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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증시 다시 불안 속으로…
3월 美 고용지표·소비자물가 주목

불확실성 증대되는 미국 경제

올해 초 낙관적인 기대와 달리 2월 이후 증시 분위기는 많은 이의 불안을 자극하고 있다. 시장의 변곡점을 만들어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고용·인플레이션 등 2월 경제지표가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시장이 베팅하고 있던 전망에 균열이 생기는 모습이다. 무엇이 바뀌면서 균열을 만들어낸 것일까. 올해도 “불확실성은 높고 매크로가 주식시장 방향성을 결정한다”는 큰 전제는 바뀌지 않았다.

 

바뀐 것은 경기,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연준 등 매크로 내 핵심 요소들이다. 불확실성을 ‘Known Knowns’(우리가 이미 알고 있고 대응이 가능한 것) 영역과 ‘Known Unknowns’(우리가 알고는 있지만 대응 난도는 높은 것) 영역 두 가지로 구분했을 때 달라지는 것이 있다. 후자가 바로 그에 해당한다.

 

고용 호조와 하락하지 않는 소비자물가

연초까지만 해도 미국 경기 경로를 둘러싼 시장의 논의는 ‘하드랜딩(Hard Landing)’ 또는 ‘소프트랜딩(Soft Landing)’이 주류였다. 그러나 1월 고용 서프라이즈와 1분기 견조한 성장 전망으로 이 논의는 ‘소프트랜딩’ 또는 ‘노랜딩’(No Landing: 경기가 완만히 둔화되는 데 그치는 것) 논의로 넘어갔다.

 

미국 1월 소비자물가도 예상만큼 하락하지 않았다는 점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디스인플레이션(물가하락)’ 전망을 약화시켰다. 이로 인해 연준 위원들과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 긴축 경로를 둘러싼 의견 충돌이 거세지고 있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총재를 비롯한 매파 연준 인사들은 3월 50bp(1bp=0.01%p) 금리인상을 주문하는 강도 높은 발언을 하는 반면, 리치먼드 연방은행 총재 등 비둘기파 인사들은 3월 25bp 인상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또 골드만삭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대형 투자은행도 3월, 5월, 6월 각각 25bp 인상과 함께 최종 금리를 5.25% 이상으로 수정하는 등 1월 고용과 물가 서프라이즈가 새로운 불확실성을 만들어냈다.

 

노랜딩 기대감 높지만 현실은?

한국 수출과 미.중 제조업 신규 주문 상관관계

이런 상황에서 한국 경제와 주식시장은 어떤 모습을 보일까. 우선 한국 경제와 코스피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것은 수출이며, 수출은 미국 소비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다(그래프1 참조). 1월 미국 고용 데이터 호조와 0.7%대로 출발한 1분기 성장률 전망이 2%대 후반으로 상향됐다는 점은 노랜딩 기대감에 불을 지피고 있다. 미국 경기가 실제로 노랜딩에 그친다면 펀더멘털상으로는 코스피 주가 상승 모멘텀이 생성될 수 있다. ‘미국 소비경기 견고→한국 수출 모멘텀 회복→코스피 이익 전망 반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는 노랜딩보다 경기 둔화를 상정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된다. 2월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66.4, 전월 64.9)는 13개월 이래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호조세를 보였으나, 소매 판매는 전년 대비 6%대로 평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또 S&P500 지수와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를 월스트리트와 메인스트리트의 대표 수치로 적용해봤을 때 이들 사이 괴리가 이제는 수렴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여기서 생각해봐야 할 것은 연준의 고강도 긴축이 실물경제에 미치는 시차다. 연준이 지난해 6월부터 4회 연속 75bp 금리인상에 나서며 실행한 공격적인 긴축이 올해 본격적으로 경제에 반영되기 시작할 것이라는 관점은 유효하다.

일본은행과 중국인민은행 유동성 공급 추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유동성 증시에 미치는 영향

결국 미국 경기 둔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며, 이는 이들의 소비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한국의 수출 및 코스피 이익 전망 개선을 저해할 것으로 보인다. 다소 실망스럽게 들릴 수 있지만 위안거리도 존재한다. 중국의 본격적인 리오프닝에 따른 경기 반등이 수출이나 이익 관점에서 추가 하락을 제어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또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유동성이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이 높아진 상황에서 연준과 유럽중앙은행(ECB)이 공급하는 유동성이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 걱정스럽기는 하다(그래프2·3 참조). 하지만 일본은행(BOJ)과 중국인민은행(PBOC)이 지난해 말 이후 유동성 재공급 기조로 돌아섰다는 점은 단기적으로는 증시의 하방 경직성을 유지해줄 요소로 판단된다.

 

중국 리오프닝, 日.中 중앙은행 유동성 재공급

결론적으로 지난 역사를 돌이켜보면 주식시장이 채권시장이나 연준과 대립각을 세웠을 때 대부분 주식시장 패배로 귀결되곤 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주식시장이 잘못된 판단을 한 것일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 시장 참여자들은 주식 비중을 축소하면서 보수적인 포지션을 구축하는 것이 적절하다.

 

하지만 아직 그러한 판단에 힘을 싣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시장에 새로운 균열이 생기긴 했으나, 그 균열은 1~2분기 지표와 이벤트를 확인해가는 과정에서 메워질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미국 경기 둔화는 불가피하고, 연준은 연내 금리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크며,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소비 둔화, 인플레이션 둔화 등)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남은 상반기를 지나는 과정에서 고민해야 할 것들은 다음과 같다. 미국 소비경기 반등에 따른 국내 수출 및 이익 모멘텀 호전이라는 극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와 PBOC, BOJ의 유동성 공급 효과는 주식시장에 힘이 될 것이다. 3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금리인상 강도와 최종 금리 레벨을 놓고 상방 베팅이 이뤄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 키를 쥐고 있는 연준은 물가, 고용 등 경제지표를 보고 후행적으로 움직인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우리도 3월 중 발표 예정인 미국 고용지표(10일), 미국 소비자물가지수(14일), 3월 FOMC(22일) 이벤트 결과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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