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공동부스 운영하다 불참
엔비디아 'GTC'만 참석하며 밀착 전시로
삼성전자, CES 전시 규모 축소
CES 위상 낮아졌다는 반응도
내년 기조연설은 중국 IT기업
SK그룹이 내년 1월 6일부터 9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26’에 불참한다. 삼성전자는 전시에는 참가하지만, 메인 전시관이자 CES의 심장으로 불리는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홀’에는 전시관을 열지 않는 방안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대 중반이후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을 향했던 국내 기업들이 참여 규모를 대폭 축소키로 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혁신 기술의 각축장’으로 여겨지던 CES의 명성이 예전같지 못하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SK와 삼성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CES는 매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기술박람회다. SK그룹은 2019년 처음으로 SK하이닉스,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등 3개 주력사가 참여한 그룹 공동부스를 운영했다. 코로나19 오미크론이 확산했던 2022년에도 SK그룹은 공동부스로 CES에 참가했고 작년과 올해 역시 최태원 회장,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 등 주요 경영진이 현장을 방문했다.
내년에는 그룹이 공동으로 CES에 참여하는 대신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엔비디아와의 ‘밀착전시’에 집중한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가 매년 미국에서 개최하는 글로벌 AI 컨퍼런스인 ‘GTC(GPU Technology Conference)’에 참석했다. 2024년부터는 대외무역발전협회(TAITRA)와 대만컴퓨터협회가 주최하는 IT 박람회 ‘컴퓨텍스’에도 참가하며 엔비디아와의 스킨십을 늘려왔다.
SK하이닉스가 2024년부터 컴퓨텍스에 참가한 이유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고객사인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와 교류하려는 목적이 컸다. 올해 5월 열린 컴퓨텍스 2025에서는 젠슨 황이 SK하이닉스 부스를 방문해 'JHH LOVES SK Hynix!' (젠슨황은 SK하이닉스를 사랑해!)라는 문구를 남기며 끈끈한 파트너십을 증명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내년 CES 2026에서 메인 전시장인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센트럴홀이 아닌 다른 공간에 부스를 마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공개하는 퍼블릭부스가 아니라, 고객사와 관계자를 대상으로 하는 프라이빗 부스를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2022년 CES에서 3596㎡(약 1088평) 규모의 초대형 부스를 꾸려 참가 기업 중 최대 전시 면적을 기록하고 기조연설에 참여했던 삼성이 내년부터 전시 전략을 바꾸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한발 물러선 배경에는 CES의 위상 변화가 있다. 전자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매년 CES에서 새로운 가전 기술을 공개했지만, 불과 몇 달 뒤 중국기업이 기술이나 콘셉트를 모방한 제품을 내놓는 일이 반복됐다”며 “2 년 전부터 삼성 내부에서 CES의 홍보효과에 대한 회의적인 반응이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때 미국, 일본을 거쳐 한국 기업이 주도했던 CES는 이제 중국 기업이 전면에 나서고 있다. 내년 기조연설자로는 중국 IT기업 레노버의 위안칭 양 회장이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