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GTX 노선인 GTX-A가 개통 1년간 누적 이용객 770만 명을 돌파했다. 지난해 3월 30일 처음 운행을 시작한 GTX-A 수서~동탄역(남부 구간)은 1년간 409만여 명이 이용했다. 지난해 12월 28일 개통한 운정중앙~서울역(북부 구간)은 3개월 만에 이용객 361만여 명을 넘어섰다.
개통 1년 맞은 GTX-A 노선
수도권 전 지역을 1시간 생활권으로 묶는 GTX의 시대가 드디어 열렸다. 기존 철도 노선과 달리 GTX 노선은 빠른 속도로 서울 중심권으로 이동할 수 있게끔 직선으로 설계됐다. 배차 간격도 출퇴근 시간은 5분, 평소 10분을 넘지 않도록 한다. 다른 철도 노선 개통과 달리 ‘교통 혁명’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하지만 일각에선 역세권 일대 집값만 올린 채 ‘GTX 희망고문’을 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허리가 끊긴 GTX-A 노선, 자금조달이 막힌 GTX-B·C 노선, 아직 계획 단계인 D·E·F 노선 등 갈 길이 멀다.
개통 1년째를 맞은 GTX-A는 첫 GTX 노선이다. 파주 운정신도시, 고양 일산신도시를 지나 서울 중심부, 성남 분당신도시, 화성 동탄신도시를 잇는다. 현재 운정중앙~서울역을 잇는 북부 구간(운정중앙·킨텍스·대곡·연신내·서울역 등 5개 역)과 수서~동탄역을 연결하는 남부 구간(수서·성남·구성·동탄역 등 4개 역)을 각각 분리 운행하고 있다.
내년엔 북부 구간의 종착역인 서울역과 남부 구간의 종착역인 수서역이 연결되면서 끊긴 노선의 허리가 이어진다. 삼성역은 오는 2028년께 개통 예정이다. 대곡역과 연신내역 사이에 계획된 창릉역도 향후 창릉지구 조성에 맞춰 2030년께 문을 연다.
허리가 끊긴 ‘반쪽짜리’ 노선이라는 지적이 많지만, 하루 이용객 수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개통 초기 7700명 수준이었던 GTX-A 하루 평균 이용객 수는 지난 3월 말 1만6171명으로 늘었다. 예측 수요(2만1523명)의 75.1%다.GTX-A 북부 구간의 활약
GTX-A 북부 구간은 남부 구간보다 훨씬 성장세가 빠른 편이다. GTX-A 북부 구간은 수인분당선, 신분당선, 고속버스 등 대체 교통수단이 상대적으로 많은 남부 구간에 비해 지역주민들에게 효용이 크다는 평가다. 최근 GTX-A 북부 구간의 운행 열차가 기존 7개에서 10개로 늘어나고 출퇴근 시간 배차 간격도 기존 10분에서 6분으로 단축됐다. 출퇴근 외 시간도 배차 간격이 10분이라서 일반 지하철을 타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 열차 왕복 운행 횟수는 224회에서 282회로 늘었다.
경기도 고양시·파주시 주민의 이용률이 높아지면서 이 구간 이용객은 지난 1월 초 기준 3만3596명(예측 대비 67.1%)에서 지난 3월 말 4만5600명(91.1%)으로 많이 증가했다. 하루 평균 이용객이 가장 많은 GTX-A 구간으로는 운정중앙~서울역 구간이 꼽혔다. 전체 GTX-A 노선 이용객의 23.8%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킨텍스~서울역 구간(15.3%)이 그 뒤를 이었다.
대중문화 종합 행사인 ‘코믹월드’가 열린 지난 3월 22일에는 운정중앙~서울역 구간의 하루 이용객이 6만4270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수 지드래곤이 킨텍스 인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8년 만의 월드투어 콘서트를 연 지난 3월 29일도 5만9134명이 이 노선을 이용하며 수요를 끌어올렸다.
GTX-A 노선의 효용성이 입소문을 나면서 역세권 아파트 매수 문의도 증가하고 있다. 운정중앙역 인근 A공인 관계자는 “GTX-A를 이용해본 사람들이 늘면서 신혼부부, 서울로 출퇴근하는 회사원들 중심으로 매수 문의가 증가했다”고 말했다.
파주 운정신도시 일대 아파트값은 최고가 대비 20~30%대 정도 빠졌다. 신고가 대비 절반 수준에 거래된 집도 있다. 목동동 ‘운정 화성파크드림 시그니처’ 전용면적 84㎡는 2022년 2월 신고가인 9억5000만 원에 매도됐지만 지난 3월 반값인 4억7800만 원에 거래가 이뤄졌다. 이 단지는 지난 2월에도 동일 평형이 4억9800만 원에 손바뀜했다.역세권 부동산 매수 문의 ‘쑥’
운정중앙역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운정신도시 센트럴푸르지오’ 전용 84㎡도 지난 2월 신고가 대비 30% 내린 6억3100만 원에 매매계약서를 썼다. 신고가는 2021년 10월 기록한 9억4000만 원이었다. 지난 3월엔 6억4000만~7억 원에 실거래가 이뤄지며 가격이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묵동동 B공인 관계자는 “최고점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떨어졌지만, 운정신도시 내 다른 단지들이 지난해 대비 집값이 수천만 원씩 빠진 것과 비교하면 선방하고 있다”며 “급매가 소진되면서 호가가 전용 84㎡ 기준 6억 원 후반대에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킨텍스역 주변도 마찬가지다. 기존에는 지하철을 이용하려면 자차나 버스로 대화역까지 이동해야 해 번거로웠지만, GTX-A 노선이 뚫리면서 서울역까지 16분이면 이동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역 근처에 있는 주상복합아파트와 오피스텔은 상대적으로 아파트 매매·전세 가격보다 저렴한 편이다. 특히 초기 자금이 부족한 신혼부부에게 선호도가 높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 설명이다.
