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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뷰티가 다시 격변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 등 화장품 대기업에서 소규모(인디) 브랜드 중심으로 판이 달라진 2023~2024년 첫 번째 전환을 거쳐 인디브랜드의 대중화·세분화 등 두 번째 진화가 이뤄지는 단계에 진입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다양한 K뷰티를 경험해보려는 니즈가 늘어났고, 국내에서는 수많은 브랜드의 등장으로 소비자의 눈높이가 높아지자 선택 기준이 더 깐깐해졌다. 성분에 대한 일부 고객들의 관심은 ‘국룰’(다수가 당연하게 여기는 규칙이라는 의미의 신조어)로 자리 잡았으며 이 과정에서 새로 주목받는 브랜드가 생기고 있다.

 

◆ 트렌드도 판도 바뀐 2025년 K뷰티

K뷰티는 ‘대기업에서 인디브랜드로의 주류 변화’를 끝낸 지 1년여 만에 다시 전환점에 섰다. 올해는 K뷰티의 세계화를 주도해온 소규모 브랜드들이 더 이상 ‘인디’로 불릴 수 없을 만큼 대중화되고 있다. 

 

뷰티 디바이스를 판매하는 에이피알은 지난 8월 아모레퍼시픽을 제치고 화장품 기업 시가총액 1위로 올라섰으며 ‘승무원 미스트’로 입소문을 탔던 달바글로벌은 지난 5월 코스피 시장에 입성하며 성공적인 데뷔를 마쳤다. 달바는 상장 첫날부터 공모가(6만6000원)를 훌쩍 뛰어넘는 11만100원을 기록했으며 현재 주가는 16만9700원(9월 16일 종가)이 됐다. 조선미녀, 스킨1004, 티르티르 등을 보유해 ‘한국판 로레알’을 꿈꾸는 구다이글로벌은 3년 내 기업공개(IPO)에 나선다. 구다이글로벌은 데카콘(기업가치 10조원 비상장 스타트업)으로 거론되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구다이글로벌의 연매출은 1조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 기존 ‘뷰티 3대장’으로 불렸던 애경산업은 AK홀딩스 품을 떠나게 됐다. 태광산업이 티투프라이빗에쿼티(PE), 유안타인베스트먼트 등과 구성한 컨소시엄은 최근 애경산업 경영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컨소시엄은 AK홀딩스로부터 애경산업 지분 63.38%를 인수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연내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고 거래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인수가는 4500억원대로 예상된다. 애경산업 입장에서는 태광그룹 자금력 확보를 통해 공격적인 해외 확장과 R&D 투자 기회를 얻게 된다. 

 

기업들의 변화와 함께 뷰티 트렌드는 한층 더 고도화되는 추세다. 지난해까지는 퍼스널컬러, 리프팅·탄력·미백 등 특정 단어가 유행처럼 소비됐다면 올해는 개개인의 피부 상태와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성분 자체가 주목받고 있다. PDRN(연어·송어의 DNA 조각을 정제해 피부 재생), 엑소좀(피부 재생과 영양 공급), 트라넥삼산(색소 침착 개선), 펩타이드(피부 탄력), 세라마이드(보습) 등이 대표적이다. 올리브영 역시 올해 ‘슬로에이징(Slow-aging, 저속노화)’ 트렌드에 맞춰 ‘성분 뷰티’ 상품이 약진했다고 밝혔다. 올영세일 기간(8월 29일~9월 4일) 온라인몰 키워드 검색량 추이를 지난해 9월 올영세일과 비교한 결과 PDRN 검색량은 695% 급증했다. 같은 기간 펩타이드 검색량은 72% 늘었고 나이아신아마이드와 징크의 검색량도 각각 65% 증가했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최근 라이프스타일 트렌드인 슬로에이징이 뷰티 영역에서는 모공, 기미, 잡티, 흔적 등 피부 고민에 맞는 성분이 포함된 세럼, 앰플 등 에센스나 크림을 조합해 사용하는 피부 관리법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메디컬뷰티’는 새로운 K뷰티의 축이 됐다. 메디컬뷰티는 과학기술을 활용해 의학적 효과를 추구한다. 화장품+의약품+시술 등을 모두 합친 것으로 화장품에 한정됐던 과거의 더마코스메틱(기능성 화장품) 트렌드보다 더 확장된 개념이다. 미용 의료 후기 앱 ‘강남언니’를 운영하는 힐링페이가 지난해 매출 530억원과 영업이익 128억원을 기록하며 최대 실적을 달성한 것도 그 영향으로 해석된다. 

