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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의 승부수… 세계최대 반도체 단지 만들어 TSMC 잡는다
[국가첨단산업 육성] 용인에 ‘시스템 반도체’ 글로벌 경쟁 도약 발판

정부가 수도권 규제를 대폭 풀고 삼성이 300조원을 투자해 경기도 용인에 세계 최대 규모의 ‘첨단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것은 “글로벌 반도체 전쟁에서 패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해석된다. 메모리 반도체 한파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수조원대 적자의 수렁에 빠지고, 대만 TSMC가 세계 반도체 1위 기업으로 부상한 가운데 자칫 실기(失期)하면 한국이 글로벌 반도체 경쟁에서 낙오할 수 있다는 위기감 속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이날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소식에 블룸버그는 “기술 패권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한국 정부의 가장 공격적인 노력”이라고 평가했다.

이재용(오른쪽)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달 삼성전자 천안캠퍼스를 찾아 반도체 공정을 점검하고 있다. 왼쪽은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DS부문장). /삼성전자
용인 첨단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

◇삼성, 300조 집중 투자

경기도 용인에 들어서는 첨단 반도체 클러스터는 총 710만㎡(215만평)로, 완공 시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단지가 된다. 2042년까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첨단 메모리 반도체 공장 5곳을 구축하고, 팹리스(반도체 설계)·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 최대 150곳도 입주할 계획이다. 현재 세계 최대 규모인 삼성전자 경기도 평택 반도체 단지(289만㎡)의 2.5배에 달하는 크기다. 삼성전자가 국내에 신규 반도체 단지를 짓겠다고 밝힌 것은 2014년 평택캠퍼스 조성 발표 이후 9년만이다.

 

현재 용인에는 SK하이닉스가 120조원을 투자해 415만㎡ 규모의 첨단 메모리 반도체 클러스터를 짓고 있다. 추가로 삼성전자가 300조원을 투자해 710만㎡의 첨단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에 나서면서 용인은 세계 최고의 첨단 반도체 벨트로 거듭나게 됐다. 그뿐만 아니라 기존에 있던 기흥·화성·평택·이천 등 반도체 생산단지와 소부장 기업,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들이 밀집한 판교까지 연계해 세계 최대 ‘반도체 메가(Mega) 클러스터’가 완성된다.

 

이번 단지는 특히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생산 능력 확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대만 TSMC를 추격 중인 삼성전자는 현재 팹리스 기업들의 설계도를 받아 위탁 생산할 수 있는 파운드리 생산라인이 TSMC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지난해 세계 최초로 3나노 파운드리 양산에 성공하고도, 현재 3배 이상인 점유율 격차(TSMC 58.5%, 삼성 15.8%)를 좀처럼 좁히지 못했다. 반도체 업계에선 용인 클러스터 구축을 통해 삼성전자가 TSMC를 본격적으로 추격하는 발판이 마련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으로 한국의 반도체 생산 능력 자체가 25% 이상 확대될 전망”이라며 “동시에 시제품 연구개발용 라인도 늘어나 국내 팹리스, 학계와의 협업도 한층 활성화될 것”이라고 했다.

 

삼성은 향후 10년간 100조원을 비롯해, 용인 클러스터에 2042년까지 20년간 총 300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반도체에 약 48조원을 투자한 삼성전자가 향후 용인에만 연평균 15조원을 집중 투자하기로 한 것이다. 삼성은 이번 투자를 통해 직간접 생산 유발 700조원, 고용 유발 160만명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반도체 위상 강화 계기

삼성전자가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것은 미·중 갈등,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 등 급격한 대외 환경 변화 속에서도 한국을 확고한 글로벌 반도체 생산 거점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현재 미국은 자국 내 반도체 공장을 위한 기업에 총 390억달러(약 51조원)의 보조금을 내걸고 반도체 시설 접근 허용, 예상 초과 이익 공유, 10년간 중국 투자 금지와 같은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고 있다. 게다가 한국 기업들이 70조원 가까이 투자한 중국 내 반도체 생산기지도 장비 업그레이드가 불가능해, 사실상 폐쇄 여부를 검토해야 하는 신세다. 삼성이 용인에 대규모 공장을 건립하면 미·중 양국의 압박에 한결 여유 있게 대응할 수 있게 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대만의 첨단 반도체 생산기지가 안보적으로 대만을 지키는 ‘실리콘 방패(Silicon Shield)’로 불리듯, 세계 최대 규모의 수도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역시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의 입지를 한층 높이는 레버리지(지렛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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