킨텍스역 인근 주상복합단지인 ‘포레나킨텍스’와 ‘킨텍스원시티’ 집값은 최고가 대비 70~80% 수준의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다. ‘포레나킨텍스’ 전용 84㎡는 지난 3월 10억2500만~10억9500만 원에 거래됐다. 같은 면적의 최고가는 2021년 11월 기록한 14억7000만 원이다. 초역세권 오피스텔인 ‘힐스테이트 일산’ 전용 84㎡는 최근 6억7000만 원에 주인을 찾았다. 2021년 9억5000원에 거래된 이후 2022년부터는 6억 중후반대에 매매되고 있다. 대화동 C공인 관계자는 “비역세권 지역보다 전셋값이 높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출퇴근 시간을 줄이고 싶어 하는 신혼부부들이 많이 들어온다”고 말했다.우여곡절 GTX-B·C, 갈 길 먼 D·E·F
GTX-C 노선 사업이 공사비 급등 여파로 좌초 위기에 처했다. GTX-C 노선 컨소시엄은 급등한 공사비와 사업성 악화에 따른 자금조달 난항으로 착공계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 착공계는 실제 착공을 위한 마지막 행정 단계다.
GTX-C 사업은 경기도 양주시 덕정에서 수원 사이 86.46㎞를 연결하는 프로젝트다. 총사업비는 4조6084억 원이다. 공사비는 ‘GTX-C 시설사업기본계획’이 고시된 2020년 12월 기준으로 책정됐다. 2021년 이후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 높은 시장금리 등으로 공사 원가가 지속해서 치솟아 사업성이 급격히 악화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건설공사비 지수는 지난해 11월 130.26으로, 4년 전보다 29% 올랐다.
같은 기간 협약상 적용받는 물가지수는 14.3%에 불과했다. 사업자의 추가 손실은 53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GTX-C 사업이 제때 착공하지 않으면 GTX-B와 C 노선이 함께 지나는 청량리역의 개통이 이뤄지지 않아 1년 가까이 두 노선을 운영할 수 없다.
GTX-B 노선은 인천 연수구 인천대입구역부터 남양주 마석역까지 총연장 82.8km를 잇는 사업이다. 용산~상봉(20km) 구간은 정부 예산이 투입되는 재정사업이고, 나머지 인천대 입구~용산(40km)과 상봉~마석(23km) 구간은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맡은 민자 노선이다. 민자 노선은 지난해 초 착공식을 연 이후 1년여 동안 첫 삽을 못 떴다. 추가 정차역 설치 여부와 고금리 등의 여파로 사업성이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민자 구간의 총사업비는 4조2894억 원에 이른다. 대우건설컨소시엄은 우여곡절 끝에 지난 3월 말 착공보고서를 제출했다. 이르면 5월 말 착공할 계획이다.GTX-D·E·F 노선은 아직 계획 단계다. 올 하반기 국토교통부가 확정·고시하는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2026~2035년)’에 반영될지 관심을 끈다. GTX-D 노선은 수도권 남북과 동서를 ‘Y’자로 연결하도록 설계했다. GTX-E 노선은 인천 인천공항과 경기도 남양주 덕소를 잇는 다섯 번째 노선이다. GTX-F 노선은 ‘O’자 모양의 순환 노선이다. 김포공항, 수원, 교산, 남양주, 의정부 등을 잇는다. 일각에선 탄핵 국면 이후 GTX–D·E·F가 좌초하는 게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하지만 GTX–D·E·F는 여야 이견이 별로 없었던 만큼 정국 불안과 별개로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GTX-A 관련 온라인 빅데이터 분석해보니
GTX-A 개통 전에는 출퇴근 시간 단축 기대, 부동산과 수혜 지역이 주요 관심사였지만 개통 후에는 실제 이용 경험을 반영한 주차, 배차 등의 온라인 논의가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AI) 분석 전문 업체 뉴엔AI가 ‘GTX-A 온라인 빅데이터 트렌드’를 살펴본 결과다. 뉴엔 AI는 최근 1년간 블로그, 카페, 커뮤니티 등 온라인 채널의 GTX-A 데이터 22만여 건을 통해 이 같은 트렌드를 내놨다.
‘뜨거운 감자’는 단연 북부 노선이었다. GTX-A 북부 노선은 지난해 말 개통했지만, 전체 GTX-A 관련 화제 중에서 가장 높은 비중(24%)을 나타냈다. 속도, 시설, 환승 등 열차 이용 관련 화제도 높은 언급 비중(19%)을 보였다. 맛집, 카페, 공원, 전시 등 역 주변 인프라 관련 화제도 세 번째로 높은 언급 비중(15%)을 나타냈다. 특히 개통 후에는 ‘K패스’, ‘경기패스 구체적인 교통카드 할인 수단에 대한 논의가 활성화되는 양상이었다.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직접적으로 게시된 긍·부정 후기 글들은 ‘이용 관련’ 속성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였다. ‘배차'와 관련해선 긍정적인 평가가 많았지만 ‘시설 및 안전’ 측면에서는 다소 부정적인 평가가 잇따랐다. 노선별로 관심사가 엇갈렸다. 북부 노선은 대규모 마이스(MICE: 기업 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 인프라를 갖춘 GTX-A ‘킨텍스역’이 중점적으로 언급됐다. 남부 노선은 아파트 등 생활권이 밀집한 ‘성남역’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