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패자" 연준 독립성 위협 논란
달러인덱스 2022년 3월 이후 최저
유럽 부활절 휴일 속 시장 변동성 확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또 흔들자 미국 경제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다시 한 번 타격을 입으면서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로 21일(현지시간) 달러가 3년 만에 최저수준으로 하락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자신이 설립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통해 파월 의장을 “최악의 패자(major loser)”라고 부르며 즉각 금리를 인하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ICE 선물거래소에서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의 가치를 반영한 달러 인덱스는 97.923까지 밀리며 2022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달러화 투자자금이 안전자산 통화에 쏠리면서 스위스프랑에 견준 달러화 가치는 전 거래일 대비 1.5% 이상 하락해 10년 만의 최저치(0.8063프랑)를 찍었다.
유로·달러 환율 상승으로 유로화는 1.1535달러까지 치솟으며 2021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엔화 대비로도 달러는 7개월 만의 최저인 140.66엔까지 떨어졌다.
비쉬누 바라탄 미즈호은행 아시아 지역 거시연구 총괄은 “파월 의장이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지 않기 때문에 트럼프가 그를 해임할 수는 없다”면서도 “그러나 대통령이 연준의 독립성에 대한 인식을 훼손하는 방식으로 정치적 압력을 행사할 수는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파월 의장의 해임을 거듭 주장해왔으며, 케빈 해셋 백악관 경제자문은 금요일 “대통령과 참모들이 파월 해임 가능성을 계속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부활절 연휴로 유럽 대부분의 시장과 호주·홍콩 시장이 휴장한 가운데, 미국 증시는 트럼프의 발언 여파로 급락했다. 다우지수·S&P500·나스닥 모두 2% 이상 하락했고, 기술주 중심의 ‘매그니피센트 세븐(M7)’ 종목군의 낙폭이 두드러졌다.
칼 샤모타 코페이 수석시장전략가는 “만약 연준의 이중 책무(물가안정과 완전고용)가 백악관의 새로운 정치적 목표에 따라 희석된다면, 향후 물가 급등 시에도 정책 대응 여력이 제약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무역정책 역시 달러 약세를 부채질하고 있다. 최근 미국은 중국산 수입품에 최대 145%의 고율 관세를 부과했고, 중국도 이에 맞서 최대 125%의 보복관세로 대응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투자자들은 달러자산을 회피하며 대체 통화로 자금을 이동시키고 있다.
영국 스털링 파운드는 1.34달러까지 올라 지난해 9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호주달러와 뉴질랜드달러도 각각 4개월·5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회복했다.
중국 위안화는 역내시장에서 2주 만에 최고치까지 올랐다가 일부 상승폭을 반납했다. 역외 위안화는 1달러당 7.2931위안 수준에서 거래됐다. 중국 인민은행은 전날 대출우대금리(LPR)를 6개월 연속 동결했지만, 시장은 미·중 갈등 격화에 대응해 추가 부양책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