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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대 그룹 3·4세 80명 커리어 추적
MZ 후계자들의 커리어 실험, 새로운 리더의 탄생

'경영 승계형' 커리어 대표주자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한국이 미국 측에 제안한 조선 산업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의 구체화 등 한미 통상협상에서 숨은 조력자 역할을 했다. 통상 협상 타결 직전 7월 30일(현지 시간) 한화그룹이 인수한 미 한화필리조선소를 방문한 러셀 보트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국장, 존 펠란 미 해군성 장관,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경영 승계형' 커리어 대표주자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한국이 미국 측에 제안한 조선 산업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의 구체화 등 한미 통상협상에서 숨은 조력자 역할을 했다. 통상 협상 타결 직전 7월 30일(현지 시간) 한화그룹이 인수한 미 한화필리조선소를 방문한 러셀 보트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국장, 존 펠란 미 해군성 장관,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재계의 전통적 ‘황태자 서사’를 거부한 새로운 리더들이 등장하고 있다. 다이아몬드 수저’라는 배경에 기대지 않고 회사 밖에서 자신만의 무기와 정체성을 쌓는 재벌가 MZ 후계자들이다. 안정 대신 인생의 실험을 택한 이들의 행보는 단순한 일탈이 아니라 오너의 미래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재계의 후계 구도는 더 이상 ‘혈통’ 하나로 설명되지 않는다. 미래 한국 경제를 이끌 ‘다음 세대’는 아버지의 회사를 물려받는 대신 스스로 길을 설계하는 데 한창이다. 재계 3·4세는 이제 출신이 아닌 실력과 성과로 후계 자리를 증명해야 하는 시대에 들어섰다. 희미해진 ‘황태자 서사’의 자리를 대신하는 건 아이돌, 유튜버, 스타트업 CEO, 사회활동가로 정체성을 쌓은 새로운 리더들이다.

 

한경비즈니스가 100대 그룹 오너 3·4세 80명(20~40대 한정)의 커리어를 추적한 결과 그룹 내에서 전통적인 경영 승계 절차를 밟고 있는 인물은 전체의 40%(32명)에 불과했다. 반면 외부 경력을 쌓은 후 그룹에 입사한 ‘하이브리드형’은 31명, 해외 유학 및 인턴 등 진로를 탐색 중인 ‘학업형’은 9명, 가업과 무관한 분야에서 활동 중인 ‘도전형’은 8명이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과 장남 해찬 씨가 2023년 12월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정 부회장의 부인 한지희 씨의 플루트 독주회에서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정해찬 씨는 최근 미국 록펠러 캐피탈 매니지먼트의 ‘서머 애널리스트 프로그램’에서 인턴십을 마쳤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과 장남 해찬 씨가 2023년 12월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정 부회장의 부인 한지희 씨의 플루트 독주회에서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정해찬 씨는 최근 미국 록펠러 캐피탈 매니지먼트의 ‘서머 애널리스트 프로그램’에서 인턴십을 마쳤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22년 6월 27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장녀 진희 씨 결혼식이 열리는 서울 중구 정동교회로 딸 이원주 씨와 함께 들어서고 있다. 이원주 씨는 현재 미국에서 유학 중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22년 6월 27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장녀 진희 씨 결혼식이 열리는 서울 중구 정동교회로 딸 이원주 씨와 함께 들어서고 있다. 이원주 씨는 현재 미국에서 유학 중이다.

 

3·4세, 70%가 글로벌 엘리트

‘차세대 리더’의 조건이 바뀌었다. 해외 유학 경력은 이들의 공통점이다. 전체의 70%(56명)가 해외 대학에 진학했거나 국내 대학 졸업 후 해외 석박사 혹은 MBA 과정을 밟은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감각과 네트워크를 확보하려는 전략적 선택이다.

