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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후가 심상치 않다. 북반구는 여름철에 접어들면서 폭염 피해 소식이 끊이지 않는다. 7월 글로벌 지구 기온이 섭씨 영상 17.2도로 관측되면서 평년 기온을 큰 폭으로 이탈한 추세가 유지되고 있다. 그야말로 역대급이다. 기후 변화의 진행 속도가 체감되는 시점이다.

 

문제는 2023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엘니뇨다. 세계기상기구(WMO)는 7월 엘니뇨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선언했다. 미해양대기청(NOAA)은 강한 엘니뇨로 발전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는 상황이다.

 

엘니뇨는 적도 태평양 부근 해수면 온도가 평년 대비 높아지는 현상이다. 평상시에는 무역풍이 동쪽에서 서쪽으로 바닷물을 밀어준다. 따뜻하게 달궈진 표층 해수가 남미에서 인도네시아와 호주 쪽으로 몰리고 부족한 남미의 바닷물은 심해의 차가운 물이 차 오르면서 채워 준다. 따라서 서태평양 수온은 상대적으로 따뜻하고 동태평양은 차가운 상태가 유지된다. 하지만 어떤 이유로 무역풍이 약화되면 따뜻한 바닷물의 이동이 정체되면서 적도 태평양 부근의 해수면 온도가 0.5도 이상 상승하게 되는 데 이를 엘니뇨라고 한다.

 

엘니뇨는 수온 변동과 함께 여러 지역에 기후 변화를 야기하는 요인이다. 해수면 온도가 변화하면 주변 지역들의 강수량 패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엘니뇨로 인한 기후 변화의 영향을 많이 받는 지역은 적도 태평양과 밀접한 남미·남아시아·호주 등이 있다. 엘니뇨 발생 시 따뜻한 해수가 서태평양 쪽으로 이동하지 못하기 때문에 비구름이 형성되기 어렵다. 따라서 호주와 동남아시아는 평년보다 강수량이 줄어든다. 이 지역들은 건조한 기후가 지속되며 가뭄과 산불 피해가 증가하게 된다. 반대로 남미 서쪽 지역은 평년보다 강수량이 많아지며 홍수 피해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 총 수력 발전량

 

엘니뇨는 강수량 변화뿐만 아니라 지구적인 기온을 0.2도 상승시키는 효과도 있다. 문제는 기후 변화에 따른 기온 상승과 엘니뇨 효과가 겹치면서 올여름이 매우 더울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에어컨 가동량이 늘어날 것을 암시한다. 냉방은 전력 사용량이 많다. 1년 중 여름철에 가장 많은 전기가 사용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기는 저장이 어렵기에 매순간 수요와 공급이 일치해야 한다. 냉방과 같이 특정 시간에 급격하게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선 신축적인 가동이 가능한 전력 발전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최근 늘어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는 이를 감당하기 어렵다. 햇빛과 바람을 조절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유연한 발전량 조절이 가능한 석탄·천연가스 등 화력 발전으로 충당해야 할 것이다. 당장을 위해 내년을 더 뜨겁게 만들 수는 없으니 석탄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두 배 이상 적은 천연가스의 발전량 증가가 예상된다. 천연가스는 보통 난방용 도시가스로 친숙하지만 미국의 천연가스 수요는 전력 발전용이 난방용 수요보다 더 많다. 따라서 엘니뇨로 인한 폭염은 천연가스 수요를 증가시켜 가격 상승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석탄보다 친환경적인 천연가스의 대체재는 없을까. 천연가스의 대체재로는 수력 발전이 있지만 엘니뇨 상황에서는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수력 발전은 신재생에너지임에도 댐을 이용하면 수문을 여는 순간 전기가 생산되기 때문에 즉각적인 발전 수요에 대응할 수 있다. 다만 수력의 약점은 가뭄이다. 엘니뇨 기간 동안에는 중국 북부·브라질·캐나다·인도 등에 평년보다 적은 강수량이 나타난다. 이들은 큰 강을 가진 세계 최대 수력 발전 국가들이다. 즉, 주요국의 가뭄으로 수력 발전량이 감소하면 전기가 더 부족해지고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의 수요가 급증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따라서 올해 엘니뇨의 등장에 따른 폭염과 가뭄 예보는 글로벌 천연가스 가격의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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