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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로봇이 빛 통해 손상 위치 파악
절단면에서 화학반응, 피부 치유
로봇 다리 한곳을 6번 찔렀을 때
상온서 1분 안에 치유하고 움직여

공상과학(SF)영화 ‘터미네이터 2: 심판의 날’(1991)에는 미래에서 온 로봇 ‘T-1000′이 등장한다. 액체 금속으로 만들어진 T-1000은 어떤 공격을 받아도 바로 회복한다. 과학자들이 영화 속 터미네이터처럼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로봇이 어디에 상처가 생겼는지 확인하고 그 자리에서 바로 복구하는 것이다. 관련 기술이 발달하면서 상온에서도 치유가 가능하고, 사람의 피부 세포까지 적용하고 있다. 이 기술들은 로봇이 우주나 위험한 환경에 투입될 때 사람 개입 없이도 스스로 임무를 수행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자가치유 로봇

빛으로 정확한 손상 위치 파악

미국 코넬대 연구진은 불가사리 모양의 자가 치유 로봇을 개발해 지난 7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어드밴스’에 발표했다. 연구진이 개발한 로봇은 X 자 모양으로 다리가 4개다. 로봇이 치유하려면 먼저 어디가 손상됐는지 알아야 한다. 이를 위해 연구진은 신축성 있는 광섬유 센서를 사용했다. 원리는 이렇다. 다리에 퍼져 있는 관을 통해서 LED(발광다이오드) 빛이 흐른다. 외부 자극으로 로봇에 변형이 생기면 빛의 세기가 변한다. 빛을 감지하는 반도체 포토다이오드가 피부가 변형되는 정확한 위치를 파악한다.

 

로봇 피부는 유연한 고분자 소재인 ‘폴리우레탄 우레아 엘라스토머’로 만들어졌다. 피부가 잘리면 노출된 면에서 화학반응이 일어나고 분자 간 사슬이 결합하며 치유된다. 연구진은 실험에서 로봇 다리 중 하나를 6번 찔렀을 때 상온에서 1분 안에 치유하고 계속 움직일 수 있음을 확인했다. 다만 연구진은 “베인 상처는 잘 치유할 수 있지만 산(酸)이나 열로 인한 손상은 화학적 특성이 변해 잘 치유되지 않는다”고 했다.

 

자기 치유에 쓰이는 소재도 진화하고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진은 로봇에 사용될 부드러운 재료를 개발하고 있다. 연구진은 앞선 연구에서 상온에서 치유하는 물질을 개발했다. 기존에는 로봇 안팎에 가열 장치를 부착해 치유 과정을 제어했지만 상온에서도 치유가 가능한 것이다. 열 없이도 3일과 7일, 14일 후에 각각 62%, 91%, 97%가 치유되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진이 이번에 개발한 소재는 적은 비용으로 제작할 수 있으며 변형뿐 아니라 온도와 습도를 감지할 수 있다. 로봇 피부로 쓰이는 소재들은 내구성이 약한 경우가 많다. 연구진은 센서를 탄소 잉크 대신 염화나트륨(소금)을 이용해 만들었다. 젤라틴 기반의 물질에 인쇄된 센서는 전기저항 변화를 통해 재료의 변형을 계산한다. 소금을 이용하면 센서 길이가 원래의 3배로 늘어날 때도 끊어지지 않고 변형을 감지한다. 변형 감지 범위가 넓어진 만큼 어느 정도 고쳐야 하는지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연구진은 “다양한 유형의 로봇에 쉽게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살아있는 사람 피부 세포 활용

아예 사람의 세포를 이용해 인공 피부를 만들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로봇의 피부에 실리콘이 많이 쓰이지만 주름 같은 복잡한 질감을 모방하기 어렵고 사람 피부처럼 치유 능력도 없다. 일본 도쿄대 연구진은 사람의 피부 세포를 이용한 새로운 인공 피부를 개발했다.

 

연구진은 피부 세포인 ‘인간 섬유아세포’와 콜라겐을 혼합했다. 이 성분은 수축하는 특성이 있어 로봇 손가락에 단단히 밀착된다. 그리고 실제 사람의 피부 느낌을 그대로 구현했다. 인공 피부는 로봇 손가락의 움직임을 견딜 만큼 질기고, 붕대를 감으면 스스로 치유할 수 있다.

 

자가 치유 로봇은 다양한 분야에 응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딱딱한 로봇의 단점은 부서질 수 있고 계속 쓰려면 사람이 점검하고 고쳐야 한다. 사람의 개입이 어려운 우주나 극한의 환경에서는 그러기 쉽지 않다. 우주에 쓰이는 로봇이나 수명이 길어야 하는 기계에 자가 치유 로봇이 유용하게 쓰일 것으로 과학기술계는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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