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부진'에 직격탄
국내 소비 둔화 장기화로 매출 제자리
해외 투자 등 비용 늘며 수익성 악화
아쉬운 국내 실적
CJ제일제당의 지난 2분기 매출액(대한통운 제외)은 4조3224억원으로 전년 대비 0.2%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1.3% 감소한 2351억원에 그쳤다. 주력 사업인 식품 부문이 발목을 잡았다.
CJ제일제당 식품사업부문의 2분기 매출액은 2조6873억원으로 전년 보다 0.7% 줄었다. 영업이익은 901억원으로 전년보다 33.7% 감소했다. 특히 국내 식품 사업이 부진했다. CJ제일제당의 해외 식품 사업 매출액은 전년 대비 3% 성장했지만 국내 식품 사업의 매출액은 5% 감소했다.
롯데칠성음료 역시 2분기 국내 사업의 실적이 아쉬웠다. 롯데칠성음료의 2분기 영업이익은 624억원으로 3.5% 성장했으나 매출액은 1조873억원으로 전년 대비 1.1% 줄었다. 롯데칠성음료 역시 2분기 해외 자회사 매출액이 전년 보다 15.2% 성장한 반면, 국내 음료 사업과 국내 주류 사업의 매출액은 각각 8.5%, 6.5%씩 감소했다.
대상도 연결기준 2분기 매출은 1조760억원으로 2.1% 증가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408억원으로 8.1% 감소했다. 식품 사업 부진이 컸다. 대상의 2분기 식품 사업 매출액은 9445억원으로 전년보다 5.9% 늘어났지만 영업이익은 32.3% 감소한 186억원에 그쳤다.
롯데웰푸드는 연결 기준 2분기 영업이익이 34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8% 줄었다. 2분기 매출은 1조643억원으로 1.9% 증가했다. 롯데웰푸드 2분기 해외 법인 매출은 11.2% 증가한 반면 국내 법인은 부진했다. 롯데웰푸드 국내 법인의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보다 0.6%, 38.8% 감소했다. 소비 둔화와 폭우 그리고 카카오 등 원가 상승 부담 때문이었다.
'라면 3사' 중 농심과 오뚜기의 실적도 아쉬웠다. 농심은 2분기 매출이 8677억원으로 전년보다 0.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영업이익은 402억원으로 8.1% 감소했다. 농심의 2분기 영업이익은 시장 기대치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내수 비중이 높은 오뚜기 역시 2분기 매출은 92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5.0%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26.8% 감소한 451억원에 그쳤다. 다만 '불닭' 열풍에 힘입은 삼양식품만 2분기에 날아 올랐다. 삼양식품의 2분기 매출액은 5531억원, 영업이익 1201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30.3%, 34.2%씩 증가했다.
길어지는 내수 부진
주요 식품기업들의 수익성이 일제히 악화한 것은 경기 침체와 고물가 탓에 국내 소비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어서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소매판매지수는 101.8(2020년=100.0)로 지난해 동기보다 0.2% 감소했다. 소매판매액 지수는 지난 2022년 2분기(-0.2%)부터 13개 분기 연속 줄어들고 있다. 1995년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최장 기록이다.
올 하반기에도 식품기업들의 어려움은 계속될 전망이다. 정부가 물가 안정화를 위하 가격 인상을 자제하거나 아예 가격을 내리라고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더불어민주당 물가 전담반(TF)은 지난 11일 식품기업들과 가진 '가공식품 물가 안정 간담회에서 "국민 체감 물가 안정을 위해 가공식품 물가안정 노력에 동참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식품업계에서는 최근 일부 제품의 가격을 인상하고도, 수익성 악화의 직격탄을 맞은 만큼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여기에 중장기적으로도 내수 시장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인구도 감소하는 추세다. 내수 시장이 줄어든 상황에서 기업들은 경쟁적으로 마케팅 비용을 늘릴 수밖에 없다. 이는 곧 수익성 하락으로 이어진다. 이에 따라 식품기업들은 해외 사업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역시 단기적으로는 수익성을 악화시킨다. K푸드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지만 해외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현지 생산시설과 유통망 확대, 마케팅을 위한 대규모 투자가 필수다.
업계 관계자는 "각 기업들이 해외 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당장 수익까지 따라오기는 일반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계속 투자하면서 매출액을 확보한 후 중장기적으로 수익구조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