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23일(현지시간) 크게 하락했다. 브렌트 선물 근월물 종가는 7% 하락했다.
이란이 미국의 벙커버스터 폭격에도 불구하고 사전에 공격을 통보하고 제한적 보복에 그침으로써 국제유가가 크게 하락했다.
이란의 '우호적인' 보복에 따라 글로벌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까지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기대가 커지면서 23일(현지시간) 국제유가는 급락했다.
이날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선물 근월물 종가는 배럴당 71.48달러로 전장 대비 5.53달러(7.2%) 떨어졌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근월물 종가는 배럴당 68.51달러로 전장 대비 5.33달러(-7.2%) 떨어졌다.
국제 석유시장은 이란이 글로벌 원유 주요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봉쇄하고 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전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발생할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130달러로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해온 바 있다.
이란의 보복 공격이 절제된 양상을 보이면서 중동 지역 추가 확전에 대한 우려가 완화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브렌트유 가격은 이날 아시아 시장에서 거래가 개시된 직후 배럴당 80달러 선을 돌파하기도 했지만, 중동 지역 원유 공급 우려가 완화하면서 안정을 되찾았다. 이란은 이날 오후 카타르와 이라크의 미군기지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했다. 미군이 지난 21일 이란의 핵시설 3곳을 공격한 데 대한 보복 공격이었다.
미 국방부 당국자는 이날 이란이 중·단거리 탄도 미사일로 카타르의 알 우데이드 미 공군기지를 공격했다면서 현재까지는 미측 사상자 발생 사실이 파악된 바 없다고 연합뉴스에 밝혔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이란이 카타르 미군 기지 공격 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카타르 정부에 계획을 미리 알리고 조율했다고 이란 당국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이날 이란의 공격이 사전에 충분히 예고됐다면서 "테헤란이 긴장 완화의 길을 열어두면서도 상징적인 무력시위를 의도했음을 시사한다"라고 평가했다.
에너지 분야 시장조사기관 에너지애스펙츠는 이날 잘 방어된 미군기지에 대한 예고된 공격은 미군 사상자가 없다면 긴장 완화의 첫 단계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HSBC는 이날 앞서 낸 보고서에서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 가능성이 높아진 것을 반영해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80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차단 위협이 현실이 되지 않으면 다시 하락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 핵 시설 기습공격에 대한 후폭풍으로 유가 상승 우려가 엄습하는 것과 관련, 미국 내 기름값 인상 차단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이 설립한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모두, 석유 가격을 낮추라"며 "내가 지켜보고 있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