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10기 건설, 2050년까지 4배 확대
한전 등 글로벌 원전 기업, 美 관심
한전 “초기 검토 중... 공개는 아직”
2050년까지 미국의 원전 규모를 현재 97기가와트(GW)에서 4배(400GW)로 확대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원전 르네상스’ 구상에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 등 팀코리아의 미국 진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보통 원전 1기의 용량이 1GW란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25년 간 원전 300기를 신규로 건설하겠다는 의미다. 우선 미국은 2030년까지 대형 원전 10기를 지을 계획인데, 자국 원전 기업인 웨스팅하우스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만, 웨스팅하우스는 폴란드, 우크라이나, 불가리아 등 여러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고, 장기간 건설 공백으로 미국 내 공급망 복원에도 시간이 필요하다. 팀코리아는 ‘원전 건설→운영→송·배전→저장→해체’까지 여러 기업이 모여 있어, 빠른 사업 추진을 원하는 미국에 힘을 보탤 수 있다.
29일 원전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27일(현지 시각) 한전이 미국 원전 시장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전이 직접 사업에 참여하거나 한전의 원전 사업 자회사인 한수원이 함께 할 수 있다.
매체는 이탈리아·프랑스 소형 모듈형 원자로 회사인 ‘뉴클레오’와 캔두 원자로의 원천 기술을 보유한 캐나다 캔두에너지의 모회사 앳킨스레알리스(AtkinsRéalis)도 미국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전 등 각국의 원전 기업들이 미국 진출을 추진하는 배경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5월 서명한 행정명령에 따른 것이다. 행정명령에는 원전 발전 용량을 현재 4배로 늘리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당초 전임 바이든 대통령이 작년 11월, 원전 발전 용량을 2050년까지 3배 수준으로 늘리겠다고 했는데 이보다도 100GW 더 증가한 것이다.
우선 2030년까지 1GW급 이상의 대형 원자로 10기를 착공하기로 했다. 미국 에너지부는 대형 원전 10기 건설 비용을 750억 달러(약 103조원)로 추산한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원전 르네상스 정책으로 웨스팅하우스가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현재 역량으로는 웨스팅하우스의 독식이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웨스팅하우스는 1979년 스리마일섬 원전 사고 이후 30여 년간 미국 내 원전 건설을 하지 못하면서, 원전 건설과 미국 내 공급망 역량이 떨어졌다는 평가다.
실제 2006년 일본 도시바에 인수된 웨스팅하우스는 미국 내 ‘VC 서머 2·3호기’와 ‘보글 3·4호기’ 공사에 나섰지만 7년 이상 공사가 지연됐고 초과 비용이 발생하면서 2017년 파산 신청을 하기도 했다. 이후 여러 차례 대주주가 변경됐다.
반면, 한국은 바라카 원전 등 국내외에서 원전 성과를 인정받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원전 건설 기간은 평균 56개월로 세계 평균(190개월)보다 3배 이상 빠르다. 미국의 경우, 원전 1기를 건설하는 데 272개월이 걸렸다.
또 한국은 소형모듈형원전(SMR) 분야에서도 뉴스케일파워, 테라파워 등에 투자하면서 원천 기술 확보와 협력에 나서고 있다. 한수원은 미국 원전 해체 사업 진출도 추진 중이다. 미국의 영구 정지 원전은 41기로 이중 16기만 해체가 완료돼 29기는 해체가 필요한 상황이다.
국내 기업들의 참여도 전망된다. 현대건설은 원전 건설과 해체 등을 담당하며,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자로, 증기 발생기, 터빈 발전기 등 원전 주기기를 생산하고 있다. 여기에 효성중공업, HD현대일렉트릭, 일진전기 등 전력 기업과 LS전선·대한전선 등 전선 업체들의 수혜도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숙원 사업인 원전이 ‘온 타임, 온 버짓’(예산 내 적기 시공)으로 완성되기 위해서는 팀코리아와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평가다.
한전과 한수원은 지난 1월 웨스팅하우스와 지식재산권 분쟁 절차를 중단하기로 하고 향후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의 협력을 약속했다. 지난 6일에는 한미 민간 원자력 협력 콘퍼런스가 경주에서 열렸다. 정부도 오는 1일 상호 관세 부과를 앞두고 원전 협력을 주요 의제로 논의할 전망이다.
한전 관계자는 “미국 원전 시장 진출에 관심을 가지고 제반 여건을 검토하고 있다”라며 “자만, 구체적인 사항을 공개하기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원문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