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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가격은 내리는데…내수는 오름세
서민 물가 압박 가중…도미노 인상 우려
"독과점 구조 원인…진입 장벽 낮춰야"

 

설탕은 가공식품 가격을 흔드는 핵심 변수다. 빵과 음료, 과자 등 식품 전반에 '꼭 필요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제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과 달리, 국내 소비자 물가는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슈가플레이션(설탕+인플레이션)'에 따른 먹거리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커지는 괴리감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런던국제금융선물거래소(LIFFE) 기준 지난달 설탕 평균 국제 가격은 톤당 479.75달러(약 67만원)로 집계됐다. 전년 동월(522.58달러·약 73만원)보다 8.2% 낮아진 가격이다. 브라질과 인도, 태국 등 주요 산지의 생산량이 증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국내 상황은 다르다. 통계청이 조사한 소비자물가지수(2020년=100)를 살펴보면 설탕은 지난 6월(146.67) 이후 지난달까지 2개월 연속 148대를 이어갔다. 국제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는 동안 내수에선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괴리가 심화되고 있는 셈이다.

설탕 평균국제가격 소비자물가지수 추이
설탕 평균 국제가격 소비자물가지수 추이

소비자들도 이런 상황을 체감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이달 초 삼양사의 '큐원 흑설탕(1㎏)' 전국 전체 판매점 평균 가격은 3223원으로 나타났다. 1년 전보다 48.2% 올랐다. 같은 기간 대상 청정원 '유기농 흑설탕(454g)'은 21.5% 오른 5080원을 기록했다. CJ제일제당 '백설 하얀설탕(1kg)'의 경우 2580원에서 2603원으로 인상됐다.

 

이에 따라 시장 독과점 구조에 대한 문제점도 다시 떠오르고 있다. 현재 국내 설탕 시장은 CJ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당이 장악하고 있는 구조다. 세 기업의 합산 시장 점유율은 90%를 웃돈다. 사실상 경쟁이 제한된 시장인 것은 물론 이들의 가격 변동이 물가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설탕 가격 담합' 의혹이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국내 제당업계는 지난 3월 공정거래위원회에 이어 이달에는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특히 이들 제당업체는 과거 공정위로부터 각각 수백억 원대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전례가 있다. 1991년부터 2005년까지 15년간 설탕 값과 출고량을 담합한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설탕값=생활물가

 

이 때문에 시장 지배력에 기댄 가격 정책이라는 비판이 많다. 무엇보다 제당업체들은 원재료 수입부터 가공, 판매까지 유통 전 단계를 모두 통제하고 있다. 따라서 폐쇄적인 가격 결정 구조를 보다 투명하게 공개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이를 단순히 담합의 결과로만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식품 가격은 유통 마진을 최대한으로 줄인다 하더라도 국제 원자재 시세뿐만 아니라 물류비와 인건비 등 여러 비용들이 복합적으로 반영되는 구조다. 가격 조정이 기업의 단순한 이익 추구가 아닌 '불가피한 선택'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특히 기업이 무리한 가격 억제에 나설 경우 중장기적인 물가 안정 효과를 담보하기 어렵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요인이다. 이 경우 용량 자체를 줄이거나 원재료 비중과 품질 등을 낮추는 방식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최근 치킨업계는 원가 부담을 덜어내기 위해 기존 제품 중량을 축소, 닭다리·닭가슴살을 혼합하는 전략을 택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이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입선 다변화를 통해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고 높은 진입 장벽을 해소해 가격 결정권을 분산시키는 등 시장 왜곡을 줄이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와 함께 가격 담합에 대한 강력한 제재도 마련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벌금보다 이익이 크다'는 인식이 남아 있다면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어서디.

 

업계에서는 이번 설탕발(發) 연쇄 효과가 식품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가공식품을 넘어 외식과 집밥 등 밥상 물가까지 끌어올리는 '도미노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가격 안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서민 생활비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생존을 위한 기업들의 가격 조정이 소비자 입장에서는 오히려 가격이 오른 같은 '착시 현상' 불러올 있다" "지금이야말로 단순 물가 관리 차원을 넘어 전략적 접근을 통해 시장 구조를 개선해야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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