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GS25, 몽골·베트남 공략 집중
K푸드 붐에 PB 중심 판매 먹혀
규모의 경제 도달하며 수익 내기 시작
편의점업계가 몇 년 전부터 공들여 왔던 해외 사업이 궤도에 올라서고 있다. 주요 국가에서는 매장이 300개를 넘어서며 흑자전환을 달성했거나 달성할 전망이다. 해외 진출 초기의 시행착오를 딛고 베트남과 몽골 등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며 현지 적응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몽골왔씨유
BGF리테일은 지난 2018년 몽골 내에서 편의점 사업을 운영 중이던 현지 기업 '센트럴 익스프레스'와 손잡고 몽골 편의점 시장에 진출했다. 이미 현지에서 편의점을 운영 중이던 기업과 함께 했던 만큼 초반부터 빠르게 점포를 확장할 수 있었다.
BGF리테일은 수도인 울란바토르에 6개 점포를 동시 오픈하며 몽골에 'CU'를 알렸고 2년 만인 2020년 100호점을 돌파했다. 2년 후인 2022년엔 200호점을 열었고 지난해엔 400호점을 넘어서며 속도를 붙였다. 지난달 말 기준 CU의 몽골 점포 수는 467개로 점유율 1위 브랜드다.
BGF리테일의 몽골 파트너사는 지난해 상반기 매출 2861억 투그릭(약 1173억원), 경상이익 96억 투그릭(약 39억원)을 기록하며 첫 흑자전환에 성공하기도 했다. 점포 수가 400개를 넘어서며 '규모의 경제'를 달성했다는 분석이다. CU는 올해 몽골 내 500호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CU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GS25 역시 몽골에 많은 점포를 내고 있다. 몽골 진출을 타진하다가 코로나19로 전면 보류하고 베트남에만 집중해 왔던 GS25는 2020년 다시 몽골에 손을 뻗었다. CU가 몽골에서 빠르게 점포 확장에 나서는 걸 두고 볼 수만은 없었기 때문이다. 현재 점포 수가 274개로 CU엔 미치지 못하지만 현지 2위 자리를 굳히며 CU를 추격 중이다.
신짜오 GS
몽골에선 CU에 밀렸지만 베트남은 GS25가 '선점 효과'를 누리고 있다. 베트남 내 점포 수는 355개로 서클K에 이은 현지 2위다. 2018년 첫 점포를 낸 뒤 2021년엔 가맹사업도 시작했다. 베트남에서 편의점을 가맹 방식으로 운영하는 곳은 GS25가 유일하다.
향후 출점 전망도 밝다. 그간 GS25는 베트남 최대 도시인 호치민을 중심으로 빈증, 동나이, 붕따우 등 남부 지역에 집중적으로 점포를 오픈하는 전략을 세웠다. 2023년에는 서클K를 제치고 베트남 남부 지역 1위 브랜드로 올라서기도 했다.
올해엔 지난 3월 하노이에 6개 점포를 오픈한 것을 시작으로 북부 공략에 나선다. 이달에만 7개 점포를 더 열었고 연말까지 100개 이상을 추가로 오픈해 올해 안에 베트남 내 점포를 500개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내년에는 베트남에서도 흑자전환을 이루겠다는 계획이다. GS리테일의 베트남 법인은 지난해 1104억원의 매출과 69억원의 적자를 낸 바 있다.
GS25의 베트남 공략이 눈에 띄는 건 국내 편의점 브랜드가 글로벌 브랜드와의 경쟁에서도 앞설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베트남에는 현재 서클K와 패미리마트 등 글로벌 편의점 브랜드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GS25는 최대 150평이 넘는 대형 편의점으로 도서관, 라면·주류 특화, 신선식품 강화 등 매장별 특화 콘셉트를 강조한 게 소규모 점포가 대부분인 현지 브랜드와의 차별점이 됐다는 분석이다.
편의점 왕국 넘어 편의점 제국
편의점업계가 해외 시장 개척에 집중하는 건 국내 편의점 시장의 과포화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의 인구당 편의점 수는 940명 당 1개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편의점 왕국'으로 불리는 일본의 경우 2180명당 1개다. 일본보다 편의점이 배 이상 많은 셈이다.
출점 속도도 눈에 띄게 느려졌다. 지난해 CU와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 편의점 4사의 점포 수는 총 5만4852개로 2023년 5만4480개보다 0.1%(28개) 줄었다. 편의점 4사의 합산 점포 수가 감소한 건 사상 처음이다. 매년 1000개 가까운 순증을 기록했던 CU와 GS25는 700개대로 속도가 늦춰졌다.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는 각각 1000개, 500개 가까이 줄었다. 남은 건 '간판 뺏기' 뿐이다.
해외 시장의 경우 편의점 산업이 초기 단계여서 진출이 다소 용이하다. 한국 제품에 대한 관심도 높다. 국내에서 치열한 경쟁을 거치며 PB 역량을 쌓아온 만큼 세븐일레븐이나 서클K, 패미리마트, 로손 등 해외 브랜드와 경쟁해도 크게 밀리지 않는다. 실제로 현지에 진출한 편의점들의 매출은 대부분 한국 브랜드 상품이나 PB 상품이 견인하고 있다.
점포 수가 어느 정도 확보돼야 경쟁력이 생기는 편의점업의 특성상 해외 시장에서의 성장도 더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CU는 현재 150여 개인 말레이시아 점포를 2028년까지 500개로 늘릴 계획이다. 30개에 불과한 카자흐스탄에서도 2029년까지 500개 달성이 목표다. 순항 중인 몽골을 포함하면 2000여 개를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GS25도 올해 글로벌 1000호점, 2027년 1500호점을 목표로 세웠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의 출점 경쟁은 기존 점포끼리 브랜드를 바꾸는 수준이 된 지 오래"라며 "동남아시아는 경제 성장 잠재력이 높아 편의점 산업이 자리잡기 최적인 지역"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