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뉴스페이스’ 정조준…우주 진출 모색
LG가 계열사 기술력을 총결집해 우주산업의 문을 두드린다. 배터리, 통신, 광학모듈, 정밀소재 등 핵심 부품 분야에서 쌓아온 경쟁력을 기반으로,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는 우주시장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정부 주도의 전통적 개발 방식에서 벗어나 민간이 주도하는 ‘뉴스페이스(New Space)’ 흐름에 대응하는 행보다.
LG는 우주 분야 진출 가능성을 다각도로 타진하고 있다. 기술 내재화뿐 아니라 유망 스타트업과의 협력 등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본격적으로 모색 중이다.
LG와 우주항공청은 27일 서울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우주청-LG 간담회’를 열고 민간 중심 우주항공 산업 생태계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간담회는 정부와 민간 간 유기적 협력 구조를 마련하기 위해 열렸으며, LG는 향후 우주산업 진출을 위한 기술 기반과 정책 지원을 타진했다.
우주청에서는 윤영빈 청장을 비롯해 존 리 우주항공임무본부장, 김진희 인공위성부문장, 강경인 우주과학탐사부문장, 김현대 항공혁신부문장 등이 참석했다. LG 측에서는 정수헌 LG기술협의회 의장, 노승원 LG이노텍 최고기술책임자(CTO), 김제영 LG에너지솔루션 CTO, 제영호 LG전자 C&M표준연구소장, 김민수 LG사이언스파크 기술전략실장 등 주요 기술경영진이 함께 했다.
우주청은 간담회에서 기업 중심 우주항공산업 확대를 위한 정책 비전과 전략을 소개하며 “기술과 정책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민간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변화의 흐름을 기회로 활용할 경우 신시장 개척과 국가 경제 성장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LG는 민간 기업이 우주사업에 본격 참여하려면 ‘우주 헤리티지(우주 환경에서 검증한 이력)’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보고, 정부 차원의 테스트 인프라 구축과 명확한 기술 가이드라인 마련을 요청했다. 고온·방사능 등 우주환경 시험이 가능한 기반시설이 있어야 민간 기술이 실전에서 입증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LG는 이미 우주 관련 기술력을 일부 확보한 상태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16년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우주 탐사용 우주복과 관련해 리튬이온배터리 공급 업체로 선정된 바 있다. 이 배터리는 산소 공급 장치, 통신 장비, 방사능 측정기 등 우주비행사의 생명유지 장비에 전력을 공급하는 핵심 부품으로 사용됐다.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는 NASA의 보수적이고 엄격한 테스트를 최고 성적으로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LG는 국내 우주 스타트업 ‘무인탐사연구소’와 협력해 달 탐사용 로버(무인 탐사기)를 공동 개발하고 있으며 최근 경기 연천 테스트베드에서 주행 시험에도 성공했다. 로버에는 진공 상태와 특수 토양 환경을 견딜 수 있는 합금 바퀴와 방사능 차폐 구조가 적용됐다. 해당 로버는 2032년 달 착륙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여기에 LG이노텍이 개발 중인 탐사용 카메라도 탑재될 예정이다.
LG 측은 이번 간담회에서 우주 기술 개발의 중요성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높은 기술력이 요구되는 우주 분야의 경쟁력을 확보할 경우, 해당 기술을 다른 산업으로 확장 적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LG 측 관계자는 “우주산업 진출의 가능성을 검토하는 단계로 우주환경에서의 다양한 상황을 면밀히 살펴보고 사업 기회를 모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LG는 무인탐사연구소가 참여를 확정한 나로호 4차 발사(11월)와 나로호 5차 발사(2026년)에도 참여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민간 주도의 뉴스페이스 흐름은 단순한 우주개발을 넘어 ‘돈이 되는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스페이스X를 필두로 한 민간 기업들이 우주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으며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는 블루 오리진을, 전 세계 35개국에 40여개 계열사를 소유한 리처드 브랜슨은 버진 갤럭틱을 설립해 경쟁에 뛰어들었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글로벌 우주산업 시장 규모가 2040년에 1조1000억달러(약 1490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