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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정유 대란에 한국 수출 기회 확대
항공유 수출 증가, 정유업계 ‘실적 버팀목’
韓, 美 수입국 1위 수성…공급망 공백 노려
관세전쟁 비껴간 에너지, 반사이익 본격화

SK에너지 울산 컴플렉스에 위치한 지속가능항공유(SAF) 등 생산 설비.


국내 정유업계의 미국향 항공유 수출 물량이 4년여 만에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며 업황 부진 속에서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4일 대한석유협회와 정유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업계는 지난 5월 한 달 동안 항공유 약 430만배럴을 미국에 수출한 것으로 파악된다. 대미 항공유 수출물량이 월 기준 400만배럴을 넘은 것은 2021년 8월(456만배럴) 이후 처음으로, 4년여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셈이다.

국내 정유업계의 미국 수출 물량은 최근 3개월째 늘어나며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올해 2월 278만배럴이던 대미 항공유 수출 물량은 3월 304만배럴을 기록한 데 이어 4월엔 382만배럴로 크게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동기(287만배럴) 대비 33%가량 늘어난 수치다. 이 중 GS칼텍스가 119만배럴, SK에너지가 94만배럴, 에쓰오일이 93만배럴가량을 수출했다.
미국향 항공유 수출이 급증하는 배경에는 미 현지 정유업체의 연쇄 셧다운이 자리하고 있다. 최근 PBF에너지의 캘리포니아주 정유소는 화재로 가동이 중단됐고, 발레로에너지의 베니시아 정유소 셧다운 추진으로 생산량이 줄어들고 있다. 정유업계는 미국 내 자체 항공유 공급망 리스크가 중장기적으로 한국산 항공유 수출이 확대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발레로에너지가 2026년까지 해당 정유소를 완전 폐쇄할 방침이어서 공급 공백이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또 6월 이후 여름 성수기로 인한 항공 수요 증가 등 계절적 요인이 작용할 것인 만큼 수출량이 한층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한국은 미국 최대 항공유 수입국으로 자리를 굳건히 지켜오고 있는 만큼 이번 기회를 통해 대미 수출 시장에서 영향력을 더욱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한국은 2023년 기준 항공유 306만㏏을 미국에 수출하며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이어 쿠웨이트(90만kt), 캐나다(50만kt), 일본(41만kt), 인도(36만kt) 순이다. 미국이 수입하는 전체 항공유 중 절반가량이 한국산인 만큼 한미 양국이 상호 호혜적인 협력 관계를 지속할 전망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단기 가격 경쟁력뿐 아니라 공급 안정성을 갖춘 한국 정유사가 미국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지속적으로 확보할 것”이라며 “2025년 하반기까지 항공유 수출 증가세가 지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항공유를 비롯한 에너지 분야는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예외 산업이라는 점도 고무적이다. 철강·알루미늄을 비롯해 반도체, 배터리 분야에서 양국 간 관세 압박이 가중되는 가운데 항공유를 비롯한 에너지 제품은 관세전쟁의 영향권 밖에 있는 셈이다.

2024년 기준 국내 정유업계의 전체 수출량 중 항공유 비율은 약 18%에 달할 정도로 핵심 수출 품목으로 손꼽히고 있다. 국내 업계는 이러한 글로벌 항공유 경쟁력을 바탕으로 최근 지속가능항공유(SAF) 투자를 확대하고 항공유 시장 리더십을 이어갈 계획이다.

무엇보다 최근 유가 하락과 정제마진 축소로 정유업계 전반이 실적 위기에 처한 정유업계에 수출량이 가장 많은 북미 시장 영향력 확대는 긍정적 요인으로 분석된다. 현재 국제 유가는 2022~2023년 고점 대비 30% 가까이 하락하면서 제품 판매단가가 줄었다. 항공유·휘발유 등 주요 석유제품 수요 역시 미국과 유럽의 긴축 기조, 중국 경기 부진 등으로 둔화된 상황이다. 여기에 환율 변동성 확대와 국내 수요 정체까지 겹치면서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주요 정유사들은 수익성 방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수출 외에 뚜렷한 성장동력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북미 시장의 항공유 수출 증가세는 정유업계의 숨통을 트이게 하는 활로”라며 “단기 수익 개선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SAF 등 친환경 정제 분야로까지 연결하는 전략적 교두보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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