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상호관세율 확정에 관세 불확실성↓
지난달 집값 상승 기대심리 3년래 최저치
추경에도 연간 경제성장률 1% 하회 전망
“금리 인하 단행해 경기부양 효과 확대”
다음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가능할 수 있다는 예측이 힘을 얻고 있다. '25% 상호관세'라는 악재에서 벗어나고 집값 기대심리도 최근 주저앉는 등 한은이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대내외 변수들의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추가경정예산 효과에도 불구하고 올해 1%대 경제성장률을 장담하기 어려운 만큼 8월 금리 인하를 통해 내수 부양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대두된다.
4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한-미 양국의 무역 협상 결과에 대해 해외 IB들은 단기적으로 하방 리스크를 제거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노무라는 “한미 협상 결과가 예상과 일치하고 성장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을 완화했다”고 설명했다. 씨티도 “투자 금액이 표면적으로는 미국에 우호적으로 보이지만, 구체적 투자, 에너지 구매, 비관세 이슈들은 한국에 유리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대미 상호관세율(15%)과 자동차 품목 관세율(15%)은 한은이 지난 5월 경제전망 때 가정했던 시나리오와 대체로 부합하는 수준으로 평가된다. 당시에는 기본 관세율 10%, 품목 관세율 25%를 각각 가정했는데, 상호관세율은 다소 높아졌지만 자동차 품목 관세율은 낮아졌다. 모건스탠리는 “이번 무역 합의는 하방 리스크를 확실히 제거하고 불확실성을 해소했다”며 “이번 합의는 한국은행이 관세에 대해 가정한 시나리오와 유사하게 타결됐다”고 평가했다.
이에 다음달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관세 불확실성이 해소된 가운데 금리 인하 시점을 결정하는 최대 변수인 집값 기대심리도 최근 안정세를 찾고 있어서다. 한은에 따르면 가계부채 관리 강화 대책 효과가 본격화하면서 7월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개월 만에 11p 급락하며 3년 만에 가장 큰 폭 하락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기자설명회에서 금리 동결의 배경을 두고 “집값 기대 심리가 잡히는 지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특히 추경 효과에도 불구하고 올해 1%대 경제성장률을 장담하기 어려워 금리 인하 필요성이 매우 커진 상태다. 앞서 한국은행, 한국개발연구원(KDI), 아시아개발은행(ADB) 등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0.8%로 전망했다. 지난달 29일에도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두 차례 편성한 추경 효과를 모두 반영해도 올해 한국이 0.8%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더구나 이번 미국 상호관세의 쌍방 효과를 고려할 때 성장률 하방압력은 더 커졌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연산가능일반균형(CGE) 분석 결과 2525년 글로벌 성장률은 트럼프발(發) 관세가 없었던 시기 대비 -0.16%p 감소 추산된다. 지난해 성장률(3.29%)을 기준으로 할 경우 올해 성장률이 3.13%에 그친다는 의미로, 향후 미중 협상 타결 결과에 따라 우리나라 연간 성장률이 더 크게 하락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창용 총재가 집값 상승세가 제약될 경우 인하 정책을 펼치기 쉬운 환경이라고 언급한 점을 고려하면, 인하 사이클이 지속될 것”라며 8월 금리가 인하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수도권 중심의 가격 차별화 현상은 결국 규제 등을 통해 조절해야 하는 상황에서, 부동산 금융 규제 이후 대출 총량 증가세가 제약되는 환경인 가운데, 추가 규제도 나올 수 있다는 경계감이 높다“며 “추경 편성과 재정 정책 집행 과정에서 부양 효과를 확대시킬 수 있는 금리 인하가 함께 단행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미국의 고용 사정이 예상보다 빠르게 악화된 것도 한은의 8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높이는 재료다. 미 노동부가 발표한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7월 미국의 비농업 일자리는 전월 대비 7만3000명 증가하면서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 10만명을 밑돌았다. 이에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인 모습을 보인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 축소됐던 9월 인하 가능성이 다시 90%까지 높아지고 '빅컷'(0.50%p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관측까지 나오면서 한은 입장에서는 한미금리차에 대한 우려를 덜 수 있게 됐다.
실제 연준 내에서도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 색채가 짙어지고 있다. 연준은 지난 7월 FOMC에서 위원 12명 중 미셸 보먼(연준 부의장)·크리스토퍼 월러(연준 이사) 위원이 0.25%p 인하를 주장하며 동결에 반대했다고 밝혔다. 연준 이사 2명 이상이 동시에 소수 의견을 낸 것은 1993년 이후 32년만이었고, FOMC 위원 2명 이상이 소수 의견을 낸 것은 2020년 이래 처음이다.
이에 더해 연준 내 매파 인사로 꼽히는 아드리아나 쿠글러 연준 이사도 오는 8일 연준 이사직에서 물러날 예정이다. 쿠글러 이사의 사임으로 연준 이사 한 명이 공석이 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후임 이사를 임명할 수 있게 됐다. 후임 이사가 임명되면 총 7명의 연준 이사진 중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인사는 미셸 보먼 연준 부의장과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를 포함해 총 3명으로 늘어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