 

변화하는 기업 환경에서 혈통만으로 후계 자리를 보장받기는 어렵다. 디지털전환, ESG 경영, 글로벌 경쟁 심화 등 복합 과제를 다루기 위해선 실질적인 리더십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황태자 신화’로 불리는 전통 승계 모델은 약화됐지만 그 자리를 완전히 대체한 것은 아니다. 여전히 그룹의 핵심을 이끄는 인물은 ‘경영 승계형’ 리더들이다.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그룹의 방산, 조선, 우주, 에너지 분야 등 핵심 사업을 주도하고 있으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경영권 갈등을 정리하고 항공업 재편을 이끌었다. KAIST 석박사 출신의 서진석 셀트리온 대표는 과학기술 전문성을 바탕으로 현재 셀트리온의 차세대 신약 연구를 진두지휘하는 차세대 리더로 성장 중이다.

 

오너 중심 지배구조라는 현실 속에서 이들의 존재는 기업의 장기 전략과 리스크 대응 능력 측면에서 여전히 유효하다. 가족 지분을 기반으로 기민한 의사결정이 가능한 구조도 장점으로 작용한다.

 

반면 ‘도전형’과 ‘학업형’은 아직 그룹 경영과의 직접적인 연결 고리가 약하다. 이들은 예술, 콘텐츠, 벤처 창업, 인플루언서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개인 커리어를 쌓고 있지만 향후 그룹 내 리더십으로 이어질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학업형 역시 글로벌 인턴십과 유학 등을 통해 경력을 쌓고 있으나 아직 구체적인 경영 참여 계획은 보이지 않는다.

'하이브리드형' 커리어 대표주자인 HD현대 정기선 수석부회장이 미국무역대표부(USTR) 제이미슨 그리어 대표와 16일 만나 한·미간 조선산업 협력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하이브리드형' 커리어 대표주자인 HD현대 정기선 수석부회장이 미국무역대표부(USTR) 제이미슨 그리어 대표와 16일 만나 한·미간 조선산업 협력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5 개막 첫날인 1월 7일(현지 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센트럴홀 LG전자 전시관을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부사장)이 방문하고 있다.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5 개막 첫날인 1월 7일(현지 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센트럴홀 LG전자 전시관을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부사장)이 방문하고 있다.

 

외부에서 경력을 쌓고 돌아와 그룹에 합류하는 하이브리드형은 실력과 실적을 겸비한 새로운 후계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최윤정 SK바이오팜 부사장,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 신유열 롯데지주 부사장 등은 컨설팅, 투자, 바이오 등 전문 영역에서 경력을 쌓은 뒤 그룹의 신사업을 책임지는 실무형 리더로 성장하고 있다.

 

3·4세 80명 중 여성은 23명으로 집계됐다. 후계 구도의 중심은 여전히 장남(48명)이지만 여성 후계자의 비중도 점차 커지고 있다. 특히 이들은 유학과 외부 경험을 토대로 신사업을 이끄는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CJ ENM 이경후 브랜드전략실장, 삼천리 이은선 전략총괄 사장, KCC 정재림 상무 등이 대표적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차녀 최민정 씨는 SK하이닉스를 퇴사하고 미국에서 AI 헬스케어 스타트업을 창업하는 등 새로운 경로를 개척 중이다.

주요 그룹 3.4세 커리어 유형
주요 그룹 3.4세 커리어 유형
주요 그룹 3.4세 커리어 유형
주요 그룹 3.4세 커리어 유형

재계 3·4세는 경영 참여 자체보다 어떤 리더십을 보여주느냐가 관건이다. 글로벌 감각, 업종 이해도, 위기 대응 능력이 새로운 평가 기준이다. 오너십은 가문에서 물려받을 수 있지만 리더십은 실력과 성과로 증명해야 한다.가문의 이름보다 실적, 혈통보다 실력이 우선하는 시대다. 변화를 두려워하고 실력으로 입증하지 못하면 ‘금수저’도 미래를 보장받지 못한다. 재계 리더십과 오너십의 판도가 완전히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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