 

또 스킨케어에서 그치지 않고 보디케어와 헤어케어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것도 올해 특별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뷰티에 대한 관심이 얼굴에서 그치지 않고 보디 전체로 확장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아누아
ANUA

◆ ‘넥스트 에이피알’ 뜨는 브랜드는

이에 올해 주목받는 K뷰티 기업이 등장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시장에서 호평을 받는 K뷰티로 △더파운더즈 △디에프에스컴퍼니 △엘앤피코스메틱 △이즈앤트리 △랩앤컴퍼니 등을 꼽고 있다. 이들은 에이피알, 구다이글로벌 등을 이어 글로벌 시장의 흐름을 주도한다는 평가를 받는다.우선 더파운더즈는 인디 뷰티 1위로 올라선 스킨케어 브랜드 ‘아누아’ 운영사다. 더파운더즈는 지난해 매출 4278억원을 기록했다. 아누아는 서울대 인류학과를 졸업한 이창주 대표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이선형 대표가 2017년 더파운더즈를 설립하고 2년 만에 선보인 스킨케어 브랜드다. 해외에서 한국식 ‘더블 클렌징(이중세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아누아의 클렌징오일이 관심을 받았고 ‘입소문템’(다수의 사용자 후기와 리뷰를 통해 검증된 제품)으로 올라섰다. 

 

스킨케어 브랜드 하루하루 원더를 운영하는 디에프에스컴퍼니는 2015년 정재원 대표가 설립한 곳으로 블랙라이스 라인과 데일리 선스크린 등으로 미국 아마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엘앤피코스메틱은 메디힐을 보유한 곳이다. 메디힐은 ‘면세템’(면세점에서 사야 할 제품)을 넘어 미국·유럽 등에서도 ‘한국형 시트 마스크팩’의 대명사로 자리 잡고 있다. 엘앤피코스메틱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3880억원으로 전년 대비 37.7% 성장했다. 

 

비건 밀크 클렌저, 히아루론산 선젤 등으로 유명한 ‘이즈앤트리’도 뜨고 있다. 이즈앤트리는 2009년 설립된 클린뷰티 브랜드로 김진우 대표가 이끌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성장한 615억원을 기록했다. 자연주의 브랜드 아임프롬, 기능성 브랜드 스킨앤랩, 색조 브랜드 치카이치코 등을 운영하는 랩앤컴퍼니도 신흥 K뷰티 브랜드로 관심을 받고 있다. 랩앤컴퍼니는 2009년 설립된 뷰티 회사다.

 

이들보다 규모는 작지만 특정 카테고리에서 영향력을 가진 ‘주목할 브랜드’도 있다. 스킨케어에서는 △아렌시아(떡솝 클렌저) △휩드(비건 팩클렌저) △바이오던스(리얼 딥 마스크) △성분에디터(그린토마토 NMN 포어 리프팅 앰플) △토코보(비타 글레이즈드 립 마스크) △셀리맥스(더 리얼 노니 에너지 앰플) △닥터엘시아(345 릴리프 크림) △온그리디언츠(카밍로션) 등이 올해 관심을 받는 브랜드로 꼽힌다. 

 

보디케어에서는 넛세린(리밍 기능성 바디세럼)과 스킨유(바디 미스트) 등이 있다. 이들은 기능성 보디케어 상품 수요가 증가하면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헤어케어 분야에서는 탈모 케어 헤어 제품 브랜드인 ‘릴리이브’가 있다. 두피관리 제품 ‘그로우턴 앰플’로 입소문이 나면서 올리브영에서는 헤어앰플 부문 판매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K뷰티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모르는 브랜드에 대해서도 기꺼이 사용해보려는 해외 고객들의 열린 태도가 과거와 가장 크게 달라진 이라며 “K뷰티 기능과 성분에 대한 신뢰가 깔려 있기 때문에 가능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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