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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둘째 아들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의 경영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김 사장은 최고글로벌책임자(CGO) 직함을 갖고 한화생명의 디지털전환과 글로벌 진출이라는 두 가지 핵심 과제를 맡아왔다. 하지만 김 사장의 야심작으로 꼽히는 디지털 보험 실험이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데다 가속페달을 밟았던 해외 사업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화그룹의 3세 승계가 속도를 내면서 당장 금융사업 승계에는 영향이 없더라도 김 사장의 리더십에 적잖은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평가가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2019년 국내 1호 디지털 손해보험사 타이틀을 달고 출범한 캐롯손해보험은 한화생명에 입사한 지 5년 만에 김 사장이 최고디지털전략책임자(CDO) 직함을 달고 기획 단계부터 직접 관여한 사업이란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운행한 거리만큼 보험료를 내는 상품 콘셉트로 시장을 공략하며 기대를 모았다. 투자금도 상당했다. 캐롯손보의 최대주주인 한화손해보험(59.6%)은 현재까지 3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입했다. 하지만 6년째 적자가 이어졌다. 2019년 91억원, 2020년 381억원, 2021년 650억원, 2022년 841억원, 2023년 760억원, 2024년 66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아무리 새로운 형태의 상품을 앞세워도 자동차보험 중심의 사업 모델은 이미 포화돼 보혐료를 올릴 수 없었다. 낮은 보험료, 높은 손해율이 반복된 것이다. 현재는 한화손보가 흡수합병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부진한 디지털 보험 업황을 고려해도 당초 기업공개(IPO)를 계획하며 그룹의 디지털 금융 전략의 상징으로 평가받았던 것에 비해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든 셈이다.해외 진출도 늪에 빠져 있다. 김 사장이 2023년 CGO로 자리를 옮긴 뒤 한화생명은 글로벌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인도네시아시장을 핵심축으로 삼았다. 지지부진하던 인도네시아 사업에 대규모 투자금을 투입했다. 2023년 3월 한화생명 인도네시아법인이 리포손해보험 지분 47.7%를 인수했다. 한화손보도 리포손보 지분 14.9%를 확보했다. 그해 7월 한화생명 인도네시아가 의무공개매수(MTO)로 지분을 확대하며 한화생명의 리포손보 지분율은 74.4%가 됐다. 지난해 5월엔 리포그룹이 보유한 노부은행 지분 40% 인수를 추진했다. 인도네시아 정부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보험업은 현지화가 가장 어렵다는 산업이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규제가 까다로워 녹록지 않은 시장으로 분류된다. 국내 금융사들은 은행 중심으로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그만큼 한화생명의 결정은 이례적이었다. 한화생명 인도네시아는 리포손보 지분 인수에 따른 투자손익이 반영되며 지난해 64억5800만원의 순손실을 냈고 인도네시아 손해보험사(리포손보)도 순이익 규모가 149억2700만원(2023년)에서 49억5500만원(2024년)으로 확 줄었다. 

 

사장은 형제들과 비교하면 존재감이 옅었다. 금융업이 규제 산업인 만큼 운신의 폭이 넓지 않은 탓이다. 형제들에 비해 지배력도 약하다. 사장이 직접 보유한 한화생명 지분은 0.03% 현저히 낮다. 한화생명을 이끄는 여승주 한화생명 부회장 지분율(0.02%)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다. 지분 43.24% 가진 ()한화를 통해 간접 지배만 유효한 상태다. 장남 김동관 부회장이 그룹 지주사격인 ()한화에 대한 실질적 지배권을 확보했고 3 김동선 부사장도 한화갤러리아(지분율 16.85%) 중심으로 유통 부문의 지배 기반을 강화하고 있는 것과 비교해 사장은 금융 부문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이 부족한 상태인 셈이다. 마이너스 성적표는 한화생명 지분율이 낮은 사장의 금융 계열사 지배력을 흔드는 뇌관이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용한 사장의 행보와 달리 그룹 한화생명의 존재감은 상당하다. 전체 매출의 30~40% 정도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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