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잠재성장률, 5년 뒤 0%대 추락"
KDI '성장 정체' 경고
2030년대 연 평균 0.7%로 뚝
급격한 고령화로 생산성 급감
"규제완화 등 구조개혁 나서야"
2030년대에는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0%대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경제 구조개혁을 소홀히 하면 2040년대 초반에 잠재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질 것으로 분석됐다. 잠재성장률은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경제성장률로 국가의 ‘성장 능력치’를 나타낸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8일 ‘잠재성장률 전망과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올해 1.8%, 내년 1.6%를 나타낸 뒤 2031~2040년 연평균 0%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잠재성장률은 노동 투입, 자본 투입, 총요소생산성으로 구성된다. KDI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노동 투입과 생산성 증가세가 둔화하며 경제성장률이 하락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급격한 고령화로 이 같은 현상이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활동인구 자체가 줄어드는 데다, 새로운 기술을 비교적 쉽게 받아들이는 청년층 비중이 감소해 생산성 향상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KDI는 생산성을 높여 잠재성장률 하락 속도를 늦추려면 규제개혁, 노동시장 유연성 확대 등 경제 구조개혁이 시급하다고 봤다.
현재의 생산성 증가율(연 0.6%)이 유지되는 기준 시나리오에서는 잠재성장률이 2025∼2030년 1.5%, 2031∼2040년 0.7%, 2041∼2050년 0.1%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구조개혁을 게을리해 생산성 증가율이 연 0.3%로 떨어지면 잠재성장률은 2030년대 0.4%, 2040년대 -0.3%로 더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만약 구조개혁에 성공하고 인공지능(AI) 기술이 발전·확산하면 생산성 증가율이 0.9%로 반등해 2030년대 1.1%, 2040년대 0.5%의 잠재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고령화로 노동투입·생산성 뚝…구조개혁 없인 2040년 초 '역성장'
고령화 대응·구조개혁 미룬 대가…2050년 생산연령인구 반토막
한국 잠재성장률이 주요국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저출생·고령화 대응과 경제 구조개혁을 20년 가까이 미룬 부작용이 잠재성장률 추락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1%대 진입시기 5년 빨랐다
8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한국 잠재성장률이 1.8%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은행이 작년 말 제시한 2024~2026년 전망치(2.0%)보다 비관적인 수치다.
1997년 외환위기 직전까지 평균 8%를 웃돈 한국 잠재성장률은 2008년 4.0%로 반토막 났다. 2018년(2.9%)에는 3% 선이 무너졌고, KDI의 전망대로라면 올해엔 2% 선이 무너진다. 2018년 우리 정부와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 잠재성장률이 1%대에 진입하는 시기를 2030~2040년으로 예상했는데 5년 앞당겨지는 셈이다.
KDI는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이 최근 10년 평균(0.6%)을 유지하는 기준 시나리오에서 잠재성장률이 2031~2040년 0.7%, 2041~2050년 0.1%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2041~2050년 잠재성장률은 낙관 시나리오에서 0.5%, 비관 시나리오에서는 -0.3%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어떤 경우든 한국이 15년 뒤부터 만성 저성장 국가로 전락한다는 뜻이다.
선진국들은 기술혁신과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 등이 효과를 내면서 잠재성장률이 반등하는 추세다. 미국은 2008년 2.1%까지 떨어진 잠재성장률이 지난해 2.5%로 올랐다. 2022년에는 처음 한국을 추월했다.
◇경제 구조개혁 서둘러야
한국 잠재성장률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은 고령화 대응과 경제 구조개혁을 미뤘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와 인구 감소를 경험한 일본의 잠재성장률은 2019년 1.0%에서 2024년 0.2%로 하락했다.
급속한 고령화는 잠재성장률을 구성하는 노동투입과 총요소생산성을 떨어뜨린다. 통계청 인구추계에 따르면 2019년 3763만 명이던 생산연령인구(15~64세)는 2021~2050년에 걸쳐 1290만 명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전체 인구에서 생산연령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약 70%에서 2050년 절반 수준(51.95%)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KDI는 노동력 감소가 2040년대 잠재성장률을 0.8%포인트 끌어내릴 것으로 분석했다.
총요소생산성도 고령화 영향을 받는다. 김지연 KDI 전망총괄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습득하는 게 상대적으로 수월한 청년층의 감소는 생산성에 부정적인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KDI는 노동투입과 생산성 증가세가 둔화해 자본 수익성이 하락하면 자본투입도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잠재성장률을 구성하는 세 가지 요소가 모두 악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1인당 국민소득도 총요소생산성이 좌우할 전망이다. 2050년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기준 시나리오와 낙관 시나리오에서 각각 4만8000달러와 5만3000달러, 비관 시나리오에서는 4만4000달러로 예상됐다. 지난해(3만6113달러) 대비 증가율이 18.9~42.6%로 벌어진다.
KDI는 생산성을 회복시키기 위해 구조개혁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규철 경제전망실장은 “경직적인 노동시장과 경쟁을 제한하는 규제를 개선하는 등 경제 구조개혁을 통한 총요소생산성 개선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또 “노동력 감소를 완화하기 위해 일·가정 양립과 고령층의 경제활동 촉진, 노동시장 개방 등의 노력도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