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식료품값 OECD 평균의 1.5배
낮은 자급률·복잡한 유통 구조 탓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식료품 물가는 회원국 평균보다 1.5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주요 도시 먹거리 물가 조사에서도 서울은 뉴욕·제네바 같은 초고가 도시 바로 뒤를 차지했다.
OECD가 집계한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 가격 수준 지수’에 따르면 2023년 한국은 147로 회원국 평균(100)보다 월등히 높다. 한국보다 음식료품 물가가 높은 나라는 유럽의 대표적 고물가 국가인 스위스밖에 없었다. 미국(94), 영국(89), 독일(107), 일본(126) 등보다 높게 나타났다.
서울의 식료품 물가도 주요 대도시에 비해 훨씬 높다. 지난 6월 글로벌 투자은행(IB) 도이체방크가 전 세계 69개 주요 도시를 조사했더니 서울이 전 세계에서 여덟째로 식료품 물가가 비싼 도시로 꼽혔다. 서울보다 식료품이 비싼 도시는 스위스 제네바·취리히, 미국 뉴욕·샌프란시스코·보스턴·시카고·LA뿐이었다. 도쿄·런던·파리·시드니·홍콩 등도 서울보다 식료품 가격이 저렴했다.
우리나라의 식료품 물가가 높은 이유는 농산물 자급률이 낮아 해외 농산물값 상승의 직격탄을 맞기 때문이다. 2022년 기준 한국의 식량 자급률은 49.3%로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이다. 2021~2023년 밀·옥수수 등 곡물의 평균 자급률은 19.5%밖에 안 된다. 이는 120% 이상인 미국은 물론 20%대 후반인 일본보다도 낮다. 곡물을 중심으로 식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다 보니 원화 환율 변동이나 원자잿값 상승에 그대로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농산물 유통 구조도 복잡해 농산물과 식자재 유통 과정에서 붙는 비용이 계속 커지는 것도 문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농산물 구매 가격에서 유통 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을 가리키는 ‘유통 비용률’은 1999년 39%에서 2022년 49.7%까지 높아졌다. 양파의 유통 비용률은 76.3%에 달하고, 사과·배의 유통 비용률도 각각 62.6%, 53.9%에 달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득 하위 20%인 1분위의 지난해 소득 대비 식료품 지출 비율은 31%로 5분위(10.4%)의 3배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푸드플레이션을 잡지 못하면 식료품비 지출이 큰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이 더욱 팍팍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