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항공기 투입 횟수 늘려
대한항공이 북미 시장 공략을 강화한다. 다음 달부터 미국 노선에 초대형 항공기 A380 투입 횟수를 늘려 미국행 운항 편수를 확대하기로 했다. 캐나다 항공사 웨스트젯(WestJet) 지분 인수를 통해 북미와 중남미 시장 네트워크 확장에도 나선다.
1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다음 달부터 10월 25일까지 인천~로스앤젤레스(LA) 노선에 에어버스 A380을 주 4회 투입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성수기인 8월엔 주 5회로 증편 운항할 예정이다. 그간 인천~LA 노선엔 보잉 747 기종을 운항했으나, A380을 투입해 운항 편수를 늘릴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은 현재 A380을 운항하고 있는 인천~뉴욕 노선도 주 7회로 증편할 계획이다.
A380은 400석을 갖춘 초대형 항공기다. 대한항공은 보유 중인 A380 7대 중 퇴역 예정인 2대를 제외하고 5대를 현재 운용하고 있다. 항공기 정비 일정에 따라 순환 운용 중이다. 대한항공은 유류비 부담이 크고 띄울수록 적자가 나는 A380을 순차적으로 퇴역시킨다는 방침을 정했었다. 그러나 최근 미국 보잉 항공기 도입 일정이 지연되면서 A380을 더 자주 띄우는 방향으로 방침을 바꿨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최근 미국 CNN과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관세 정책 영향으로 미주 노선 승객 수가 줄었다고 언급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한국에서 출발하는 미주 노선은 중국과 동남아 지역에서 출발해 인천에서 환승하는 수요가 대부분인데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전쟁과 반(反)이민 정책 영향으로 입국 심사가 까다로워지면서 환승 수요에 타격이 생긴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예약 수요는 강한 만큼 노선과 운항 편수를 확대해 미국 시장 입지를 다지겠다는 게 조 회장의 구상이다. 대한항공은 2030년까지 보잉 항공기 40대를 추가 도입하고 이후 10대를 추가 구매할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아메리카 대륙 시장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최근 캐나다 웨스트젯 지분도 매입했다. 대한항공은 지난 9일 캐나다 사모펀드 오넥스파트너스로부터 웨스트젯 지분 10%를 2억2000만달러(약 3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대한항공의 오랜 파트너인 미국 델타항공도 웨스트젯 지분 15%를 3억3000만달러(약 4600억원)에 매입한다.
웨스트젯은 1996년 설립된 저비용 항공사로, 약 200대의 항공기를 운용하고 있다. 캐나다·미국·멕시코 등 북미와 도미니카공화국·자메이카·코스타리카 등 중미 지역 운항 비중이 높다. 대한항공은 2012년부터 웨스트젯과 공동운항(두 항공사가 서로의 항공기 좌석을 공유해 판매하는 제휴 방식) 협력을 이어왔는데, 이번 지분 인수를 통해 북미와 중남미 지역의 공동 운항 노선을 확대할 계획이다.
항공업계에선 웨스트젯 지분 인수 과정에서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의 끈끈한 관계가 재확인됐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델타항공은 대한항공 지주사 한진칼 지분 14.90%를 보유하고 있다. 조 회장 측은 과거 한진칼 경영권 분쟁 당시 델타항공 등을 우호 세력으로 확보해 경영권을 방어한 바 있다.
델타항공은 대한항공과 웨스트젯 지분 공동 투자를 통해 항공사 동맹체 ‘스카이팀(SkyTeam)’의 시너지를 높일 계획이다. 델타항공은 추후 웨스트젯 지분 15% 중 2.3%를 에어프랑스-KLM에 매각할 예정인데, 에어프랑스-KLM도 스카이팀 소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