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S&P에 이어 무디스도 미 신용등급 하향
무디스, 미 연방정부 부채·이자비용 급증에도
효과적 감축 조치 부재 지적
연방정부 의무지출 비중, 오는 2035년 78%로 추정
세계적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장기발행자등급)을 최고 등급인 'Aaa'에서 'Aa1'로 하향한 것은 미 연방정부 적자로 인한 정부 부채와 이자 지급 비용이 상승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10여년 동안 미 연방정부 부채는 지속적인 재정 적자로 인해 급격히 증가해왔지만 재정 수입은 감세 정책 등으로 감소했다는 것이 무디스의 설명이다.
무디스, 미 정부·의회 부채 감축 조치 미흡 지적
무디스에 따르면 이번 미국에 대한 국가신용등급 하향 조정은 미 연방 정부 부채와 이자 지급 비용이 국가신용등급이 Aaa 인 다른 국가들보다 현저히 높은데다 10년 이상 증가한 점이 반영됐다. 무디스는 미 연방정부의 적자 확대는 미국의 차입 규모를 가속화시킬 것으로 전망하면서 이는 장기적으로 이자 지급 비용 상승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 무디스는 "미국 행정부와 의회 모두 대규모 재정 적자와 증가하는 이자 지급 비용을 해결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무디스는 "현재 미국이 검토 중인 연방 정부 지출 축소와 재정 적자의 감축이 이뤄질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자 비용을 포함한 의무 지출이 총 재정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73%에서 오는 2035년 78%로 상승할 것으로 추산된다고도 덧붙였다.
올해에도 미국 연방 정부의 부채는 감소될 기미가 없다.
지난해 10월에 시작된 미 연방 정부 회계연도의 재정 적자는 벌써 1조 달러를 넘었다.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수입이 지난달 부터 반영, 연방 정부 재정적자를 완화하는 도움을 주기는 했지만 연방 정부 적자를 해결하는 데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큰 혼란 없지만, 국채 금리 꿈틀
무디스가 미국의 국가신용 등급을 하향 조정했지만 커다란 시장 혼란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미국은 여전히 세계 최대 경제국이고 투자자들이 여전히 미국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투자처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무디스도 "미국 경제가 가진 여러 강점이 충격에 대한 회복력을 제공한다"며 미국의 등급전망은 안정적으로 조정했다.
다만 미국 국가신용등급은 하락은 미 국채와 주식 등에 대한 투자 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미국 국채 시장에 압력을 가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실제로 벤치마크인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장 마감 후 시간 외 거래에서 0.03% 상승한 4.48%를 기록했다. 또 만기 20년 이상인 미국 장기채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인 '아이셰어즈 만기 20년 이상 미 국채'(TLT)는 장 마감 후 거래에서 약 1% 하락했다. 이 상품은 미국 장기채 ETF 중 운용 규모가 가장 크다. 또 미 S&P 지수를 추종하는 SPDR S&P 500 ETF 트러스트는 0.4% 내렸다.
미국 프린시플애셋매지먼트의 글로벌 채권 담당 책임자 마이클 구사이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신용등급 강등은 부채 상환 비용이 증가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미 연방정부 재정 상황에 더 큰 적자를 초래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한편, 무디스의 16일(현지시간) 신용등급 조정으로 세계 3대 신용평가사 모두 미국의 신용등급은 최상위 등급이 아니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지난 2011년에 미국 국가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하향 조정했고 피치 역시 지난 2023년에 미국의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낮춘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