배럴당 100달러 수준으로 유지하기를 원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여기에 러시아도 9월부터 원유 수출을 일일 30만 배럴로 감축하기로 결정해 국제유가 상승압박이 더해졌다.

 

다른 요인도 있다. 정유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석유 재고는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원유를 더 사들일 여지가 많다는 뜻이다.

 

올초 경기침체 예상과 달리 미국의 원유 수요도 건재하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지원법(칩스법)을 필두로 한 글로벌 생산공장 유치로 금리인상에도 경제활력이 유지됐다. 여기에 바캉스 등 계절적 수요로 인한 석유 소비가 늘고, 유럽 폭염으로 라인강 수위가 하락하며 석유제품 운송 차질까지 발생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공급망 불안요소로 언급된다. 지난 4일 우크라이나는 크림반도 인근을 지나는 러시아 유조선 SIG에 해상 드론 공격을 가해 국제 석유공급망 위축 우려를 낳았다. 중국의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도 유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 부양에 대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의지가 생각보다 강하고, 러시아도 이에 잘 동참하고 있어 전략비축유 재매입이 이뤄졌던 70달러 초반까지 국제유가가 하락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100달러 시대, 경기침체 우려 시작

지난해 세계경제는 경기침체 공포로 얼어붙었다. 100달러를 호가하던 국제유가를 시작으로 급격한 인플레이션을 감당하지 못한 각국 정부가 속속 금리인상 카드를 꺼내들어서다. 금리가 인상되면 개인은 소비 위축, 기업은 투자 위축이 진행된다. 기업의 투자 위축은 고용 불안으로 연결돼 개인의 소비를 더욱 압박하게 된다.

 

다행히 우려는 일부만 현실화하는 수준으로 마무리됐다. 실제 미국의 기준금리는 지난해 6월 연 1.75%에서 올해 7월 기준 연 5.50%로 3배가량 올랐지만 미국을 비롯, 각국 경기는 침체로까지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다만 국제유가가 100달러 이상으로 올라 상당기간 유지될 경우 글로벌 경기 침체는 피할 수 없다는 전망이 만만치 않다. 정유업계는 당분간 국제유가 상승에는 동의하나 100달러 시대가 일상화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이다.

 

조장은 대한석유협회 팀장은 “(국제유가) 상승 여건들이 복합적으로 전개돼 당분간은 이같은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휘발유 상승폭보다 경유 가격 상승폭이 커 국내 가격에도 그대로 반영된다면 아마 8월말까지는 경유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태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올해 국제유가는 수요와 공급원칙으로 바라볼 때 배럴당 80달러 후반대로 예상하고 있다”며 “만약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넘는다면 물가 상승으로 하반기 국내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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