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장남 이지호씨가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고 해군 장교로 입대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재계 일각에선 삼성의 경영 승계 전략에 변화가 생긴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이 씨는 오는 15일 139기 해군 학사사관후보생으로 입영해 경남 진해 해군사관학교에서 11주간 장교 교육 훈련을 받고 12월 1일 해군 소위로 임관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이지호씨는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미국 국적을 포기하고, 해군 입대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2000년 미국에서 태어나 25살인 이 씨는 한국, 미국 복수국적을 가지고 있었다. 이번에 해군 장교로 병역 의무를 다하기 위해 미국 시민권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국적자가 일반 사병이 아닌 장교로 복무하려면 외국 시민권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회장이 2020년 그룹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빚어진 각종 의혹에 대해 사과하며 자녀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4세 경영 포기를 공식 선언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 씨의 해군 장교 입대가 경영 승계에 대한 삼성의 내부 전략 변화를 의미하는 게 아니라는 시선도 나온다.이 씨가 복수국적 신분을 유지할 수 있는 일반 사병 입대가 아닌 해군 장교의 길을 선택한 것을 두고 재계에서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평가도 있다.
이 씨의 입대 관련 소식은 지난 3월 한 언론을 통해 공식 보도되기도 했다. 이 씨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병역의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로 본인이 해병대 학사장교로 입영했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삼성 측이 "이지호 씨는 현재 미국 대학에서 학업을 이어가고 있다"며 해당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고 동명이인 해프닝으로 정리된 바 있다.
삼성이 복잡한 지배구조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오너 일가의 리더십과 지분 승계가 필수 과제로 꼽힌다.이 회장이 과거 사법 리스크 속에서 '4세 승계 포기' 선언을 했지만, 장기적인 투자와 글로벌 경쟁 속에서 신속한 의사결정이 중요한 만큼 투자자 신뢰 확보 측면에서도 오너 경영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에 삼성이 이지호씨의 입대 사실을 공식 인정했다"며 "해군 장교 입대는 국가와 공동체에 대한 책임을 상징하며, 향후 리더십을 정당화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